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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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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29회] 7부 구한말의 대국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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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졌네.」 두꺼비란 별명을 가진 원세개(袁世凱)였다. 오척 단신에 두상이 크고, 목이 짧고 굵으며, 팔다리를 마치 목각 인형처럼 뻣뻣하게 놀리는 두꺼비와 흡사하여 붙여진 별명이었다. 벌겋게 물들었던 원세개의 안색은 어느새 정상을 되찾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바둑판 옆에서 초조하게 앉아 있던 문성공의 얼굴은 하얗게 탈색되었다. 이기다니…… 이기다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저 욕심 많고 사나운 두꺼비가 내일 입조하여 금상전하께 무례한 언동을 하면 어찌할꼬. 문성공의 시선이 약관의 청년 여목(余木)에게 쏠렸다. 원세개의 탐욕과 야망, 그 안하무인인 태도는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우정국(郵政局) 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갑신정변을 평정한 후 원세개의 오만은 하늘 높은 줄 몰랐다. 고종 19년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북양대신직례총독 이홍장(李鴻章)의 명으로 경군전적 영무처 차석으로 경성에 와서 대원군을 포로로 하고 임오군란을 진압하여 일본의 조선에 대한 야욕을 견제하는 데 성공한 후 원세개는 이홍장에게 그 능력을 인정받아 통리조선 통상교섭사의 직함으로 계속 조선에 주재하며 조선의 온갖 내정에 간섭하였다. 그러다가 김옥균, 박영효 등이 일본군과 손을 잡고 조선 최초의 우체국인 우정국 개축 축하연회를 빌미로 일으킨 갑신정변 때, 원세개는 청병 2천을 이끌고 궁중으로 쳐들어가 김옥균으로 하여금 3일천하의 막을 내리게 하였다. 그후 원세개는 조선이라는 반상 위에서 다양한 포석을 구사하며 조선의 내,외정을 제 마음대로 주물렀지만 고관대작을 비롯해 임금까지도 원세개의 전횡에 속수무책 뒷짐을 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 옛 조선바둑은 강하기로 청국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바둑을 사랑하던 청태종은 병자호란 당시에 삼전도의 굴욕을 이끌어 낸 뒤 주화파의 거두 이조판서 최명길(崔鳴吉)에게 뜻밖의 요구를 하였다. 「조선 제일의 바둑을 만나고 싶다.」 양반들 사이에서나 성했던 시(詩), 서(書), 화(畵), 기(棋)였다. 몇 명 물망에 오른 사람들 중에 두 사람이 뽑혔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청태종 휘하에 있는 청국 제일의 기사 용사흥(龍舍興)에게 연전연패, 전쟁에서도 지고 바둑에서도 패하는 치욕의 수모를 당해야 했다. 최명길은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비록 국력이 약해 조선의 순박한 백성과 많은 인명을 구하기 위해 청국에 항복해야 한다고 주장은 했지만 그것이 최명길의 본심은 아니었다. 힘이 열세인데도 불구하고 전쟁을 계속한다는 것은 민초들의 희생만 강요할 뿐이었다. 차라리 당장의 굴욕을 감수하더라도 착실히 내실을 다진 후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 바른 정치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바둑은 달랐다. 비록 몸은 굽혔지만 정신만은 굽히고 싶지 않은 게 최명길의 자존심이었다. 바둑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조선에 인재가 많고 적음의 척도였고 나아가서 정신적인 패배로까지 연결되었다. 그때 은밀히 최명길을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최명길과 반대편에 서 있던 척화파의 거두 오달제(吳達濟)의 직계인 무하(舞下) 백정상(白定尙)이었다. 척화와 주화의 기운이 조정에서 팽팽히 맞섰을 때 그는 어전에서, 「한낱 오랑캐 무리에 불과한 침략자들에게 어찌 성상께서 머리를 조아릴 수 있단 말이오! 대감은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오! 도대체 대감은 오랑캐의 신하요 아니면 조선의 국록을 받는 대신이오!」 하며 최명길을 향해 손가락질도 서슴지 않았던 다혈질의 선비였다. 그런 대쪽 같은 기질의 백정상이 최명길을 찾아온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영감이 여기까지 어인 일이신가?」 최명길은 온화하게 웃으며 백정상을 맞았다. 백정상은 거두절미하고 자신이 찾아온 뜻을 밝혔다. 「용사흥을 상대한 사람이 한 명도 이기지 못했단 소식을 들었소이다. 사실이오니까?」 최명길이 침중하게 대답했다. 「사실일세.」 백정상은 안색이 변하더니 한참 동안 최명길을 쏘아 봤다. 「서로 가는 길이 다르다 하나 대감이나 나나 다 똑같은 조선의 백성. 대감, 제가 그 오랑캐와 대국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소서. 제가 가서 그 오만한 오랑캐의 콧대를 눌러 주리다.」 조선의 바둑과 중국의 바둑은 그 시작과 규칙에서부터 달랐다. 조선의 바둑은 미리 반상에 열일곱 개 흑백의 돌을 놓고 백이 먼저 두는 순장바둑이었고, 중국의 바둑은 대각선으로 양 화점에 흑 백 각각 두 개의 돌을 놓고 두는 바둑이었다. 순장바둑은 이미 반상에 열일곱 개의 돌이 놓여 있기 때문에 초반부터 전투에 돌입하는 경향이 짙어 성격상 포석이라는 개념이 희박하였고, 중국의 바둑은 두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때로는 실리로 때로는 세력으로 변환이 용이하였다. 그리고 그때의 바둑은 중국 바둑의 규칙에 따라 두어졌다. 다음날 백정상과 용사흥의 바둑이 청태종의 막사에서 두어졌다. 시대가 달라 누가 조선시대 제일의 바둑인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강했다고 일컬어지는 백정상은 용사흥과 열 판을 두어 한 판밖에 지지 않았다. 며칠을 두고 계속 두어진 바둑에서 그와 같은 결과가 나자 용사흥으로서는 당연히 치수의 조정이 불가피했고 이런 지경에 이르자 청태종은 바둑을 종결시켰다. 그리고 청태종은 탄식처럼 한마디를 던졌다. 「조선에는 호랑이와 천재가 많다.」 대대로 조선 바둑의 명성은 이와 같은 몇몇 천재에 의해 그 빛을 발했다. 그러나…… 그러나 청년 여목이여. 자네는 이기면 안 된다. 지금의 조선은 백정상의 때와 그 격을 달리한다. 자네는 이기면 안 되는 것이다. 그때는 바둑으로 오랑캐의 콧대를 눌러도 됐지만, 그리하여 조선의 인물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 주어도 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원세개의 말 한마디에 국부이신 대원위 대감의 조속한 생환이 달려 있다. 문성공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목의 눈에 서렸던 서슬 푸른 광채가 거두어졌고 원세개가 주섬주섬 복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 일찍이 본국에서도 국수에 가깝다고 자랑해 왔거늘……. 허허, 아직 약관의 청년이 정말 강하구나.」 뜻밖에 원세개가 여목에게 담담한 말투로 칭찬의 뜻을 비치자 여목보다는 문성공이 먼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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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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