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쟁선(棋者爭善)11, 글 읽는 희열!

월간 바둑 과 월간 바둑세계 는 매월 읽는 즐거움이다.
꽤 오랜 전에도 비좁은 바둑계 에 월간지 가 둘씩이나 존재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월간바둑은 주류를 대변하고 바둑세계는 조치훈 후원회 라는 이름으로 편집된 것으로 기억된다.

주로 일본바둑 소식이 많았던(당시로는 세계의 소식이랄 수 있는)바둑세계!
항상 그 소식이 그 소식이고 두 세달 전 이야기만 하던 월간바둑! 그래도 물론 감로수 마냥 표지화면부터 젤 뒤 편집자 후기까지 몇 번씩을 정독하던 기억이 새롭다.
아~ 20년 전쯤에는 아마 단증 승단비 아끼려고 매월 출제되는 단급문제 도 풀어 엽서로 보냈던 적도 있었던 것 같고.

요즘 신문들은
원래 두툼한 미국신문들 흉내를 내서인지 꽤 많은 지면에 스포츠, 문화, 사회 등 엄청난 양을 요일 별로 특집을 만들어 보낸다.
토요일이면 책의향기! 니 Books! 니 하며 서평과 신간소개 등은 여러 중앙지 에서 볼 수 있지만 조선일보 의 북스 는 그 중 항상 기다려진다.

기료 2~3십 원 하던 시절에 700원 이었는지 주고 사보던 일본 월간 바둑지 圍棋. 중딩 빡빡이 명동 딸라 골목에 매월 가서 사 모은 것이 46권이었었지.
미국이민시절 코리아타운 도서관에서 빌려보던 월간바둑 지.
일주일을 대여해주면 읽고 또 읽고..
우연히 몇 년 체류하던 필리핀 에선 백화점내의 미국에서 무상으로 받은 중고 책들을 파는 서점에서 10 페소(약300원)에 사서 읽던 수많은 책들..

모리스 의 벌거벗은 원숭이 와
아놀드 토인비 의 역사의연구 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었고 죽기 전에 원서로 읽어 보는 것이 조그만 나의 꿈이 되었지.

대학시절 길을 걸으면서도 책을 보며 시간을 아꼈었지..
지금의 처를 처음 만난 곳은 축제날도 여느 때처럼 책을 읽던 도서관이었고

미국이민시절 기원의 절친한 형님이 가방 끈이 긴 것 같다고 한신 말씀으로 노력의 보상은 받은 것인지?

지금은 추석 밑 9월이지만
철 지난 6월19일자 조선일보 Books 를 다시 뒤적인다.

"책은 멸종직전.. 인간의 홀대로 죽어가고 있다" 조란 지브코비치
"글로 마음을 훔치는 큰 도둑, 이청준"
"다빈치 코드" 예수는 정말 결혼해 아이를 낳았나"
"장영희 의 문학의 숲" 친구 라는 단어 companion-옛날 영어교과서 이름 이기도 하지만-은 함께 빵을 먹는다 라는 뜻 이란다.

내가 사람임을..
내가 살고 있는 명분을 느끼게 해주는..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글 들이다..

일요일오후의 한가한 병원에서
안조영 이세돌의 기보를 보고 또 다시 보며
바둑세계가 기보 해설은 월간바둑보다 낫다는 생각을 해본다.
최철한 박영훈등 유명인사들의 기보만 관심이 있었는데..
안조영 대 이세돌 기보를 보며 많은 것을 새삼 느낀다.
한국기원의 데이타 베이스가
"안조영"이라고 클릭을 하면 그의 기보만 쭉 볼 수 있을지 혼자 생각해본다.

세계최고의 공격수 라는 유창혁 이나
철의 여제 라는 루이 의 무서운 공격력.
포스트 이창호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한 최철한.
유명인사 들의 화려한 면면에 가려
내실 있는 성적을 보여주며 "반 집의 승부사"라는 별칭을 듣던
안조영 프로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인가?

파우스트 보이 지드 걸 이라는 옛말처럼 읽지도 않는 책을 폼 삼아 끼고 다니던 시절의 루이제 린저 나 사강의 책에선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고

일본월간지 위기 의 본인방 시대 고전기보 에서도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은 없었는데..

지난 30년 동안 기력이 늘지 않았던 이유가 그것이었는지..

이제는 기보를 보며 희열을 느낀다.
아하~ 바로 이것이다.
조치훈 박영훈의 기보 보다는 최철한 조혜연 안조영의 기보에서 부딪치는 치열한 삶을 느껴보고

신문부록 타블렛 판에서 서평과 안내에서 이제야 인생의 지혜를 재발견 하게 된다.

선현들의 말씀이 옳았는가?
남아수독오거서

끝. 2004/9/21

기자쟁선(棋者爭善) 시리즈[현재24 편 끝]
---(1)자신감과 교만함
---(2)우위의 견지
---(3)한류열풍바둑 04/6/4
---(4)한류열풍문..오로바둑동개설 04/6/6
---(5)오로예찬 04/6/24
---(6)개백사건 판결문1 04/8/26
---(7)상동2 오로에 바랍니다~
---(8)상기 건 댓글 어록
---(9)관전의 변!
---(10)오로말과 탕젬골, 강호 문파들..
---(11)글 읽는 희열! 04/9/21
---(12)수현과 정현!
---(13)하나의 돌, 한마디의 말! 04/9/20
---(14)젊은 바둑인 04/10/22
---(15)오죽선 여류축제 04/10/31
---(16)사범님 vs 아저씨 04/11/22
---(17)뚝딱거림 05/1/12
---(18)옛날바둑 05/2/10
---(19)어려운 바둑 05/3/6
---(20)단체전바둑 05/3/14
---(21)싸이질과 오로 05/4/26
---(22)글이 없던 날 05/5/1
---(23)13세의 어린이날 05/5/5
---(24)번민과 위안 05/5/1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