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130, 전차남 06:18

05:28 출발한 첫 지하철은 05:34에 환승역에 도착하여 05:43 다시 출발한다.

06:07 목적지 오리 역에 도착하여 지상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며 김밥집 아주머니에게 두 줄을 싸 달라 부탁하면 문 앞으로 갖다 주신다.

06:18 출발하는 병원 미니 셔틀버스가 다가와 김밥집 문을 열고 “차가 와서 그냥갈게요” 하곤 내달려 버스를 탄다.

비닐봉투에 김밥 두 줄을 담아 문 밖으로 나와 버스를 안타깝게 쳐다보는 아주머니를 뒤로 무심한 버스는 병원으로 향한다.

컴퓨터를 켜고 병원 그룹웨어에 메일이 있는지 확인하고 공지사항을 읽는다.

장례식장 옆 부지에 철탑주차장 공사가 완공이 되어 그동안 격일제 실시하던 주차금지를 없애고 대신 오리역으로 가던 셔틀버스는 중단, 미금역은 보강 5분에 한 대 등 내용이다. 일일 주차비 만원 시간당 천원, 직원들이 관심을 가질 내용이어 프린트 해 게시판에 붙여 놓는다.

13일의 금요일이어 Thirteens Friday 의 불길한 예감이 든다.

7시 아침조회에 그동안 격일 휴무에 헤이해진 마음을 다잡고 이번 주 오늘을 잘 마무리 하자 훈시한다. 13일의 금요일이니 조심하라 하면 나이들어 저런다 하겠지 싶어 마음속으로만 읊조린다.

오리 역 마트 앞 널찍한 광장에 지방 특산품들과 막걸리를 파는 먹거리 장에 일할 때 신는 샌달도 살 겸 직원 몇을 청하여 소풍처럼 같이 나선다.

셔틀버스는 병원 퇴근직원들로 빽빽하다. 5분 정도 거리인데 먼 길처럼 답답하고 옆에 선 타부서 병원직원들의 이야기는 상관도 없는데 괜스레 거슬린다.

“자기는 아우디6를 타야 됀다고 하는데 아우디4도 아니고~”

“나 한텐 집이 몇 평이냐고 묻는데 싫더라구요” 젊은 여인은 맞장구다.

“80평 이라 그러고 근데 왜 다니냐 하면 집에 있기 심심해서 그런다 그러지”

“그 친구 신혼 때 살던 집이 까치마을 15평인데 방 둘 중 하나는 밴드드럼을 깔았대”

“아래 윗 집에서 얼마나 시끄러웟겠어.”

곁눈질로 슬며시 둘의 행색을 본다.

의사들은 아닌 것 같고 고객상대에 말이 많아야 하는 원무과 직원들일까?

우리직원들도 저리 남 얘기가 그저 안주감이겠지.

족발 큰 것 하나와 막걸리 세 병을 사 주차장 옆에 앉았는데 날씨가 쌀쌀해 봄이라고 멋진 하얀 와이셔츠 하나만 입은 청년은 벌벌떨고 쟘바를 입어 따뜻해 보이는 50된 직원은 홋겹을 입어 춥다며 막걸리를 부지런히 기울인다. 청년은 토끼띠 라니 이제 26이겠지. 40초반인 행정담담 조장은 추워서 손을 안대는 족발을 혼자 다 해치운다.

내심 이런자리를 좋아하는 나는 저켠의 오징어 순대도 사오고 향토 막걸리 큰 것도 더 사와 봄소풍을 즐기고 싶은데 셋 다 빨리 일어나고 싶은 눈치이다.

오리 역엔 이제 올 일이 없어지는데.

한 정거장 아래의 M역 보다 이상하게 마음속에 가까운 느낌이어 아침 저녁 출퇴근에 한 정거장 멀어도 이곳을 이용했었는데.

이곳 하나로 마트엔 여러 가지 추억이 많이도 깃들어 있는 곳인데.

이젠 마음속에서 모든 것을 지워버려야 하는 것일까?

06:18 병원 행 셔틀버스는 오늘이 마지막 이었다.

오후 6시 타고 나온 셔틀버스는 오늘이 마지막 이었다.

내 마음속의 오리 도 오늘이 마지막일까?

몇 해 전인지 써 놓은 오리걸음 이 항상 마음속에 남아있다.

지금 다시 읽어보더라도 절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겠지만 그런들 무슨 소용이랴!

건너편 을지로 골뱅이 집으로 향한다.

젊은시절 첫 직장이었던 충무로 쌍룡빌딩 근처의 식당가 골뱅이 집들이 추억속인데

원조라며 내주는 골뱅이는 깔끔하긴 하지만 그때 그시절의 맛은 아니다.

“어제는 한달에 한 번 모이는 C의료원에 갔었더니 아그들이 너무 반갑더라고.“

“아그들이 몇 살 인데요?” 26세 청년은 묻는다.

“아 우리 주당클럽 아그들이 총무는 53이고 그 밑엔 토끼 띠들이 그중 하나는 자긴 범띠라고 그러지.”

기분이 승한지 착잡한 것인지 골뱅이에 맥주는 싱거워 소주를 따로 시킨다.

그저 내 소임은 내 행복은 이들을 편하고 보람을 찾을 수 있게 해 보는 것이지.

50, 40, 26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

그저 웃으며 맥주잔을 기울이며 마음속은 충무로 골뱅이 동네로 이곳 오리역 사이로 헤매돈다. 끝.


바둑일기8, 오리걸음


열심히 글을 써놓곤 엔터를 누른다는것이 목록을 눌럿는지 사라진다. 뒤로 를 아무리 눌러도 사라진 글은..
글을 올릴때도 시간대별로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지는듯하다.
아침일찍은 시험공부하듯이 논문쓰듯이
낮에는 바빠서 사무적으로 군대 전언통신문마냥, 요즘 식으론 문자 메시지, 역시 야밤에 모든일을 마치고 반주도 한잔후에 자신이 무슨 예기를 쓰는지도 모르며 그다음날 아침에 실수나 없었나 걱정이 되어 컴을 열어볼때 역시 큰 실수는 없엇고 외레 평소에 생각에만 그쳣지 말로 표현하고 싶던것을 내가봐도 속시원히 잘썻군 싶은때도 있다. 역시 한잔술이 마음을 털어놓게 되는 것인지^^

오리 전철역 쬐그마한 공원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워물곤 옆의 젊은남녀들에 시선을 피하느라 돌아앉는다. 내가 데이트에 방해가 되나보군. 요즘이야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않지만 외레 내가 조심스러워 다른쪽을 향해 앉을 뿐이다.

아직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텐데..
어쩌면 3,4십분 어쩌면 두세시간!
딸아이가 도착할 시간을 예측할수가 없다.
오리 역 주위를 둘러보니 피시방 과 기원이 보인다.

엄처의 명에따라 꿈의구장에 출근을 못하고 병원퇴근후 바로 오리역에 와 기다리는 중인데 잠깐 기원에가 구경이라도 할까 싶다..
아니지! 주말에 문경새재 다녀온 후기 와 동호회 글 올릴것 들이 밀려잇으니 피시방을 가야되나..

피시방컴컴한 흡연석에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곤 오로홈을 들려본다. 약간 흥분이 되어서인지 가벼운 가볍게 소식들을 읽어나 봐야지 싶다. 오뎅시리즈 를 잼잇게 읽고 이곳저곳 리플도 올리고..

그러나 역시 마음은 딸에게로 걱정만 여러가지로 든다.

출발하며 전화를 하라 그리 여러차례 신신당부를 하엿으나 친구들과 떡볶이집을 가는데 시간이 걸릴것이라고 하여 매니아광장을 둘러보다 불현듯 걱정이 되어 다시 전화를 하니 알아듣기 어려운 어눌한 목소리로 옆의 도우미 가 말하는 소리를 들으니 세정거장 전인 수내 역이란다.


황급히 일어나 지하철역으로 내려선다.

아까 미리 점검한 바로는 휠체어용 에리베이터 가 없고 리프트만 잇엇다. 전동휠은 무거워 사용이 금지되어 잇지않느냐는 물음에 역무원은 걱정말라지만..

개찰구에서 리프트 방향을 보니 주차장입구의 차량경고등 마냥 노란점멸등이 번쩍 거리며 음악소리가 요란하다.
"아 제대로 도착을 하긴 한 모양이군!"
계단을 뛰어내려 보니 승객들은 다 올라가고 도우미와 리프트에 타려는 중이다.

오리역 하나로마트 입구에 오르니 10시다. 하차장에서 입구까지가 더 먼길같군..

휠체어의 옆에서서 껴안는듯한 자세로 오른손은 조이스틱을 조정하는 딸의손위에 덧 올려놓고 같이 따라 걷는다.
건널목마다 인도와 차도 접경엔 경계석이 휠체어가 운행하게 경사를 만들어놓았다. 참 좋아진 세상이긴 하다. 리프트도 잇고 전철도 이용할수잇고 보도에도 신경을 써놓앗고..

손도 자유롭지 못해 자판을 외손가락으로 치는 딸은 조이스틱의 조정도 자유롭지가 않다. 직선주행이 아닌 비틀주행이다^^ 보도의 행인은 놀라서들 피하고 차도의 차들은 황급히 멈춘다.

"우리딸 운전 잘하는데~"
자신감을 가지라고 전혀 마음에도 없는말을 햇더니만
"내가 알아 다해~"
딴에는 오만한 자신감잇는 표정을 지며 말하지만 내보기엔 안쓰러운 아직 세파를 모르는 탓일뿐이다..

오리역에서 수지중 근처까지 택시값3500원 정도의 거리를 걸은셈인데 땀은 좔좔흐르고 보도의 턱에 차도에 건널목에 신경을쓰며 와서인지 파김치이다.

집앞에 다와 가게에서 담배를 산다. 5분간휴식!
"빨리 가야되 화장실 급해~"

훈련병시절 뜨거운 뙤약볕밑에서
철모위로 엠원소총을 두손으로 들고 진흙밭을 엉금엉금 기던 생각이 불현듯난다.

오리걸음!

오리역에서 수지까지 오리걸음을 한 것인가^^

아니지!
인생의 첫걸음을 한 것이다.

딸아이가 스스로
처음으로 전동휠체어를 탑승운전하여
세상으로 나아간 것이다!

이제 어디든 언제든 갈수 잇겠지!

과보호 보다는 부딪히고 넘어지더라도
가고싶은곳을 스스로 가려는 노력이 중요하겟지!

기뻐하는 딸!
쬐끔 부족한구석은 잇지만
자신감을 가진 딸년!

평생 잊을수없는 오리걸음의 날이 되엇군!


(8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