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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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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서머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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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의 서머힐 생활기를 대략 보았다. 두 가지가 주로 부각되는데 하나는 내가 속아왔다는 느낌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와의 인연의 문제이다.. 속아왔다는 말은 우리는 대개 학교는 학교이고, 세상이 진짜 세상이라고 여기겠지만 채은의 생활기나 서머힐 본책을 조금 보면서 느끼는 것은 과연 무엇이 진짜 세상인가 하는 문제이다.. 채은 생활기를 보면서 느껴지는 것이 우리가 세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공연히 뻥튀기된 가짜세상의 측면이 강하고 서머힐은 물론 학생들의 부모들이 돈을 내어서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그밖의 면에선 거기가 진짜 세상처럼 여겨지는 것이었다.. 예전에도 고교졸업을 두고 사회에 진출한다는 표현을 쓰곤 했지만 과연 그 진출한다는 곳이 머 짜다라 볼 거리나 있는 곳인지 요즘 내 느낌으론 좀 회의적이다. 우리가 세상이라는 곳은 알고보면 그냥 하루 두끼 식사를 해결하는 논밭과 같은 곳이고 또 무의식적인 관념이나 의미들이 망을 이루고 있어서 무언가 그럴 듯해 보일 뿐이다. 정작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고 인간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는 서머힐에서 더 잘 배울 수 있다. 기독성서에서도 음식에 소금이 안들어가면 무슨 맛으로 먹는가 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 대략 기억되고 중용에서도 중용의 맛을 알아서 한동안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말이 나온다. 학교공부라는 것은 필요할 때에 하면 단기간에 얼마든 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서머힐에선 체득할 수 있다. 그래서 공부하라는 말을 아무도 안한다고 한다. 검정고시준비만 의무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소위 세상과 단절되진 않기에 그 와중에서도 욕심을 부릴 것은 얼마든 다 부린다고 한다. 채은의 부모도 정말 독특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삼남매를 모두 서머힐에 보냈으니 아마도 경제적 여유가 있기도 했겠지만 한국에서 장녀가 이제 20대 중반 쯤이라면 욕심에 찌들어도 얼마든 찌들 수도 있는 연령대일텐데, 평생에 단 한번도 공부하라든가 강권하는 태도가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채은이 강박적 사랑이 필요해서 전화를 하면 엉뚱하게도 힘들면 공부하지마,가 도리어 답이었다고 한다. 대개 한쪽 부모가 이런 대안적 교육관을 가져도 부모가 모두 이렇기는 힘들텐데 묘하게도 이 집은 부부가 모두 잔소리없는 사랑으로 서머힐에서 졸업하는 기간을 보아주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외국유학파인 것도 아니라고 한다. 외국생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되어 있다. 신기한 일이다. 사회적 안전망을 더욱 강력하게 확보하는 것을 인생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한국에 이런 부모가 있다니 정말 희귀한 일인 것 같다. 게다가 서머힐에는 장학제도가 없다고 한다. 마지막에 저자가 졸업하고 서머힐을 떠나는 장면이 묘사되고 있는데 그야말로 눈물바다에 정신이 혼몽할 지경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 공감이 가는 장면이었다. 아홉 살에서 18세까지를 살았으니 사실 상 그곳이 그의 고향이 아닌가? 1년에 3학기니까 방학도 세번이지만, 그래도 한 해의 대부분은 그곳에서 생활하였을 것인데, 성장기의 거의 전 기간을 보낸 고향을 떠난, 그 주체성을 보존하고 성장시켜준 그 고향과 가족을 떠나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사실 내가 보기에 우리가 가족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저렇게 서머힐처럼 살라고 우리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물론 10월 양태에 3년 유포의 기간을 포함해서 부모의 보호의무가 조금 더 강하긴 하겠지만 원래 부모와 자녀의 인연이라는 것도 서머힐에서 공동체로 살아가는 모습과 다를 이유가 없고,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서 개개인이 사는 방식과 관계에서의 자신의 처신을 배우라는 취지에선 전혀 동일할 것으로도 여겨졌다. 그나저나 야당대표가 비례대표순번의 앞을 자천했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왜 굳이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국회의원이 되어서 경제민주화를 위해서 하고픈 일이 있어서일까? 서머힐 졸업풍경을 달리 해석해보면 하늘나라에서 잘 살던 사람이 봉사하기 위해서 인간계로 하강하는 것과 비슷하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알렉산더 니일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공동체를 창안했을까? 요즘은 대안학교라는 곳들이 꽤 있지만 언제나 처음은 쉽지 않은 법이다.. 서기 1200년에는 주희가 서원을 창립하였고 기원전 5세기 경에는 플라톤이 아카데미아를 열었지만 정서적 자연스러움에선 서머힐이 앞서는 느낌도 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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