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奉事 11, 올림픽, 바둑

광복절 연휴여서 평소보다 적은 기원의 손님들은 더위에 바둑은 멀리한 채 티브이 속 올림픽 중계에 열광한다.

평소 잘 볼 수 없던 탁구중계이다. 어렸을 적에는 쉽게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검소한 게임이어 이곳저곳에 탁구대도 많았었고 탁구라켓 하나씩 일제라며 들고 다니던 친구들도 기억난다. 서브는 다섯 개씩 이고 21점이 게임이었는데 두 개에 11점으로 규칙이 바뀌었나보다. 결승전을 보려면 세 시간씩 걸리던 단점을 현대취향으로 속공과 공격 중심으로 바꾸려는 노력인가보다.

바둑판위에서는 최근에야 인터넷의 영향으로 10분 대국에 초읽기 세 개 등이 있지만 저렇게 올림픽 차원에서 세계적 합의 속에 발전을 이루려는 노력은 없었을 듯싶다.

몇 십 년째 변함이 없는 옛날 그 모습 그대로의 기원. 요즘 그 흔한 노트북하나 연결해 놓은 기원을 찾기도 하늘에 별 따기일 것이다.

몇 시간을 티브이만 보며 기다리다 간신히 한 판을 두곤 일어선다.

빨리 써 글!

피시방의 분위기는 정겹다. 문을 열자마자 전체가 pc방이다. 이런 규모로 차려야 현대식 경영이겠지.

짱구 짱구!

답안지를 받아든 수험생의 고민일까? 답을 채워야 하는데 모르겠다. 시상이 떠 오를 때 바로 써 내려야하는데 순간을 놓쳤다.

산보삼아 처와 나와 피시방에 들린다. 무언가 쓸 것이 떠올랐는데..

올림픽중계방송의 티브이 채널은 다양한 경기를 소개한다. 유도 양궁 야구.. 평소 잘 알던 경기도 있지만 전혀 관심이 없던 경기들도 많다. 세계대회 6연패를 했다던 양궁은 7연패의 문턱에서 무너지는 안타까움이 아닌 저런 발전이 없는 과거의 답습이니 쓰러지는 것이 당연하지 싶다. 양궁역시 18발을 12발로 줄여 속도감과 집중력을 추구하나본데 과거의 영화에만 빠져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겠지. 바둑계의 현실이 다시 안타깝다.

해설위원이라는 과거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아나운서 옆에서 열심히 설명한다. 비가 오던 눈이 내리던 홈 경기장에서 연습을 했기 때문에 중국선수들은 저렇게 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뱀을 옷 속에 넣어가며 관중들의 소란까지 감안한 모든 예상 가능한 환경을 설정한 연습을 거쳤기에 우리 팀은 어떤 환경에서도 이길 수 있다던 말은 립 서비스였나?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 평소와 달라서 제 성적을 내지 못하고 무너진 것일까? 비바람 부는 날엔 한 번도 연습을 안 해본 것일까?

테니스게임에서 윔블든 우승의 스페인 선수 나달은 준결승전의 시합을 잘 지켜낸다. 서브와 발리가 대명사이던 테니스조차 지루한 랠리의 스트로크와 인내의 시험자인 듯하다. 정말 작은 차이 하나가 챔프와 패자의 명암을 가른다. 스매싱은 점수의 확정인데 스매싱조차 받아내는 현대 테니스의 끈질김은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여 올림픽의 승부를 가른다. 인내는 저리 중요한 삶의 요소일까?

바둑의 선착의 효는 6집반으로 계산된다. 흑번은 필승지세로 선착의 효를 지켜야한다. 테니스의 서브는 자기 게임을 지켜야만 한다. 서브 앤드 발리의 화려한 모습이 아닌 서브후의 지루한 랠리에도 인내하며 선착의 효는 지켜야 하니 현대 테니스는 더 어려워진 것일까? 세계대회엔 16강에 들어간 것이 전부인 한국테니스에 비하면 한국 바둑의 위상은 높다. 테니스는 체력의 싸움이고 바둑은 머리의 싸움이어서 일까?

배트민턴 게임은 테니스와 유사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서브와 푸싱 스매싱 비슷한 단어도 있지만 스케일이 작은 것일까? 너무나 빨리 모든 것은 변하는 것 같다. 스매싱은 끝맺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는데 여자 복식에선 아무리 스매싱을 하여도 상대는 받아낸다.

남자들의 게임에선 스매싱은 게임을 매듭짓는 결정타인데. 스매싱은 옛날의 포화이고 이젠 현대의 스매싱은 점프를 한 상태에서 고공에서 찍어 내린다. 가공할 파워이다. 그럼 그렇지. 스매싱은 막을 수 없는 결정타인데 여인들의 배트민턴 게임에선 쉽게도 막아내더만 남자들의 게임에선 결정타이다.

결정타인 스매싱 조차 고공에서 점프를 해 찍어내리니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여자 대표는 섬세함과 끈질김으로 막아내지만 점수 차는 벌어진다. 중국 여자선수들의 강공은 심판의 편파적 도움보다도 그들의 끈기와 노력이 더 돋보인다.

마치 남자선수들 마냥 점프를 해 찍어 내리는 스매싱은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내며 올림픽의 금메달을 기약하던 중국 여자 선수들의 노력의 결과 아닐까? 변화하는 세상에 뒤떨어지지 않으려 한번 뛰어 올라보는 것조차 시도해보지 못한 선수라면 필패가 사필귀정이지.

한국여자 배트민턴 감독은 점프스매싱을 안 가르쳐 본 것일까?

중국선수들의 자신감과 투혼은 두려움마저 들게 한다. 양궁에서 탁구에서 배트민턴에서..

젊은 신예들의 노력과 감투정신도 중요하겠지만 코치와 감독 선배들의 안목과 노력 세계적 기술발전의 이해 등이 절실히 필요할 것 같다.

바둑계에선 선수층을 이끌, 지도 할 오피니언 리딩그룹(Leading Group)이나 코치 감독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수십 년 전 사고방식 그대로 일 것 같다.

변혁을 두려워하며 과거에만 안주할 때 그 종목은 올림픽에서 제외되며 세계인의 관심 속에서 사라지겠지.

끝.

심 奉事 시리즈 목록:

1. 시작하며       08/5/11

2. 개안           08/5/13 심청전이야기 外

3. 흑인장님가수   08/5/15 레이챨스, 차민수4연승 外

4. 봉사 단청 구경 08/6/10 행가네, 헬렌켈러 外

5. 구닥다리 교수  08/6/11 심리학교수, 헬렌켈러

6. 쇠고기 국       08/6/19  오이디푸스, 카잔차키스

7. 滿花庭(매니아광장) 08/6/22 평론가 유종호, 사문난적

8. 戰 城 南          08/6/24  소설가 김탁환, 이태백
9. 양풍청년          08/7/8
10.영생과 신화      08/8/15
11.올림픽, 바둑     08/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