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00, 老少同樂(노소동락)

나도 작가 고성모임의 기행3편을 끝으로 바둑일기 1부 백 편을 마감합니다. 07/5/13 바둑일기 1편을 쓰기 시작한 이래 08/7/16 100편을 마무리 짓게 되어 저 자신의 기대보다 빨리 많이 남겨놓게 되었습니다.

오로의 글벗들과 나도 작가 코너의 발족으로 望 외의 기록을 남기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나작 모임의 후기로 백 번째 일기를 마감하여 더욱 뜻 깊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오로 운영진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고성기행(3/3),

인구 8천이라는 작은 읍 고성에 기원이 있는 것은 의외였다.

버스정류장 앞의 요지 2층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김일성 별장이 있었다는 화진포와 최북단의 통일전망대, 금강산 육로관광객들의 출입으로 이동인구와 관광객, 여름의 해변을 찾는 이들은 무수하겠지만 실제 주민들은 어업과 관광종사 생업에 바쁘실듯하다.

선비만석님처럼 바둑을 사랑하는 분들과 고성군청 기우회의 애호가들의 열의 속에 전국적으로 거의 기반이 잠식되어가는 바둑 계의 최전방 초소 기원이 진지를 외로이 사수하고 있나 보다.

동해 바닷가에 면한 고성군청은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나다. 동부전선 최북단에 행정력의 위용을 과시하려는 정책당국의 의도였을까?

작은 포구에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얼음을 실어 올리며 그물을 고치고 어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회집에는 1kg에 6만원 이어 포구 좌판 아주머니의 큰 함지박에 담겨있는 해산물들을 고른다. 오징어 3천원 세 마리, 멍게 5천 원어치, 문어 3천원, 다듬는 값 2천원에 삶는 값 3천원을 주고 구멍가게에서 소주 2병과 고추장을 사선 포구 한 켠 좌판 바닥에 앉아 6시 반 예정으로 모일 글벗들을 기다린다.

아침 10시 서울 잠실 lotte 에서 태평역 님의 승합차로 3쿠션과 나 셋이서 온 길은 천천히 중간에 진부령 밑에서 황태 국밥을 맛보며 왔어도 세시 이전이다.

안내된 일정의 첫날 저녁은 횟집에서 만찬을 하기로 했으니 그전에 굳이 회를 맛볼 필요는 없지만 포구의 첫걸음은 역시 다찌노미의 소주 한 잔일까?

고성기원에서 선비만석님과의 대국은 2차전이다.

八公山(팔공산) 에서 떠나던 날 아침 대국에서 빈삼각 두 개의 완착에 어렵게 이겨보았지만 힘으로 압도하는 싸움바둑의 진수를 보이는 만석님의 칼날에 스러지는 그시절 님과 그 외 여러 대국을 관전을 하여 더욱 조심스레 다가선다.

돌을 가려 흑번으로 길게 가는 바둑으로 이끌어본다. 이제는 내 스타일을 간파하셨는지 접전이 아닌 집내기로 긴 국면이 전개되며 어느덧 종반인데 덤이 나올 것 같지 않다.

마지막 승부처로 패를 내며 우상 쪽의 중앙 집을 보강하며 6집 반을 남긴다.

승패에는 연연치 않으실 만석님으로 보이지만 승리를 위해 조심스레 운석을 하셨는데도 승부가 갈리자 아쉬우신듯하다.

반상을 마주하면 어떻게든 이기려 하는 승부에 집착하는 나의 문제일까?

지는 것은 생각도 못해보며 이겨야만 된다는 나의 아집일까?

정작 세상일에서는 항상 잃고 지고만 살아온 것 같은데.

경향각지에서 이곳 동해안 최북단 고성까지 모인 글벗들과 가족들 오로의 관계자 총 18명. 멀리 미국에서 잠시 귀국하셨다가 참석하신 71세의 그대그시절 님과 사모님의 회갑연도 미룬 채 부부동반 참석하신 당근돼지님 내외, 23세 라는 연구생출신의 기자 이도윤양, 이청 작가님외 사모님과 초등2년의 성아. 노소동락이라더니 저녁만찬의 해녀횟집 속 분위기는 화기애애로는 형용이 부족하다. 아쉬움은 숙소인 펜션 정자에서 새벽3시까지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자리를 같이 못한 오로 광장의 나작의 여러 글벗들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다.

더 보람찬 내일의 바둑을 위해 평소 몰랐던 현황과 문제점들도 이야기를 듣고 잘 안다 생각했던 나조차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고 더 노력과 이바지를 해야겠구나 하는 분발을 느낀다. 작은 오해가 있었던 글과 댓글, 유저들간의 오해 등 많은 매듭이 절로 풀리며 서로 이해를 돕는다.

발걸음을 내기가 쉽지 않았던 나로서도 어렵게나마 이곳에 동참한 것이 다행스럽다. 조금 더 애써서 처도 같이 왔었을걸 후회막급이다.

지난 40년의 바둑사랑이

지난 몇 년간의 운신의 정열은 몇 해 전 조령 글벗모임에서 얻은 바이고

이제 이곳 화진포에서 내 남은 여생의 바둑사랑을 이어갈 확신을 얻은 것이지.

매일 접속하던 오로 글판의 이름 모르는 얼굴 모르는 이들이 더욱 정겨워지겠지.

바둑을 사랑하듯이 바둑 벗들을 신뢰하겠지.

아수라장 이라는 온라인조차 사랑 속에 신뢰하며 감싸는 네티즌들이 바둑인 이겠지.

이 자리를 같이한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오로 바둑사이트의 무한한 발전과 성취를 기원하며.

선비만석, 이청 작가님 외 사모님과 따님 성아, 영바모, 3쿠션, 팔공선달, 그대그시절, 선비무도님 내외, 도리124님 내외, 당근돼지님 내외, 태평역, 오로 정용진이사, 오로 이도윤 기자, 소라네 총 18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