“형님 건강하시죠. 모친과 형수도 잘 계시지라.”

“오 동생 잘 지냈어. 모친은 건강하시지.”

10여 년의 만남을 이어가면서 한두 달에 한번은 연락하고 1~2년에 한번쯤 만났다

사이버에서 만남으론 꽤 자주 연락하고 오래(?)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故)선비만석님과의 인연으로 고성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내외가 동갑으로 당근돼지님은 생일이 빨라 먼저 미역국을 먹은 걸로 때웠지만

형수는 모임 날이 생신이자 회갑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간경화증 증세로 고성모임에 참가하려고 마음보따리부터 쌌던 것이다

그리고 참석자들의 댓글 지원사격과 전화통화로 회유작전이 이어졌다

“이렇게 회원들이 열화와 같이 성원(?)하는데 어쩌겠어.?”

“당신도 같이 오래”

남자들만의 모임에 뭔 흥이 있었을까.

그런데 두 분은 동행하여 나타났고 긴가민가하던 우리는 기립박수로 환대했다

사임당 같이 상석에 모시고 그 옆에 이리저리 술잔을 돌리던 당근돼지님을 불러 같이 모시니

잠시 주의를 상기시키며 조용하게 말씀하셨다

“사실 우리 집사람 오늘 환갑인데 제가 여기 참석하고 싶어 애걸복걸 끌고 왔습니다.”

“제가 한때 바람피우다 들켜 빌어보고는 처음입니다.”

좌중은 폭소와 함께 우뢰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고 당근돼지님은 연신 몸을 비틀었다

아마도 형수님의 꼬집기 공격이 이어졌나보다.

나는 기록으로 남기려 사진 몇 장 찍다가 뭔가 스치는 게 있어 몰래 빠져나왔다

조금 있으니 만석님에게 전화가 왔는데

“네 형님.”

“선달이 어디야.”

“네 케이크하고 꽃다발 구하러 나왔습니다.”

“그래. 안 그래도 전화해서 주문하려고 했는데 잘했어.”

“네 제가 갈 때까지 형님은 분위기나 좀 띄우쇼.”

“그래 알아서. 얼른 와”

케이크와 꽃다발을 구해오다가 문방구가 눈에 들어와 폭죽까지 챙겼지만 고깔모자는 없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

살아온 것보다 더 깊은 곳 진정 추구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을 발산하는 사이버에서

신비와 불신이 혼란스러운 곳에서 만나 느낌만으로 달려왔다

본 글에서 댓글에서 뭔가 특별함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목적만으론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가식도 양해가 되는 이유고 상대로 보는 스스로의 모습일 것이다

보고 싶다는 것은 그 경계선에서 만나 무엇을 확인하기보다 나누고 싶음일 것이다

내가 먼저 보여주고 양해도 구하면서,

그러나 내가 상상한 사람의 모습이 아닐 때 실망도 따르는 게 오프의 단점이다

때로는 영원한 신비의 벗으로 남는 이의 마음을 이해하며 감사하게 하는 이유도 된다.

사이버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더라도 상대를 나의 틀에 넣어서는 안 된다

기대는 실망과 함께 상대와 상대를 잘못 생각한 자신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주기도 하니까.

이틀간의 모임에서 우리는 술과 바둑과 그 주변의 야화들을 늘어놓으며 흥겨웠다

그 자리에서 별다른 충돌은 없었지만 나름의 앙금을 나눠가졌다는 것을 훗날 알았다

취향이 모든 소통의 공통분모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낀 것이다

인류의 가장 고상하고 지적인 바둑도 인간의 내면을 가장 깊이 들여다본다는 문학도

각자의 환경으로 굳어진 선입견과 아집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칼이었고 바둑과 글은 검법이었다. 물론 모두가 아니었고 다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소수의 개성이 다수에게 상처를 주었다

세상의 경우가 다수의 생각은 보수적이면서도 변수를 감안해 포용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개성적 소수의 생각은 개혁적이면서 소신 적 아집을 가졌다

개성이 가끔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보수는 그들의 실수를 포용하면서 환경을 유지한다.

우리가 씨를 강조하고 방앗간에서 손을 벌리는 부끄러움과

소작인이 되어 인내만 강조하다 씨를 잊는 어리석음의 충돌을 벗어날 수는 없을까.

서로가 신세인데.

스타는 동기가 만드는 게 아니라 과정과 결과가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가 스타가 될 수도 없다

어쩌면 진정한 스타는 다수에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소수점에서 본 무한대가 아닐까

고성에서 시작한 인연으로 많은 스타들을 만났다

그리고 또 떠나보냈다

그들은 내가 그렇게 애착을 가지던 광장에서의 바둑 이야기를 접었던 그런 마음이었을까.

그런데 그들을 보냈을 때보다 지금 왜 이리 허전할까.

그것이 10여 년의 아쉬움일까. 아니면 한계에 다다른 열정과 환경 탓일까.

오로 20여 년 노병의 칠순에 다녀오면서 이제 그를 다시 오로에서 볼 수 없음을 느꼈다

내가 떠나고 싶고 그 때를 느꼈다면 이상할 것도 없다

이미 정서적 이질감에 항생력과 포용력도 떨어졌고 도피적으로 가치도 부여치 않는다.

광장에서 걸망매고 돌아서면서 이곳 초가삼간에서 유유자적하기로 했건만

그마저도 얼마지 않았다는 생각은 무병장수를 빌러간 칠순의 노병에서 느꼈다.

떠난다는 것은 회의를 느낀 것만이 이유가 아닐 것이다

내가 부담이 된다고 느낄 때도 있을 것이고 존재의 이유가 희석 되었을 때도 있을 것이고

간혹 보내기 전에 추억으로 남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백세시대라지만 돌아오는 길 내내 허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또 보자면 손을 잡고 서로의 건강을 빌었지만 칠순의 무게는 그렇게 무거웠다

두 분의 건강 백세를 빌며 비 오는 차창으로 무심한 시선을 보내며 삶의 공허함을 느꼈다

의미는 곧 무의미 하겠지.

형수는 허리 수술로 몸이 불편했다
당근돼지님은 일본말과 한국말로 섞어가며 ( 내 곁에 있어주 )를  열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