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급속도로 변하더니 일상에서도 웃지 못 할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문명의 혜택을 잘 이용하면 한 없이 편리하고 능률과 시간도 절약된다.

그러나 악용한다면 말 할 것도 없겠고 잘못 사용하거나 이해해도 문제가 생긴다.

“이 아저씨 정말 답답하네요.”

“아니 뭐가요.?“

&^%$#@%^$#@*& (초짜가. 멍청이가 또....)

앙칼지고 짜증스런 여인네의 어이없는 폭언에 말문이 막혀 전화기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밤하늘로 연기를 내뿜으며 산다는 것의 비애를 날려 보는데

“아저씨“

“아저씨”

연속으로 들리는 여인네의 독촉에 침을 한번 삼키고 호흡도 가다듬었다

“네 말씀하세요.”

“아니 아저씨 어떻게 할 건데요.”

“아니 어떻게 해드려야 합니까.“

“비도 오는데 시간도 없고 이 아저씨가 배부른가 보네.”

‘배짱 장사하나. 이거 갑질 아냐.“

“엄마 고발해.”

“그래 그래야겠다. 아저씨 고발해도 후회안하죠.?”

이젠 옆에서 거들고 나서는 딸인 듯한 목소리가 가세하니 가관이다

나도 한계에 다다라 더 이상은 숨이 막혀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네 고객님 그러세요.“

“그럼 저는 그렇게 알고 철수하겠습니다.”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무대 버전으로 허스키하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먼저 호출택시의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교통 환경을 극복하고자 서비스 경쟁으로 호출택시가 늘었지만

내가 속한 곳은 20여 년 전 택시가 부당요금과 합승이 묵인되는 시절이었을 때

100명이 뜻을 모아 성한 사람도 타기가 힘든 택시를 장애우들이 오죽하겠느냐

최소 일일3선 한다는 마음으로 장애우들에게 편의를 제공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선구자적 생각이었지만 주변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동료들로부터는 미친놈들이라는 비웃음도 샀다

길에 손님이 늘어섰고 합승까지 하는데 골목길 들어가 태워 나오고 업고 들어가고........

처음엔 가정적으로 불화도 심심찮게 일어났었다

시각장애우들은 출장안마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그들은 우리가 팔을 잡으면 오히려 어둔하고

우리가 가만히 팔을 내밀고 그들이 팔을 잡고 따르는 게 안전하다

지팡이를 접고 선글라스를 쓰고 내가 내민 팔을 자연스레 잡고 호텔로 들어선다.

우리는 원하는 방까지 그렇게 인도하고 호출을 받으면 다시 문 앞에서 만나 역순으로 나온다.

거기에 차문 열어주고 손을 잡고 내리고 태우고.

그리고 어떤 경우는 왕복으로 대기할 때도 있으며 그땐 주차장에 상당 시간을 주차하게 된다.

이걸 누가 보았다면.

그 긴 시간들 속에서 다져진 내공으로 나름 자부심에 차있다

그러나 택시는 공공고시요금으로 덜 받는 건 재량이지만 더 받는 건 불법이고

고객이 원하면 태워야 하나 선택해서 태우지 않으면 되고 의무근무자가 아니라는 점과

그리고 호출은 고객이 편의를 요청하는 것이지 이 또한 영업자의 의무는 아닌 걸 알아야겠다.

서비스에 대한 감사는 부시맨이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바라며 선진국시민 행세가 다반사다

영업이 열악해지면서 서비스를 통해 영업능률을 올리려 하는 걸 곡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로 인해 먹고사는 고용인으로 생각하는 꼴불견이 아직 많다

그러나 우리는 최대한 인내하면서 최상의 서비스로 단체의 이미지를 지키려 노력한다.

내가 지켜야 나처럼 지켜주는 동료들과 공생할 수 있으니까.

“고객님 여긴 주택지라 네비로 찾아왔지만 마땅한 이정표가 없네요.”

“빨간 지붕 원룸 앞 삼거립니다 밖으로 좀 나오시죠. 제가 보이게.”

“아니 아저씨. 네비는 고물이예요.“

억.

갑자기 싸가지를 만났구나 싶었다.

“무슨 말씀이죠.?”

“아니 네비로 왔다면서 주소대로 오면 되자나요. 비도 오는데 짜증나게.”

(어 시팔 이런 싸가지를 비 오는 날 만나나 결국 이렇다니깐)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사실 호출을 받다보면 유난히 회원들의 협조가 안 되는 곳이 있다

본부에서는 고개관리상 회원들의 협조를 독촉하고 마음 약한 회원들이 결국 걸려든다.

먼 거리에서 이동해 골목골목 들어가 인사는커녕 욕만 먹고 나오니까.

한 번 당한 회원은 다시 가지 않고 조만간 스스로 떨어져 나가고 블랙리스트에도 오른다.

“고객님 네비는 50미터 인근까지 유도하면 다 온 것으로 나옵니다.”

“그러니 주택지 골목에 들어오면 정확한 지점을 찾기가 힘들어요.”

“그런 게 어딨어요.”

%^$#@$#&^%$

할 말이 없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 나오는데 코너를 돌자 여자 한명이 대문을 열고 나오기에 긴가했다

그러나 못 본 척 지나가는데 우산을 들고 헐레벌떡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따라 올만큼 서행하면서 계속 주행을 했다

결국 50미터 쯤 따라와 차 트렁크를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차를 멈췄다.

“왜요.?”

“아저씨 못 들었어요.”

“아 예 못 봤습니다. 못 들었고요.”

“호출택시 맞죠.?“

“그런데요.”

“그러면 부르는데 서야죠.”

“왜 서야합니까. 못 봤지만 나도 바람 맞고 기분 나빠 영업도 하기 싫은데 꼭 서야 합니까.”

“영업등도 껐는데 제가 뭘 잘못했죠.?”

최대한으로 분풀이를 할 참이었으나 상대가 여성이고 나는 프로다

“제가 방금 어디어디에 호출을 받고 30여분을 승강이 하다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주소만 되면 무슨 007영화처럼 대문 앞에 차가 딱 오는 줄 알아요.”

“네비도 인근까지만 가는데. 편리 보면서 은근히 갑질하는 세상이네요. 죄송합니다.”

“기분 잡쳐 영업 안하려 했는데 이왕에 타셨으니 모셔다 드리고 마쳐야겠습니다.”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자신도 당사자란 이야기하기 뭐했을 테고 나도 추궁하지 않았다

변두리 주택가 골목에서 우연히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무거운 침묵 속에 내리는 비

우리는 막장을 빠져 나와 마지막 동행하는 연인들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