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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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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15회] 4부 나타난 승부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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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오셨소?」 박 화백의 짐작대로 그 노인은 원장이었다. 「예.」 「몇 급을 두시는데?」 「그보다 원장님에게 여쭤 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씀해 보시구려.」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혹시 추동삼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습니까?」 「추동삼이라…… 뭐 하는 사람이오?」 「확실치는 않지만 내기바둑을 두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몇 살쯤 되는 사람인데?」 「원장님보다 조금 많거나 비슷한 연배일 겁니다.」 「유명한 내기바둑꾼이었소?」 「유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력만은 대단했던 걸로 압니다.」 「그래요?……가만 있자, 내 연배라면 김 영감이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 어이, 김형!」 원장이 기원 구석 쪽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원장이 소리를 지르고 조금 후에 구석자리에서 의자에 파묻혀 있던 웬 노인이 비실비실 일어난다. 노인은 방금 자다가 깬 듯 소매로 눈을 부비며 자세를 애써 잡는다. 원장이 와보라고 손짓하자 남루한 옷차림의 노인은 느릿하게 두 사람 쪽으로 다가왔다. 노인은 이미 술에 취해 얼굴이 불그스레했다. 「쯧쯧, 벌써 때렸구만.」 원장이 낮술을 때린 노인에게 퇴박을 준다. 노인은 오랜 세월 야통과 더불어 기원의자에서 잠을 자서 그러한지 어깨가 의자에 맞게 묘하게 굽어져 있다. 나이가 들어 그렇다고 보기엔 보면 볼수록 희한한 어깨다. 노인은 원장과 박 화백을 번갈아 쳐다본다. 「이 손님이 옛날 내기바둑꾼 중에 추동삼이라는 사람을 찾는 모양인데, 뭐 아는 거 없나?」 영감은 대답 없이 박 화백을 바라본다. 박 화백은 바짝 긴장했다. 표정만으로는 그가 추동삼을 아는지 모르는지 감을 잡기가 힘들었다. 잠시 후 영감이 입을 열었다. 「너무 옛날 이야긴데…….」 영감은 말끝을 흐린다. 「그 분을 알기는 아십니까?」 박 화백의 입술이 탄다. 「추동삼인지 누군지는 잘 모르겠고, 추 사범이라고 있었지. 그 양반 유명한 내기꾼이었어……. 우리가 한창 바둑 두던 시절이었으니까…… 벌써 30년도 더 지난 옛날 이야기지.」 「그분을 뵌 적은 있습니까?」 「우리 같은 잔내기꾼이야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나, 한 번 움직이면 전주(錢主)들이 줄줄 따라다니고, 장안이 떠들썩했는데…… 그 당시 바둑 좀 둔다는 사람들 사이에 그 양반 소문이 자자했지. 추 사범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럼 어르신네께선 추 사범이란 사람을 한 번도 뵌 적이 없었겠군요?」 궁금한 마음이 앞서서 박 화백이 다그치듯 묻는다. 「우리가 추 사범에 대해 아는 건 전부 떠도는 이야기지……. 워낙 유명한 사람이다 보니 그나마도 기억하고 있는 거요.」 영감이 추동삼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그의 말처럼 풍문에 가까웠다. 그리고 추씨 성을 가졌다고 해서 꼭 추동삼이란 법도 없었고 술에 취한 흘러간 기객의 말을 액면 그대로 다 인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원을 통해 추동삼의 연고를 캐내고자 애쓴 일은 별반 소득이 없었다. 석파 선생이 일러 준 또 다른 기원을 수첩에서 챙긴 뒤 영감에게 점심을 시켜 주고 기원을 나오는데 웬 사내가 박 화백을 뒤따라 나왔다. 「형씨, 나 좀 봅시다.」 40대 가량의 사내였다. 조금 전 기원에서 독립군들 틈에 섞여 있던 사내를 박 화백은 얼핏 본 것 같았다. 세수도 안한 듯한 푸석한 얼굴로 그가 말했다. 「뒤에서 형씨 이야기를 잠시 들었는데, 형씨가 찾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행여 내가 아는 사람이 형씨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그분이 누구시죠?」 박 화백이 절박한 심정으로 사내를 바라봤다. 「신 영감이라고 지금은 청계천에서 도장을 파고 있소. 옛날에는 엄청난 부자였는데 그놈의 내기바둑 때문에 건물, 땅 다 날리고, 쉽게 말해 깡통 찬 거지.」 「내기바둑꾼이었소?」 「전주였소. 이름난 내기꾼들만 골라 돈을 대주었지. 한때는 재미도 봤다던데 여기저기 엎어치기(선수들끼리 승부를 조작해 전주의 돈을 빼돌리는 수법) 맞고, 탕 맞고, 우리도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 결국 뻔한 종말 아니오. 좌우간 한번 찾아가 보시오. 선생이 찾는 사람은 차라리 그런 사람이 더 많이 알고 있을 거요.」 사내는 신 영감이 장사하는 곳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사내는 박 화백에게 한마디 덧붙였다. 「내기바둑꾼이 필요하면 날 찾아오시오. 시시한 전문기사 뺨치는 사람을 소개해 드리리다.」 말을 마친 사내는 횡단보도를 건너 사우나탕 간판이 붙어 있는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사내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신 영감의 가게는 찾기가 어려웠다. 이 골목 저 골목 한참을 뒤진 끝에 시장 길 모퉁이에 가건물로 지어 놓은 신 영감의 도장집을 발견했다. 박 화백은 구두수선점 옆에 붙어 있는 한 평 남짓한 신 영감의 작업실로 들어갔다. 신 영감은 바둑책을 한 손에 펴들고 복기를 하고 있었다. 복기에 정신이 팔린 신 영감은 박 화백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복기를 계속 하고 있었다. 신 영감의 착점하는 손맵시로 보아 그가 왕년에 뒷돈을 대는 전주였다지만 바둑 솜씨도 만만찮아 보였다. 「영감님!」 박 화백의 소리에 신 영감은 그제사 고개를 든다. 「영감님, 혹시 신씨 성을 쓰시지 않으십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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