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물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노라면 독락당(獨樂堂),이 나온다.

 
                                              
아담하고 호젓한 도덕암
이절은 신라 35대 경덕왕(742~765년) 때 세운 천이백년 고찰로 전해지고 있다


모든 것이 빨려 나가는 듯.

가슴이 탁 티는 산하를 바라보며

무지한 눈에도 명당이라...

도덕산 도덕암에 이르기까지 옥산리의 주변 볼거리는 다양하다.

옥산리 마을의 고건축과 옛 정취를 즐기며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보면

주변 풍경의 아름다움에 발길이 머물게 하지만 딱딱한 시멘트길이라 아쉬웠고

암자까지의 좁고 우거진 숲길과 깎아지른 가파른 길은 험난한 세파와 같았다

숨이 턱에 차다가 곤두박질하기를 몇 번인가 되풀이 하고나서야 다다른 곳.

주변이 절벽 병풍을 둘러쳐 있고 넓은 반석 위에 무심한 듯 초연한 자태가

언 듯 작고 초라하게 보였으나 천년 세월의 터에서 지켜온 세월만큼 도도했다.

맑은 석간수가 두 곳에서 흘렀다 하나 이제는 그 줄기도 말랐고 고목 감나무며

느티나무와 추자나무의 나이는 짐작키 어려웠고 다만 이 터와 함께하다 언젠가

석간수와 같이 그 품에서 열반하리라 짐작했다.

인기척이 없어 우리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탁 탁 탁.

무심한 목탁소리에 간간히 새소리 물소리 끼어드니 그대로 교향곡이요

길어졌다 짧아지고 커졌다 작아졌다하니

나막신 신은 임 발자국이 되어 멀리서 다가오고 곁에서 멀어지는데

바람이 솔잎 비벼 부는 대금소리에 안개의 승무는 산사를 휘돌아간다.

여기 반가움과 그리움을 오가며 허공으로 띄워보는 내 편안한 상념들이

산이 되고 물이 되었다가 새가 되어 날아올라 뜬구름 한번 슬쩍 흘기곤

풍경에 내려앉아 흔들흔들 그네를 타며 내가 있어 절실하고 최선이었던

옹졸하고 수다스런 세상사 새삼 비웃어 본다.

저 아래 인간 개미들은 무슨 생각들로 이리저리 몰려다니나.

자기보다 몇 배 크고 무거운 짐을 이고지고 무엇을 위해 저리 바쁜가.

저 스님은 걸망을 차에 싣고 중생들을 밀치며 신작로를 바삐 오르내리고

승복이 날이 서고 주름이 없는 저 스님은 온종일 서서 손님만 치렀나보다.

그래. 여기 머리 깎고 장삼 입었어도 마음 더부룩한 이 더러 있고

저기 산 아래 산발하고 궁색해도 마음 정갈한 이 또한 없지 않으나

누가 있어 옥석을 가리고 성불을 가늠해 줄 것이며 무슨 소용 있을까.

어리석은 중생은 그러려니 그 경계나 오가며 스스로 느끼려할 뿐이다

마음 다하는 걸음이 정갈하지 않아 임의 눈에 띄지 않은들 또 어떠랴.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고적대에 들꽃들이 늘어서 흔드는 꽃잎 깃발과

개구쟁이 동자승 닮은 다람쥐와 사진 찍기 술래놀이에 나 홀로 정겨우니

잠시 세속을 잊는 중생에게 그들이 있어 산사길이 늘 설렘이 되는 것이다.

한나절을 마음만 출가하나 평온 속에 현실과 이질감으로 회의도 느끼고

그 마음 몸살로 몇 날을 다시 무기력해 하면서도 이제 일상이 되어가나

인연이라 느끼면 덧없이 달려가는 아직은 어리석고 무지한 반성의 길이

숙명이라 한들 그 누가 알 것이며 아니라고 한들 뭐라 설명할까.

어제의 어리석음을 깨달아 후회할 수 있음에 살아 있는 오늘이 감사하나

내일은 공통분모를 찾아 모두 약분하고 완전연소 할 수 있을지 묘연하다

바라건대 

자연의 순리를 배워 매사에 욕심이 앞서 생기는 조급증을 버릴 수 있고

좋은 생각 발원하고 습관처럼 행하여 잃어버린 여유를 찾는 날까지

행여 현실의 비웃음이 두려워 타협하거나 나를 속이지 말 것이다.

2011.11.21 도덕암에서. 法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