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11, 기원운영

1층 보쌈집 사장과 옆자리로 옮겨 대화를 한다.

4층의 기원 운영 건으로 이야기를 하자기에 처와 같이 와 식사를 하였다.

지금 기원 운영을 하시는 분은 친구의 돈을 빌려 500을 내고 14개월 운영을 해보고 잘 될것 같으면 그때 잔금을 치르고 맡기로 하였다는데 지난 7개월 중 흑자는 지난달 한 달 뿐이고 의욕을 상실한 상태인 것 같다는 말씀이시다.

사범들을 고용하지 못하는 요즘 기원은 주인의 기력이 어느 정도 필요한데 기력도 약하고 돈도 없이 막연히 맡기로 나섰다가 500을 일 년치 깔 세로 없애는 형국이 되었나보다.

건설회사에도 근무했었고 택시기사도 해보고 개포동에서 기원을 한 번 운영하다 그만 둬보시기도 하셨다는 그 분은 성격이 깔끔하여 일찍 출근하여 깨끗이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말끔히 가구들을 배치하곤 하였어도 손님이 없는데 는 역부족이신가보다.

전에 운영하던 원장은 맡은 지 33개월 동안 호시절이어 투자한 돈을 다 회수 하셨다고 스스로도 말씀하신 다는데 나중에 술집 유 사장이 빛나리를 내세워 인근에 기원을 하나 더 세우고 손님들을 몰고 가 손님이 양쪽으로 갈라지다보니 4층 기원은 어려움을 맞게 되었었다.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심장질환으로 쓰러져 세 달을 입원한 후 퇴원하여 기원을 내 놓으신 것이었다.

작은 기원 하나 운영하는 것도 저리 어려워 생계의 해결조차 안 되고 여러 사람의 가정과 생활이 연관이 되니 세상살이가 정말 어려운가보다.

인근 저쪽 켠에 있는 기원도 장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 일듯 하다. 그저 노후에 심심풀이로 보증금 걸어놓고 친구들 만나는 재미에 운영하며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은 신경을 안 써서 뜨내기로 모처럼 왔던 손님들도 다시는 안 온다.

양쪽기원 모두 잘 알고 친한 내가 나서야 기원이 산다는 보쌈집 사장님의 예리함에 속으로 놀랍기도 하지만 굳이 그만 일에 내가 나서야 하나 싶기도 하다.

점심시간의 바쁠 때는 카운터를 봐주고 저녁에 배달이 밀려 배달 자가 다 못 처리할 때는 사장이 돕기도 하지만 그 외의 시간은 오전부터 밤까지 거의 4층 기원에서 지내는 사장은 기원이 잘 될 것 같으면 자신이 맡아 운영해도 될 텐데 수입은 뻔해 보이니 맡기는 싫고 손님들이 없어 자신도 바둑 둘 상대가 없으니 전에 잘되던 시절을 그리며 내가 나서기를 바라나보다.

4층 기원 전 주인과도 친한 사이여서 제 값을 받고 넘길 수 있는 묘안이라고 둘이서 상의를 했을까?

바둑을 즐겨 기원을 자주 갔더니 이젠 기원운영까지 맡아보라 소리를 들으니 바둑인 으로서는 모든 경험을 다 해본 셈일까?

오래전 잠실의 기원이 문을 닫을 때 아쉬워 나라도 맡아볼까 생각을 해 본 적은 있지만 그때도 내가 아직 젊은 이 나이에 그런 일에 마음을 두면 안 되지 싶어 말았는데.

그곳은 젊은 여직원을 둘이나 두고 하루 종일 자리가 북적거리는 명소였다. 많이 벌 때는 한 달에 2천을 벌었다는데 그곳 원장의 실력이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음이 갔었다. 물론 바둑이 쇠퇴하는 것을 미리 예측하며 퇴역 외환은행 지점장출신에게 넘기고 프리미엄을 최대한 받아낸 수완 좋은 그이였었지.

분당의 선배가 운영하는 대형기원은 지금도 물론 성업중이긴 하다.

거짓말을 보태 끝이 안 보일 정도의 대형건물에 삼성 프라자 뒤의 목 좋은 곳에 전체 층을 기원으로 사용하는데 손님이 꽉 차 빈자리가 없다. 전화라도 크게 받으면 눈총을 받아 조용히 바둑을 두어야 할 정도로 손님들의 수준도 높다.

한동안 강남 요지에서 성가를 구가하던 쟈스미 기원의 모습이겠지. 700석인지 그 큰 넓이에 꽉 찬 바둑판과 바둑인들, 장사가 엄청 잘 되는줄 알고 건물 보증금을 십억인지 올려 달라 하여 그만 두었다는 소문이었는데 사실관계는 잘 모르겠다.

미국시절엔 LA 한국기원의 최원장이 멕시칸 여직원을 고용하고 그녀가 끓여주는 라면이 신기했엇지.

바둑을 아무리 사랑하여도 아직 기원을 운영해서는 안 되겠지.

한 십년 더 활동을 한 후라면 모를까?

정 원장은 큰일 났어 하며 커다란 약봉지를 들고 기원으로 들어선다.

병원에 갔더니 날더러 당뇨라고 밥도 조금 먹으라고 하는데 큰일이야 하신다.

평생 가락시장에서 양파 한 품목만 취급하여 큰돈을 버셨다는 그는 시장 내의 큰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재미삼아 4층 기원을 운영하다 심장병으로 쓰러졌던 이에게 넘겼었다.

서로 인수를 하려고 할 때 보쌈집사장의 조언으로 쓰러진 이에게 하룻밤 새에 계약자를 바꿔 넘어갔었다니 보쌈사장의 정치력과 친화력이 이 동네에선 대단하긴 한 것이지.

정 원장처럼 저렇게 즐기는 것이 바둑이어야겠지.

목숨 걸고 하는 입장이라면 자신이 그 곳에서 쓰러질 수도 있었던 것이겠지.

머릿속에서만 기원운영 하는 것을 상상해본다.

하얀 노타이셔츠를 깨끗하게 다려 입고 아침 일찍부터 오시는 손님 누구나 와 지도대국을 하되 내기는 하지 않는다.

대형 철제 중계용 바둑판을 비치하여 가끔 국제대회 해설이나 초급손님 강좌를 한다.

국수나 라면 저녁이면 맛깔스런 저렴한 야채 등으로 안주를 장만하여 돌린다.

군대 내무반처럼 숙식 자를 위한 시설 개조를 하여 최소한의 편안과 품위를 지켜준다.

나의 노후의 모습일까?

해외 오지 어느 곳에서 보건학교를 세우고 교장노릇을 하며 처는 아이들에게 무용과 기타, 일반과목들을 가르치는 것이 나의 작은 꿈인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