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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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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8회] 2부 숨겨진 기보 한 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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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나로서는 이 기보에 대해 지금 당장 정확한 해설을 해줄 수가 없소. 좀더 연구를 해 봐야겠소. 이 기보 나에게 두고 갈 수 없소? 내 수일 내로 명쾌한 답을 보여 드리리다.」 김백훈이 솔직하게 항서를 썼다. 「이 원본은 제가 함부로 내돌릴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대신 제가 미리 준비한 복사본을 한 장 드리지요.」 박 화백은 미리 준비해 둔 복사본 한 장을 내밀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한 가지 부탁 말씀을 드리자면 비록 복사본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함부로 유출하지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행여 정 국수님의 명예에 흠집이 남을 수도 있는 일이니.」 「알겠소. 그나저나 의문이 많소. 어찌하여 이런 정도의 기력을 가진 사람이 전문기사 생활을 안 했는지. 설사 전문기사 생활을 못 했더라도 지금 내가 수집하는 자료에조차 언급되지 못할 정도로 이름이 없는지. 그리고 어찌해서 정 국수님은 이 사람을 평생의 호적수로 생각하면서 지금에서야 뒤늦게 공개를 하시는지…… 이 모든 의문의 해답은 정 국수님이 쥐고 계신데……. 하여간 조만간 정 국수님을 만나서 이 문제에 대해 물어 봐야겠소.」 박 화백은 자신이 김백훈에게 해설을 부탁한 것이 자칫하면 문제가 커져 정 국수에게 누가 되는 행동이 아닌가 걱정되어 그를 말릴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어떤 면에서 김백훈을 만난 것은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행위가 될 수도 있었지만 바둑판과 기보를 자신에게 맡긴 이상 정 국수는 그 처리와 방법까지 자신에게 전담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설사 추동삼을 찾는 과정에서 어떤 불협화음이 일어난다 해도 그것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정 국수는 아닐 것이다. 박 화백은 뚜렷한 성과가 없이 김백훈 7단의 바둑 연구실을 나왔다. 속절없이 며칠이 흘렀다. 전날 과음한 탓에 아침 늦게까지 자고 있던 박 화백은 김백훈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들떠 있었다. 「박 화백, 나 좀 만납시다.」 그의 들뜬 목소리와 다짜고짜 만나자는 말에서 박 화백은 자연스럽게 정 국수를 연상했다. 「왜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전화상으로는 내용이 길고 아무튼 만나서 얘기합시다. 내 박 화백 화실에 들르지요.」 「알겠습니다.」 찬물로 세수를 하고 나니 정신이 좀 맑아졌다. 박 화백이 서둘러 화실에 도착하니 문 밖에 김 7단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화실의 문을 따고 들어가자 화실 전체에 배어 있던 묵향이 코끝에 와 닿았다. 「항상 그렇지만 묵향이 좋군요.」 화실 한켠에 마련된 의자에 김 7단을 안내하고 박 화백은 녹차를 준비했다. 손바닥으로 주발 속 물의 온도를 가늠한 후 적당히 우려 내어 찻잔에 나누어 부었다. 박 화백이 내 온 녹차를 들며 김 7단은 박 화백 앞으로 쪽지 한 장을 내밀었다. 쪽지를 펴자 예상대로 추동삼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추동삼 본적 : 경북 봉화군(奉化郡) 봉성면(鳳城面) 외삼리 723번지 주소 : 서울시 성북구 삼양동 279-35 「추동삼은 의심할 여지 없는 실존 인물이었소.」 그 동안 김 7단은 나름대로 추동삼이란 인물에 대해 추적해 온 것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알아냈습니까?」 어쨌거나 추동삼에 관한 김 7단의 정보는 박 화백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너무 지나친 기대를 가지지는 마시오. 거기 있는 기록이라고 해 봤자 1959년의 기록일 뿐이니까. 한일기원에 있는 해묵은 자료철에서 찾아낸 거요.」 「한일기원? 추동삼씨가 한일기원의 자료에 언급되어 있단 말입니까?」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추동삼은 1959년 입단 대회에서 전승의 성적으로 입단하여 한일기원의 기사가 되었소. 그리고 몇 개월의 기사 생활을 하다가 그는 협회로부터 제명을 당했소.」 「제명? 그건 또 뭡니까?」 「그 당시엔 기사들이 바둑으로 살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입단을 하고도 그만두고 떠돌아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었소. 그러다 보면 자연히 기전에 불참을 하게 되고, 기전에 참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전문기사직은 자동으로 박탈됩니다. 추동삼씨도 아마 그렇게 된 모양이오.」 「그렇게 제명당한 사람 모두 단 한 번의 공식 기전에도 참가하지 않고 그런 경우를 당했답니까?」 「대부분 기전에는 참가했지만, 생활이 안 되어 떠났다고 봐야겠지요.」 「그럼 추동삼씨가 바둑을 둔 기록은 없습니까?」 「입단 후 다른 전문기사들과 대국을 가졌는데 그게 놀랍게도 16연승이었소.」 「16연승!」 「파죽의 16연승까지 가자 기존의 기사들이 그를 두려워했던 모양이오.」 「당시 정 국수님의 입지는 어떠했습니까?」 「당시에 정 국수님은 입단한 지 4년 만에 3단으로 승단하고 차세대의 선두주자로 이미 그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소.」 「추동삼씨가 둔 기보는 남아 있습니까?」 「남아 있는 기보는 없었소. 기원 관계자들도 너무 오래 된 일이라 기억을 못하더군요. 그 당시 명부에는 추동삼씨의 거주지와 그 해 16연승을 했다는 기록이 간단하게 표기되어 있었소.」 박 화백은 애초부터 추동삼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다. 김백훈을 통한 추동삼의 간단한 약력도 그를 찾는 데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없었다. 헤어지기 전에 김 7단이 한마디 덧붙였다. 「기보는 시간이 충분치 못해 확실한 정리를 해줄 입장이 못 되오. 그리고 이건 내 예감이오만 지금 최정상의 기사 한두 명 외에는 그 기보를 시원스럽게 해설할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그들에게도 어려운 일일지 모르고…….」 김 7단의 말은 기보에 대해 백기를 드는 것으로 들렸다. 그의 항복 선언으로 인해 박 화백은 추동삼이라는 사람에 대한 신비감이 한층 더 고조되었다. 다음날 박 화백은 김백훈으로부터 입수한 주소대로 추동삼의 현 거주지인 삼양동을 찾아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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