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상에서 알게 된 지방에 사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기회가 있었다.

그곳으로 찾아가는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세사람이었다.

한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다른 한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적었고..

이 분들 역시 사이버 상에서 알게 되어 오프에서 몇번 만난.. 형님 동생으로 부르는 관계였다.

출발은 따로따로 하였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만남의 장소는 터미널이었다. 

고속버스 시간표때문에 부득이 약속 시간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버스 안에서 전화를 하였다. 약속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그 분께서 알겠다고 도착 시간에 맞추어서 나오시겠다고 한다.

터미널에 도착하고 잠시후 그 분과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그 날 처음 뵙는 분이었다.

사이버 상에서 나보다는 나이가 많은 분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나머지 두 사람의 상황을 알기 위해서 연락을 하신다.

한 분은 기차로.. 다른 사람은 버스로.. 오고 있다고 한다.

그 분께서 식사는 했냐고 하시면서.. 장소에 가서 다른 분들 도착을 기다리자고 하신다.

터미널에서 가까운 고기집이었다.  

소주 한잔 하는 중에 동생(?)이 먼저 오고.. 조금 있다가 형님이 오셨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었기에 4명이 화기애애하게 소주와 더불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2차를 간 곳은 카페였다. 홀에 노래할 수 무대가 있는 곳이었다.

노래와 춤과 술로 다시 한번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적지 않은 술을 먹었다.

방문객의 잠자리를 위해서 그곳에서 꽤 시설이 좋은 찜질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리고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때가 대략 새벽 2~3시경? 이었지 싶다.

저녁부터 찜질방까지 모든 비용은 그 분이 다 해결하셨다. 큰 신세를 지었다. 

아침이 되었다. 어제 먹은 술때문에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억지로 일어났다.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니 두 사람이 안 보인다. 나야 원래 늦게 일어나니 벌써 일어났겠지..

생각하고 씻으러 밑에 층으로 내려와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 입구에서 형님을 뵈었다. 이미 씻고 나오는 길이었다.

욕실에 들어가 몸을 씻고 나와서 옷을 갈아 입고.. 그리고 일행을 찾았다.

조금 있다가 동생을 만났다. 이제는 형님만 찾으면 되었다.

형님은 나보다 먼저 욕실에서 나온걸 아니까.. 이미 갈 준비를 다하고 어디엔가 계실 것이다.

그런데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안으로 들어가 수면실이나 찜질방, 식당 등 모든 장소를

찾아 보았지만 찾지를 못했다. 혹시나 찾아보지 않은 곳이 있었을까.. 다시 한번 더 샅샅이

찾았지만 보이지가 않는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였다.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메세지 소리만..

이제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다시 한번 그 찜질방 전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찾지를 못했다. 초대한 분에게 전화를 하였다. 혹시 무슨 연락 받은거 없으시냐고..

연락받은 거 없다고 하신다. 틈틈이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꺼져 있다는 메세지 소리만..

찜질방 바깥에서 둘이서 큰 돌에 앉아서 어떻게 된 일인지..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다.

무슨 사고라도 난 것은 아닐까.. 별별 쓸데없는 걱정까지 들었다. 

만일 우리가 그냥 떠나고 난 뒤에 뒤늦게 어디엔가 아침 산책이라도 갖다 와서 우리가 먼저

간 걸 알면.. 얼마나 섭섭해 할까. 전화는 꺼져 있지.. 참으로 답답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고속버스가 자주 있지 않기때문에 11시인가 버스를 못타면 1시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형님에게는 죄송하지만.. 터미널로 출발하기로 하였다.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하여 표를 끊고 잠시 시간이 남아서 둘이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버스 출발 시간이 되어 올라타고.. 버스는 서울로 출발하였다. 

버스 안에서 다시 그 분에게 전화를 하였다. 형님으로부터 연락이 없었냐고.. 없었다고 한다.

저희는 고속버스를 탔고 출발하여 가는 중이고.. 어제의 후한 대접에 감사 인사를 드렸다.

어제의 술로 몸이.. 형님을 못 찾은 것에 마음이.. 심신이 피곤했다. 잠을 청했다.

이 노선 고속버스는 서울까지 오는 길에 한번 휴게소에 들린다. 휴게소에 도착했다.

화장실과 담배를 피우기 위해 안전벨트를 해제하고 자리에서 일어서 앞을 보는데..

깜짝 놀랐다. 저 앞쪽의 자리에서 일어서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니.. 바로 아침에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형님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여러가지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반갑고..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동생들에게 일언반구없이 먼저 사라진 것이 이 버스를 타기 위해서란 말인가..

자신이 피곤하면 동생들도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전화라도 끄지 말고 받아서 먼저 간다고 말하면.. 그거 가지고 뭐라 하겠는가..

그런줄도 모르고 그토록 찾아 헤매고 걱정한 우리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불렀다. 그리고 서로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렸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다.. 우리가 자신이 없는 것에 대해 당연히 걱정을 했으리라고 생각이

든다면 뭐라고 미안하다는 사과의 표시는 했어야 했다. 그때 그 사람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신뢰나 의리 따위는 개뿔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부하들에게 <돌격 앞으로> 외치고는 자신은 뒤로 도망가는 비겁한 지휘관을 연상케 한다.

그 때 나는 완전히 <맛이 갔었다>.

그동안 사이버 상에서 쓴 댓글이나 오프에서의 그 사람이 한 말들이 대부분 위선적이고

가식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의리고 정이고 사랑이니.. 그런 거는 지킬 가치도 없는 다 개뿔인 것이다.

결국 자기가 폼 잡을 때만 동생 찾고.. 사랑이나 믿음이 어쩌니 하면서 들먹이는 행태를 보인다.

그 사람은 같은 사이버 상에서 잠깐 갈등을 가졌던 사람에게 내가 상대해 준다고 야단을 친

적이 있었다. <인간같지 않은 놈>이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상대해 주는 내가 한심하다는 듯이..

그런데 어느 날.. 그 인간같지도 않은 놈하고 화해를 하였다고 하는 글을 보았다.

그 글을 보면서..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뿐이 나오지를 않았다.

나에게 짜증과 정색을 하면서 야단칠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는 사랑과 포용있는 사람처럼..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세상은 요지경 같다는 말이 아주 실감있게 느낀다..

이제껏 살면서 그런 일을 당한 것은 처음이며 정말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경험이었다....

PS) 그때 같이 있던 다른 후배는 나처럼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