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꿈속의 계시

토요일 오후 1시 장애인시설의 목욕봉사나 환경미화 빨래 등을 하러 S의료원의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병원에서 제공해 주는 통근버스로 떠난다. 간호사, 의사, 임상병리사, SN(간호대 학생), 학사(신부과정 대학생), 각 부서의 일반직원등 수많은 젊은이들은 평소 딱딱한 병원분위기와 다른 미지의 곳을 향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나선다.

가톨릭 계열의 규모 있는 장애시설, 정신지체인 시설 등 에서는 목욕봉사나 일반 청소 빨래 등을 돕지만 작은 비인가 장애시설들에서는 채혈과 Chest X-ray 포터블 등 간단한 검사와 진료를 돕는다. 성남이나 김포 인근의 작은 교회들에서 주변의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의료봉사 행사도 많이 열린다.

男超현상이어 장가를 못 간 청년들이 많아서 인지 염불보다는 잿밥처럼 봉사보다는 분위기에 이끌려 오는 청년들이 많다. 그래도 항상 남녀 비율은 2:8로 젊은 여성들이 많다.

봉사활동 시간을 마친 후 해당 시설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하거나 근처 식당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교류의 시간은 활기가 넘치고 평소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면서도 몰랐던 사람들과 친해지게 된다. 응급실에 근무하던 훤칠한 큰 키의 젊은 미남인 남직원은 암센터 주사실에 근무하는 여직원의 소개로 그 친구와 결혼에 골인하였다. 그 소식의 여파인지 약국이나 임상병리과에 근무하는 늙은 노총각들도 불원천리 봉사활동에 빠지지 않는다.

병원에 입사시험을 치러 합격을 하고도 발령까진 몇 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간호사들을 위해 간호영어, 러시아語(임상영어회화)를 저렴하게 강좌를 열어 병원실무에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 작년 외국인 환자가 7,200명 이었고 올해 JCI 국제규격인증을 받으면 외국인 환자는 더욱 급증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젠 병원내의 수많은 외국인 환자들도 낯설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봉사센터 사무실 Space를 활용하여 강의를 하니 어학에 관심이 있던 예비간호사와 간호사들은 봉사에도 자연 관심과 참여를 하게 된다. 미국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 각 국에 나가 현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선배 간호사들의 소식은 사회초년병 간호사들에게 꿈을 심어주기도 한다.

Big Three, Major Five 등으로 불리는 다른 대형병원의 간호사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것도 요즘 젊은이들에겐 매력적인 일인가 보다.

대형병원들은 의사 간호사 등의 정규직 외에 미화, 주차 등은 아웃소싱 업체에서 인력 파견을 받는다. 간병인은 그동안 조선족 여자들이 있었지만 AN(여자 보조원)은 거의 간호사에 버금가는 난해한 업무와 영어 해독력 등 전문성이 필요해 조선족이 없었는데 이젠 이 분야에도 많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봉사센터에서는 의료강좌를 통해 외국인근로자의 의료분야 취업을 돕는다.

한동안 강남 파출부들을 아이 영어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며 필리핀 여인들을 선호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외국인근로자들의 간병 업무교육과 소개 등은 간병인과 환자 모두에게 절실한 일이다..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이것도 해야 하고 저 것도 해야 하고 어느 것부터 시작할까?

급한 마음에 일어서야지 하며 정신을 차리니 침대속이다.

작년 2월말부터 다시 병원에 복직하여 그동안은 15개월 동안 직원90명의 셋업에 전념하느라 쉴 틈도 없이 정신없이 보냈다. 그동안 주변에 빚진 것을 갚느라 더욱 경황도 없었다.

이제 모처럼 토요일 오전 오피스텔에서 일찍 일어나 청소를 하고 엊저녁 사무실을 같이 쓰겠다며 오기로 한 이가 혹시 아침에라도 오지 않을까 싶어 기다리다가 문득 잠이 들었었다.

Office Space 를 Share 하여 약간의 돈을 탐하는 것 보다는 이제 다시 전처럼 움직이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인데 라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꿈속의 계시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