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난세의 책사 가후

그러면 가후의 권모술수는 도대체 어떤 것 이었을까.

우선 그 일단을 살펴보기로 하자.

가후의 권모술수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천하정세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사람을 알아보는 뛰어난 안목이 있었다.

그 보기를 몇 가지 들어보기로 하겠다.

그가 이각을 도와 권력을 잡아 이각 밑에서 일할 때 그는 이각을 보고,

이각은 정상으로서의 그릇을 갖춘 인물은 아니란 걸 알아 차렸다. 

권력자 자리에 앉자마자 곧 무능력이 들어 나서 온 장안은 온통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이걸 보고 가후는 이각과 결별할 것을 결심하고 처자를 거느리고 같은 

고향출신인 단외 장군에게로 갔다.

그러나 단외도 그가 생각한 만큼의 큰 그릇은 아니었다. 

표면적으로는 정중히 예우하는 체 하면서도 속으로는 

가후의 명성을 두려워하여 나중에는 군사권까지 빼앗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되었다.

가후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남양에 할거하는 

장수와 연락을 하여 그에게로 가기로 했다.

그가 단외와 결별하고 떠나가려 할 때, 어떤 사람이,

 “단외는 그대를 정중하게 대접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떠나려는가?” 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야. 단외는 매우 의심이 많은 위인으로 속으로는 나를 미워하고 있어,

비록 후대를 한다 해서 만족해서는 안 돼. 

오래 있으면 반드시 화를 당하게 될 거야. 

내가 떠나가면 그는 틀림없이 마음을 놓을 걸세. 

그러나 내가 장수와 같은 큰 인물에게로 갔다는 소식을 들으면 

남기고 가는 내 식구들을 그렇게 푸대접하지는 못할 거야. 

그리고 장수에게는 좋은 참모 역이 없으니 나 같은 인간을 바라고 있어. 

이 기회에 떠나는 것이 나에게나 내 가족에게 오히려 안전을 가져오게 될 걸세.

그야말로 냉철한 판단이다. 

이와 같이 희망적인 관측에만 그치지 않고 정확하게 사태를 인식하고, 

거기서 권모술수를 구사하는 것이 가후의 세 삶을 살아가는 행동규범이었다.

그의 권모술수가 언제나 그때그때의 상황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때도 가후는 장수로부터 정중한 대접을 받고 남아있는 가족들은 

단외에게서 소중히 비호되었다는 것이다.

가후가 장수 아래서 일한지도 벌써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갔다.

그 동안에 천하의 정세는 조조와 원소의 대결로 좁혀지고 있었다. 

남양에서 독립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장수로서는 어느 쪽엔가에 

붙어야 할 처지에 놓여있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원소에게서 사자가 왔다. 포섭흥정이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장수는 영토가 인접해있는 조조와는 적대관계에 있었으며 

두 번이나 치열한 격전을 벌인 일이 있었다.

그런 형편으로 새삼스럽게 조조와 손을 잡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원소로부터의 사자는 지옥에서의 부처님 같은 존재였다. 

그는 대뜸 그의 교섭에 응하기로 결정하고 가후와 상의를 했다.

그러나 가후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조조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수가, “아니 원소 쪽이 훨씬 우세하지 않은가.

그리고 난 이제까지 조조와는 적대관계에 있어. 

그런데 조조와 손을 잡으라니 무슨 말인가.” 

그러자 가후는 이렇게 그를 설득했다.

“아니오. 그러니까 조조와 손을 잡아야지요.

첫째 조조는 천자를 등에 업고 천하를 호령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여 원소 쪽은 강대한 병력을 갖고 있지요.

그런 상황에 우리가 군을 합세해 준다 해도 그는 별로 고맙게 여기지 않을 것이오.

따라서 우리가 그쪽과 손을 잡더라도 별로 중히 여겨질 리가 없지요.

한편 조조 쪽은 병력면에서 매우 열세에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가 가세하면 틀림없이 그는 기쁘게 맞이할 것입니다.

그리고 끝으로 천하를 제패하려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라면 

지난날의 웬만한 개인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의 덕을 

널리 천하에 보이려 하는 것입니다.

군사를 이끌고 조조에게 달려가자 조조는 가후의 손을 잡으며, 

”천하에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오.“ 라면서 대단히 기뻐했다.

가후가 조조 휘하에 있을 때 이미 그 지혜의 뛰어남에 있어서 

천하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조조로서도 크게 기대를 갖고 있었다.

가후는 그런 조조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꾸준히 계책을 진언하면서 

조조의 세력 확대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에 대한 두 가지 예를 보면, 관도 싸움에서 열세에 몰린 조조로부터 

계책을 질문 받은 가후는, “공은 명석하기가 원소보다 뛰어나고, 

용맹에 있어서도 원소보다 낫고, 기회를 잡아 판단하시는 데도 원소보다 뛰어납니다. 

이렇게 네 가지나 더 뛰어나면서도 반년동안이나 결판을 내시지 못하는 것은 

오직 만전만을 기하고 계시기 때문이오.

기회를 보아 즉각 결판을 내기로 한다면 순식간에 일은 끝나게 됩니다.

즉 “당신은 너무 이것저것 재는 모양이오. 

기회만 있으면 즉각 결판을 내야하오. 

그렇게만 하면 당장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오” 라는 뜻이다.

이 말은 열세에 몰려있는 조조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가후로서는 그 나름의 여러 가지 조건을 감안하고 조조의 승리를 확신한 것이 

아니었는가 한다. 과연 조조는 기습작전으로 돌파구를 열고 원소를 거뜬히 격파하였다.

다음 또 하나의 실례는, 조조가 211년, 

서쪽지역에 할거하는 마초, 한수 등의 연합세력을 토벌했을 때의 일이다.

이때 조조는 상대의 세력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고 관중의 영유에 성공하였는데

여기에도 가후의 헌책이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면 가후의 헌책은 어떤 것이었던가?

싸움 중반에 접어들자 마초 등이 강화하기를 요청해왔다. 

그때 그 요청을 들을 것인지의 여부를 조조는 가후에게 물었다.

그러자 가후는 일단 들어주고 나서 나중에 상대측의 이간을 꾀하면 된다고 진언했다.

이런 공작을 해놓고 강화를 결렬시켜버린 조조는 단숨에 상대측 연합군을 격파하고

관중을 평정했다.

가후가 진언한 이간책이 제대로 들어맞은 것이다.

옛날, 유방 휘하에 있던 진평이 교묘하게 이간책을 써서 

항우와 범중을 반목케 하는 데 성공했었는데 

가후의 이간책도 그와 맞먹는 것이 아닌가 한다.

가후는 문제(조비)때까지 살면서 이름을 날리고 천수를 다했지만, 

거기에는 권모술수와 함께 슬기로운 처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조조는 후계자로 조비를 세울 것인가 

조식을 세울 것인가에 대해 크게 고민을 했다.

신하들 중에도 조비를 앞세우는 자, 

조식을 앞세우는 자, 두 파로 갈라져 활발한 옹립운동이 전개되었는데 

한때는 동생인 조식 쪽이 우세한 것처럼 보였다.

조비로서는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가후에게 사람을 보내, 무언가 좋은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가후의 권변에 기대를 건 것이다.

그러나 가후의 회답은 이러했다. 

“원컨대 장군, 덕을 닦고, 생활을 소박하게 하시며 밤낮으로 열심히 

자식의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십시오.

” 즉 부질없는 걱정을 말고, 자신의 덕을 닦고, 

자식으로서의 할 일을 다하도록 하시오 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평범한 말이지만 적절한 조언이 아니가 한다.

그리고 또 그 무렵, 가후는 조조의 은밀한 부름을 받고

후계자 문제에 대해 상의를 받았다.

그때 가후가 입을 다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조조는 “난 지금 그대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데 어찌 아무 말이 없는가.” 라고 

초조해 했다.

“마침 딴 일을 생각하고 있었사옵기…” “무엇을 생각했는데.” 가후는 대답했다.

“원소와 유표의 부자간의 문제에 대해서였지요.”

그러자 조조는 껄껄 웃으며 조비를 후계자로 정하게 된 것이다.

원소나 유표는 모두 장남을 젖히고 차남을 후계자로 세워 

집안싸움을 일으키게 한 장본인들이다.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을 예로 드는 것으로 가후는 은연중에 조비를 천거한 것이다.

이런 경우에 신하가 직접 이름을 댄다면 특정인을 억지로 미는 셈이 되어 자칫하면 

후환을 초래할 위험조차도 생기는 것이다.

이럴 때는 당연히 간접적인 대답이나 교묘한 응대로서 대해야 한다.

가후는 이런 식으로 조조 집안의 후계자 문제에까지 개입했다.

그야말로 신뢰되고 중용되고 있었다는 증거가 아닌가.

그러나 그와는 달리 위험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조조라는 인물은 별난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서

너무 재주가 많은 사람에게는 늘 경쟁심을 갖고 있었다. 

이런 인물 밑에서 처세한 가후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리라 믿어진다.

“가후는 자기가 태조의 옛 신하가 아닌데다 책모가 뛰어남으로써 

시기를 받을까 두려워 문을 굳게 닫고 스스로 자숙하면서 

개인적인 교제를 끊고 자손들을 장가시집 보낼 때는

일부러 자기보다 나은 명문을 택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그는 신중에 신중을 기한 처세를 했던 것이다.

난세에 살아남으려면 이만한 생각도 꼭 필요할 것 같다.

이런 가후를 이탁오는 그의 저서 《장서》에서 이렇게 평하고 있다.

“이 사람은 단지 모책에만 뛰어나지 않고 대식(선견지명)이 있었기로 

향년 77세까지 살았다.”

가후는 자신이 하는 일에서 “최고”, 즉,  베스트가 된 사람은 주위사람과 

사회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으며 살게 되는데, 

자신의 일에서 “베스트”가 되기를 원한다면 

먼저 “베스트”가 구성하는 각 요소들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B”는 균형(Balance)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의 삶을 안전적으로 유지 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직업적인 부분에서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인생을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균형 잡힌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면 

결코 그의 인생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

두 번째, “E”는 열정(Enthusiasm)이다. 

열정은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엉덩이를 맞으며 

처음으로 세상 공기를 들이마신 순간부터 우리 눈앞에서 

관 뚜껑이 덮이는 순간가지 인생의 매순간 필요한 요소이다. 

만약 당신이 자신의 인생목표나 현재 하는 일에 

조금도 열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당신에게는 분명 변화가 필요 한 것이며 당장 당신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세 번째로 “S”는 집중력(Single-mindedness)을 뜻한다.

이것은 매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가지 일에 집중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일 할 때는 일에 집중하고 놀 때는 노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즉, 어떤 일을 하던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선택한 그 일 

하나에만 오직 큰 관심과 애정을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T”는 끈기(Tenacity)이다.

어떤 일이든지 끈기를 가지고 계속하다보면 언젠가는 성공에 이른다.

“끈기”의 힘을 잘 알고 있었던 윈스턴 처칠은 역사에 길이 남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다.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포기하지마라 절대로”!. 

베스트 의미를 다시 새기고 베스트가 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라!. 

바로 오늘이 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