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兩(두 량) 疏(상소할 소) 見(볼 견/나타날 현) 機(틀 기)
한나라의 소광과 소수는 기틀을 보고
** 두 소씨가 조짐을 보고는... 이라는 말이다.

解(풀 해) 組(짤 조) 誰(누구 수) 逼(핍박할 핍)
관의 끈을 풀고나니 누가 핍박하리요.
** 세상사는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 진퇴의 조짐을 알아야 한다.

92. 索(찾을 색) 居(살 거) 閑(한가 한) 處(곳 처)
한가한 곳을 찾아서 거하게 되었는데...

沈(잠길 침) 黙(잠잠할 묵) 寂(고요할 적) 寥(고요 요)
침묵하여 다만 고요하면서

** 영화화된 소설 은교의 남자주인공의 이름이 적요이다.
적요라는 이름은 아마도 노자의 적적요요라는 말에서 나왔을 것인데
한문표현으로 곧잘 나오곤 한다.

93. 求(구할 구) 古(옛 고) 尋(찾을 심) 論(의논할 론)
고전들을 구하고 찾아보면서 사유한다.
 ** 고전이란 과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사와 열반의 바탕을 고찰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보면
고전은 우리들의 미래이기도 하다. 미래도 아니지만...
보우스님의 별명이 태고인데, 이 태고라는 말은 과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위음왕불 이전, 즉 항상하는 지금을 의미할 것이다.

散(흩을 산) 慮(생각 려) 逍(거닐 소) 遙(멀 요)
사려를 잊고 하염없이 거니니
 ** 소요유라는 말이 유명하다. 아마도 장자의 첫 chapter일 것이다.

94. 欣(기쁠 흔) 奏(아뢸 주) 累(여러 루) 遣(보낼 견)
기쁨은 더해지고 번뇌는 사라진다.

(슬플 척(戚)) 謝(사례 사) 歡(기뻐할 환) 招(부를 초)
심중의 슬픈 것은 없어지고 즐거움만 부른다.

** 흔과 환이 같은 계열이고, 척과 루가 반대계열이다.
반대계열의 낱말을 순서를 바꾸어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서술기법이다.

95. 渠(개천 거) 荷(연꽃 하) 的(과녁 적) 歷(지낼 력)
개천의 연꽃도 아름다우니 향기를 잡아볼 만하다.

園(동산 원) 莽(풀 망) 抽(빼낼 추) 條(조목 조)
동산의 풀은 땅속 양분으로 가지가 뻗고 크게 자란다.

96. 枇(비파나무 비) 杷(비파나무 파) 晩(늦을 만) 翠(푸를 취)
비파나무는 늦은 겨울에도 그 빛은 푸르다.
** 비파를 보면 모두 나무 목 변으로 구성되고 있다.
영어에도 어원학이 있듯이
한자의 부수가 바로 어원학에 해당한다.
梧(오동 오) 桐(오동 동) 早(이를 조) 凋(시들 조)
오동잎은 가을이면 다른 나무보다 먼저 마른다.

97. 陳(베풀 진) 根(뿌리 근) 委(맡길 위) (가릴 예(翳))
가을이 오면 오동뿐 아니라 고목의 뿌리는 시들어 마른다.

落(떨어질 락) 葉(잎사귀 엽) 飄(나부낄 표) 汞(나부낄 요)
가을이 오면 낙엽이 펄펄 날리며 떨어진다.

98. 游(헤엄칠 유) 곤(곤새 곤(鵾)) 獨(홀로 독) 運(운전 운)
곤새가 자유로이 홀로 날개를 펴고 運回하고 있다.

凌(업신여길 릉) 摩(만질 마) 絳(붉을 강) ?(하늘 霄)
적색의 大空을 어루만지면서 날아가고 있다.
 
** 새가 허공이나 저녁놀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모습은
선시에도 이따금 등장한다.
적적요요를 드러낸 후에 침묵의 생명을 드러내기 위해서 이따금 도입하는 장치가
하늘구만리를 배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인 셈이다..
물론 가곡에선 기러기였고, 여기에선 곤새이다.
곤,이라는 말은 역시 장자의 소요유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인 주홍사가 장자와 적어도 앞부분엔 친근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행은
기념으로 알아둘 만하다..
유곤독운 능마강소인데
그림을 잘 그리는 분이라면
91- 98행 전체를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부분에 비해서 여실하게 묘사되어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