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자재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 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부감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무무명역무무명진

자유자재 란 法意는 잘 모르겠다. 다만 젊어 군 시절 한문공부 겸 익힌 반야심경의 기억나는 구절이다. 어쩌다 타이핑을 하노라면 시간과 때를 맞추어야 하지만 쉽게 마련되지 않고 정작 소주 한잔을 하고 나면 시상이 떠오르고 타이핑이 잘 된다. 그러고 보면 지난 십 년 전부터 타이핑 한 글들의 많은 부분들이 한 잔 술 후에 타이핑 한 것들이 적지 않다.

이튿날 불안한 마음에 평소보다 일찍 눈이 뜨여 허튼소리나 적어놓지 않았는지 걱정되어 일찍 간밤의 타이핑을 되 살펴 보면 의외로 오히려 평소에 마음속에만 담겨있던 생각이 정연하게 토설 되어있다. 올림픽육상의 신기록이 약물에 중독된 선수들의 방지를 위해 도핑 테스트를 한다더니 마약과 약물 속에 신기록이나 예술과 창의는 꽃피는 것이어서 일까?

작가나 문사 라는 단어는 매력적이지만 내게는 과분하고 文客이란 단어는 누구나 차용하기 쉬울 듯하다. 그림 잘 그리는 이 노래 잘 부르는 이가 있듯이 글 잘 쓰는 이들도 당연히 있겠지. 글읽기만 좋아해도 일기만 쓰는 사람이라도 문객이라 칭하여 과하진 않겠지.

바둑을 좋아하여 글읽기를 글쓰기를 좋아하여 오로 매니아 광장에 모인 문객들은 지난 10년 동안 글 쓰고 댓글 달고 격려하며 모이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했다. 젊어 대학시절 데이트 통로였던 종로2가의 데이트 기억은 안 남았지만 파고다 공원에서 만나 바둑을 둔 후 종로2가 햄버거 집에서 나눈 바둑문객과의 커피향기는 사는 동안 지속되겠지.

많은 사람들이 많은 글을 쓴다.

유력신문 신춘문예의 등단을 심사하는 위원장인 분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수많은 시인 제자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詩作이나 제자의 양성이나 바퀴벌레가 알을 까는 것과 다름 없다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팍팍한 세상에서 나 자신이 살아있음을 스스로 느껴봄 일까?

이 다음에 늙어서 읽을거리를 심심거리 파적으로 적어보는 것일까?

나의 여인에게 소통의 통로를 남겨두고 싶은 나를 이해시키고 싶은 노회한 술수일까?

지적이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원하는 그녀에게 그런 척 하려는 몸부림일까?

응급실에 약을 배달 가는 p에게 손을 들며 아는척하자 그는 다가와 말 한다.

“내가 나오니까 가깝게 그래요!”

내 관할 진단검사 의학과(임병)에서 전출을 약국으로 보냈더니 오히려 평소에 않던 대화와 아는 척도 하게 된다. 종로3가에 혼자 산다는 그에겐 직장이 생계의 끈이겠지. 인사를 안하고 근무시간에 자고 관련부서에서 지목을 당하고 해당부서 책임자는 귀갓길이 두렵다고 하기에 전출조치를 한 것인데 그는 약제 근무가 자유스러운가 보다. 진작에 대화를 자주하거나 술 한잔이라도 나누었더라면 소통이 될 수 있었던 부분도 적지 않았을 터인데 내 탓이군 싶다. 그를 내 임의로 잘랐더라면 그의 생사여탈에 내가 관여되었을지도 모르지. 자유자재가 쉬운 것이 아니군.

회사에서는 미관말직에 안 따르는 젊은이들에게 한계를 느끼며 나 혼자만이 쟌다르크가 될 용기가 없어 조용히 지낸다. 미래의 희망을 창조하려 노력해야 하지만 현실의 한계 속에 시간만 흐른다.

그다지 많이 남지도 않은 시간 속에 체력의 쇠퇴와 건강의 불안도 느끼며 환갑까지 병원에 순응하며 남아있을까 그렇게 밖에 안 되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처가 열심히 보고 있는 한국 드라마 속의 엽기를 넘어 괴기스러운 출연인물들과 저것을 썼을 작가라는 이들이 희한하다. 보통 한편에 2천 만원 보통 2억 정도라던데 저런 괴기물을 쓸 용기와 애청하는 遇衆들의 산물일까?

광장을 산보하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滿花亭(매니아광장)이라 칭하며 지킴이를 자처하며 광장수비대란 글을 올렸던 적이 그리 멀지 않았던 듯 한데 옛 전우들은 볼 수 없고 싸움과 소란만 가득하다. 산속 개울가에서 탁족을 하던 문객들은 소란을 피해 모두 사라졌는가?

몽상속에 棋香을 느껴본다.

나의 어려울때 피난처는 盤上이었고

棋友들의 격려가 가장 큰 힘이었었지.

받는것에만 그치지말고 마당을 빗질하는데라도 힘을 보태야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