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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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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13회] 3부 마지막 명인(名人)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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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노인은 일본 와세다 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재사였다. 대학 시절 우연히 접한 좌익사상에 물든 임 노인은 태평양전쟁 말기에 징병을 피해 만주로 피신하여 팔로군에 몸을 담았다. 수십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임 노인은 해방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왔다. 임 노인의 집은 일제의 수탈로 몰락해 있었다. 임 노인은 남로당에 몸을 담았고 대구폭동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다. 임 노인은 체포당해 모진 고문 끝에 거의 폐인이 되고 말았다. 남아 있던 재산을 모두 털어넣다시피 하여 임 노인은 1년여의 세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얼마 후 6·25 전쟁이 터졌고 임 노인은 진정한 인민정부의 모습을 기대하며 기쁨에 겨워했다. 그러나 임 노인의 생각처럼 인민정부는 수립되지 못했고 전쟁은 유야무야 종결되고 말았다. 모든 의욕을 상실한 임 노인은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도시로 이주하여 평범하게 살아갔다. 몇 년 후 아내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임 노인은 홀아비의 몸으로 노동판을 전전하며 두 아들을 정성스레 공부시켰다. 그러나 일생을 불행하게 살았던 임 노인의 비극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법대를 졸업한 큰아들이 몇 차례 도전 끝에 고등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으나 적색분자인 아버지를 두었다는 이유로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결혼을 앞둔 아들은 술독에 빠져 몇 날 며칠 자신을 학대하다가 어느 비 오는 날 사이나를 먹고 세상을 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둘째아들마저 군사혁명이 터지자 학생시위 주도자로 몰려 재건대에 끌려갔다. 임 노인은 그 아들이라도 구하고 싶은 심정에 지금은 정부 고위관리와 대법원 판사로 있는 유학 시절의 친구들을 찾아가 아들의 방면을 호소했다. 임 노인이 목숨을 걸고 도망쳐 만주에서 조국 광복을 위해 수십 번 죽음의 능선을 오르내릴 때 그들은 일제와 시류에 편승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온 자들이었다. 임 노인과는 평생 적대 관계였으나 아들을 둔 아비로서 임 노인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굽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임 노인의 간절한 소망을 외면했다. 가는 곳마다 철저한 문전박대를 당한 임 노인은 허망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임 노인은 외가 고향이던 이곳까지 흘러왔으며 날마다 선착장에서 바둑을 두며 한많은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임 노인은 좌·우의 대립이 첨예하던 시대에 철저한 이념의 희생자였다. 부두 한쪽 끝에서 임 노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임 노인은 서울에서 방금 돌아오는 길이었다. 고기잡이 배들은 대부분 출항을 했고 저녁이 되어 선착장 사람들도 모두 흩어졌다. 민수는 혼자 바둑을 두고 있었다. 임 노인의 백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재건대에 끌려간 임 노인의 둘째아들이 교육 도중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조교들에게 대들다가 심한 폭행을 당한 둘째아들은 뇌가 파손당하는 중상을 입었다. 선천적으로 체력이 강했던 아들은 병원에서 한 달 가까이 혼수상태로 버티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임 노인은 화장한 자식의 뼛가루를 산에 뿌렸다. 생전에 자식 두 명을 모두 산에 버리고 임 노인은 다시 항구로 돌아온 것이다. 「민수야.」 혼자서 돌을 놓던 민수의 손길이 멎는다. 「바둑판이 넓지.」 「…….」 「세상은 더 넓다.」 멀리 바다 위에 배들이 지나간다. 「……저 넓은 세상으로 가거라.」 며칠 후 방파제 밑에서 임 노인의 시신이 떠올랐다. 생전에 임 노인과 제일 친했던 서 노인이 조전자(弔奠者)가 되어 선착장에서 노제(路祭)를 지냈다. 서 노인이 제문(祭文)을 읽고 배곡(拜哭)하자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재배하며 곡을 했다. 애절한 곡 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민수의 가슴은 슬픔으로 젖어 들었다. 민수에게 처음 바둑의 눈을 뜨게 해준 임 노인의 영혼은 그렇게 떠났다. 정 국수의 관 위에 주토빛 흙이 부스스 흩어졌다. 그것으로 정 국수와의 연이 다하고 있었다. 「편히 쉬십시오. 국수님.」 박 화백의 눈에 텅빈 하늘이 채워지고 있었다. 4부. 나타난 승부사 다음날부터 석파 선생이 일러 준 대로 추동삼을 찾기 위한 박 화백의 기원 순례는 시작되었다. 개인전을 목전에 둔 그였지만 그림은 아예 뒷전이었다. 정 국수와의 약속도 약속이려니와 시간이 갈수록 추동삼이란 사람에게 깊게 빠져 드는 자신의 감정을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석파 선생이 일러 준 기원 중 처음 박 화백이 찾아간 곳은 청량리역 근처의 어느 허름한 기원이었다. 낡은 간판이나 외형이 부실한 건물의 구조로 봐서 한눈에 오래 된 기원임을 알 수 있었다. 20평 남짓한 실내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잡담소리와 판 위에 떨어지는 요란한 돌소리에 실내는 시끄럽고 어수선했다. 신문을 보던 기원 원장이 비대한 몸을 일으키면서 들어서는 박 화백을 맞았다. 「얼마나 두십니까, 손님?」 원장이 박 화백 앞에 거꾸정하게 선 채 말을 걸었다. 「…….」 「기분도 그런 것 같은데 어디 잔잔한 걸로 한번 두시겠소?」 원장은 박 화백의 표정을 살피며 슬쩍 물어 왔다. 이런 식의 내기바둑을 성사시키는 데는 이골이 난 말투였다. 「그보다…… 원장님께 몇 말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물어 보시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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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수타령
긍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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