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만큼이나 복잡한 도로와 주차장이 스트레스의 근원이 되었고

보복운전에 이제는 시시비비를 가리다 폭행이 뭔가 살인까지 낸다.

우리가 어릴 땐 차 구경하러 몰려다녔고 휘발유 매연을 마시며 따라다녔었다

향기는 아니었지만 이상야릇한 고급스런(?) 냄새였었지.

지금은 기를 쓰고 피하는 냄새며 오히려 매캐한 장작 타는 냄새를 그리워하고 있다

나는 안내원의 지시를 따라 백화점 주차장을 여유 있게 돌아 차를 파킹했다

가족들에게 모처럼 존재의 이유를 보여준 것 같아 내심 뿌듯했다

노란선의 장애인 전용주차 공간 옆에 설치 된 30년 이상 무사고자 공간이 여유 있었다.

녹색선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또 다른 노란선이 그어져 있었는데 초보운전자와 초심운전자 전용이다

초보에 대한 배려는 그렇더라도 초심운전자란.(?)

새로운 교통법규에 준하여 선별 된 양심운전자들을 뜻한다.

사고는 인지능력과 불가항력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평소 어떻게 운전하는가는 결과와 다르다

그래서 교통부는 새로운 법안을 내었고 자율 신청자에 한해 접수를 받아 자격을 부여했다

초보 전용주차공간도 초심자들에게 동기부여를 위한 일환이었다.

신청자는 안전운전을 선서하고 월 운행 블랙박스를 경찰청에 제시하고 평가를 받으며

연말에 그 가산점을 받게 되는데 차등별 혜택을 부여한다.

물론 운전자의 임의로 조작할 수 없도록 경찰청에서 지정하는 칩을 사용해야 된다.

자본주의 경제논리에 밀려 자율에 맡겼으나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다가

처음엔 관공서에서 시작하여 시민들의 호응과 관심에 민간단체도 참여도가 높아져

이제는 노랑과 녹색 주차공간이 있는 곳은 사회적 엘리트들의 공간으로 지명도를 높여갔다

소나 개나 차를 몰고 다니니 차로 인한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고 그것이 곧 인격이 되었다

도로에서 골목에서 그리고 주차장에서.

여기서 사회적 약자와 성실한 운전자에게 부여하는 주차혜택은 의외의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차가 부의과시에서 생활의 필수요건이 된 시점에 강제성의 한계를 넘은 것이다

우리는 자율을 불신하는 정서를 가졌다

입법부도 관할부서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아래의 일반 주차장에서 들려오는 아우성과는 달리 쾌적한 공간에서 잠시 잠이 들었나보다.

“그렇게 전화해도 뭐했어요.”

“으...으응. 그랬어.”

“미안. 미안.”

불독 같은 마누라 언행과 샐쭉해진 딸내미를 바라보면서 비몽사몽 일어났다

짐을 받아들려는 것조차 무시당했다

빌어먹을.

주차공간이 없어 이면도로에서 대기하다가 출입구로 달려가기로 했는데 잠이 들어버렸다.

내가 벌어 준 돈으로 원하는 것 사라고 보내고 길가에서 기다렸지만 결과는 이랬다

대통령은 아니라도 교통부장관도 아니고 그나마 백화점 사장도 아니니

노란선 녹색 선은 잠결에나 그어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