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33, 임 치과

“많이 아프거나 호흡이 답답하거나 하면 왼손을 드세요”

치과 임 원장의 작은 말소리가 귓가에 들리며 얼마나 아플까 걱정이 된다.

내시경 직장하부 검사 때의 고통만큼은 심한 것이 없겠지 하며 아파봐야 별것 아닐 거야라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치과협회 부회장인 친구나 후배들 여럿이 치과의사지만 급히 예약 없이 찾아가도 성실하게 저렴하게 치료해줄 닥터로 임 원장 생각이 나 그의 전화번호를 찾으나 없다.

간밤엔 밤새 이가아파 통증은 머리가 지끈거리며 저녁도 먹지 못하고 사과 한 개만 우물거려 씹지 않고 먹었다. 먹지 못한다는 것이 두려움으로 까지 느껴진다.

아침 일찍 임 원장의 전화를 찾으려 기원에 들어선다. 출입구 옆 전화기와 그 옆의 전화번호부엔 기우들의 전화가 거의 기재되어 있다. 치과나 임 원장 이라는 목록은 없고 심지어 임씨는 하나도 없다. 전기 홍 사장, 강 원장, 박 팔단, 빛나리 네 명의 전화를 거쳐 치과번호를 알아내 오후 3시로 예약을 한다.

치과에서도 영업을 하는지 이따금 기원에 치과에서 왔다며 얼마를 할인하고 무슨 서비스를 해 준다고 안내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기우들은 모두 임 원장의 치과에만 일이십 년째 다니는 것 같다.

가끔 프로기사를 초빙하거나 기우들의 회식 때 총무역할을 도맡으며 경비부담도 많이 했었다는 임은 바둑을 좋아서 이었겠지 병원 손님을 확보선전 하려던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스스로 찾아가듯이 소개 한 번 안해도 모든 이들이 스스로 찾게 만드는 것이 그의 인품일까?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해와 소통일까?

주로 주말이나 밤늦은 시간에 오는 임 원장은 100키로는 넘을 듯 한 몸무게에 불룩한 배와 말수가 적어 거의 말이 없다. 가끔은 센베이 과자나 군것질거리를 들고 오시기도 한다.

땅딸이 정 원장이나 전 사범, 택시 박 팔단, 가락시장 김 사장 등 여럿과 호선치수이다. 아마7단은 충분한 실력일 듯하다. 신중한 반면운영과 희비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그의 모습을 지난 10여년 보면서도 많은 대화는 서로 없었지만 반상을 통해 서로를 알고 있었겠지.

의사의 역할은 환자와 대화하며 아픈 곳을 묻고 진료와 처방 후 경과를 관찰하며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한 시간 반 동안 솜을 빼지 말고 그 후에 침이나 피는 뱉지 말고 삼켜야 합니다.”

평생 말이 없을 줄만 알았던 임 원장은 차근차근 환자를 안심시키는 전문가의 권위를 담은 작은 목소리로 신뢰를 준다.

예약을 맡던 치위생사가 오후 3시로 정해줬어도 전화를 마친 후 바로 병원으로 향했었다.

심한 통증을 해소하려면 빨리 약 처방이라도 받고 싶은 욕심이었다. 오후 1:30경 전 환자의 진료를 마치고 나오던 원장은 식사약속에도 불구하고 내 치아를 점검한 후 2:40으로 정해준다. 무엇이든 먹어둬야 할 것 같아 인근 중국집에 가 우동을 시켜 우물우물 삼킨다. 그래도 시간은 두시밖에 안 지났다. 편의점에 들려 칫솔을 사 병원 화장실에서 양치 후 일찍 치과에 들어선다.

억지 막무가내에 나 자신도 우습지만 이해해주겠지 생각해본다.

진료와 치료에도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병원생활을 하며 많이 보았지.

s의료원에서 내시경 하부 검사를 할 때 부러 마취도 안하고 했는데 그 고통은 엄청난 것이었다. 눈물 콧물을 흘리며 궁둥이는 뒤로 내 놓은 채 고통에 몸부림치는데 손을 꼭 잡아준 이는 우즈벡 해외의료봉사를 같이 다녀온 P간호사였었다.

잇몸에 마취주사를 놓는 느낌이 입안에 꽉 차며 뜨끔하다. 발치 준비를 하는 것인지 발치를 이미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순간들이 흐른 후 이제부터 아플 건가 얼마나 더 아플까 생각해보는 중 이미 발치는 끝났나보다. 위쪽 잇몸이 휑해진 느낌이다.

동네의원급에서는 발치조차 어금니는 위험도 가 높아 피하며 대형병원으로 가라고 하며 부득이 시술을 하는 경우 응급차를 대기시켜 놓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신속하게 처리되어 다행스럽고 고맙기 짝이 없다.

내 몸 아픈 것조차 바둑인 들과 연관이 되어 고치게 되니 바둑과의 인연은 정말 깊기도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