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城 그 땅에 (둘째 날2)

선비만석

  저녁은 삼겹살파티를 하기로 하였다. 숯불을 피우고 생 삼겹살을 굽는 일은 졸지에 선다르가 도우미 노릇을 하게 되었다. 이게다 막내인 저니 아우가 아버지를 돌보느라 못온 탓이고 영바모는 번역일 때문에 핑계를 대고 냅다 튀었으니.....거기다 쎈돌이 민식이도 중국에서 못 오고 이 녀석들 담에는 삼선에 정렬이다 알긋제........

  내가 살고 있는 아래층에 후배가 하는 정육점에서 생 삼겹살을 샀다. 국내산 생 삼겹살이 숯불과 어우러져서 제 몸을 불사르고 뒤에 입안으로 들어가는 그 맛이라니 한데 생 삼겹살을 먹으려니  목에 걸리누나. 업무 때문에 부득부득 먼저 올라간 정 용진 이사님, 이 도윤 기자님..........미안해요........ 채소에 삼겹살을 놓고 밥도 놓고 거기다 마늘과 장을 더해서 볼이 터져라 먹어대니 나의 복부는 살빠질 날이 없도다.

  아쉽다. 삼겹살 먹어 대느라 사진을 못 찍었다.

  부랴부랴 식사를 마치고는 거진읍에 있는 고성기원으로 향했다. 바둑대회를 하기로 하였으니 가야만 한다. 선달이는 여기서 하면 안 되겠냐고 하는데....... 기원에다가 환영 플래카드까지 걸어 놓았으니 가야한다.

  바둑대회를 하기로 한 곳에 오로에서 협찬한 시상품을 차에 싣고 들어갔다 대진표와 환영플래카드 만으로도 기분이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1회전부터 삭막하게 리그전도 아닌 토너먼트로 들어갔다. 나의 첫 상대는 이청 아우.......얼래 이청 아우가 내게 넉 점을 접히고 들어온다.  으음 상품에 눈이 어두워진 것인감? 넉 점 접바둑 두어본지가 하 오래 된지라 접바둑을 두는 것인지 호선바둑을 두는 것인지 분간이 안 되고 결국 내 대마를 잡히고 항서를 쓴다. 우~~쒸~~~~~~~~~하지만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소년 같은 이청아우의 모습에 패배의 아픔도 다 잊혀진다.

  결승은 결국 선다르와 이청 아우가 붙었다. 이청이 소라아우를 꺽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 선달에게 또 넉 점을 접힌 이청 아우 이기고 만다. 그러고는 한다는 소리가

  “많이 접히고 이기기로 하였습니다.......”

  헉 이청 아우의 작전에 우리 모두 가차 없이 당했다. 시상은 그대그시절 형님이 맡아주기로 하였다. 시상식도 끝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우승 이청, 준우승, 선달이, 3위도리 123가 상을 받았음.....(상품은 오로에서 제공한 바둑연감 2008년도)

  환영플래카드.................

 장고중인 소라와 도리123....이미 한판 두어 져버린 그대그시절 형님 웃고만 게신다.

 어쨋거나 1등은 좋은 것이여~~~~~이청 아우 입 찢어진다.

  2등한 선달이 좋아서 죽는다.

 도리아우 복터졌네...ㅎㅎㅎㅎㅎㅎ 3등이란다.

  그리고 오후 네 시 반 차로 출발 하였다는 선비무도님을 기다린다.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이런저런 정 깊은 담소로 시간을 보낸다. 그전에 도리 아우님의 어 부인이 대구에서 올라 오셨다. 남편 가는데 같이 따라오는 정성이 놀랍다.  전보다 훨씬 날씬해 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부부는 이렇게 무엇이던 함께 하는 부부가 아름답다.  이청 아우의 부인과 도리 아우의 부인은 우리가 바둑대회를 간 사이에 찜질 방에를 다녀오셨단다. 여름에 사우나에 전혀 못가는 나 같은 사람은 어쩌라고.....

  선비 무도님의 전화가 왔다. 오후 열시 이십분 경이었다. 결국 선달이가 차를 몰고 속초까지 마중을 나갔다. 선달에게 정말이지 미안하다.  아무 군말 없이 모두를 위해 자신을 내주는 선달이...............난 그의 십분의 일이나마 닮았으면 싶다.

  선비무도님 내외가 도착하니 열한시 반경이었다.  난 그사이 너무도 피곤해서 잠시 잠자리에 들었다가 선비무도님이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스스 일어나서 졸린 눈으로 무도님을 맞이했다. 이 양반은 완전히 촌사람이여......시골 형님하고 똑같네.....^^* 내외분이 천리 길도 넘는 길을 단 한 가지 이유 보고 싶다는 이유로 길을 떠나서 여기까지 오게 하는 그 힘의 원천은 사람과 사람의 사랑인 것이다. 선비무도님을 만나 또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그들은 왜 그리도 정이 많은가.........

  情

오래 묵은 장맛처럼

알 수 없는 깊이에서

너는 그렇게 오래

진국으로 울어나서

아름다운 네 향기에 취해

가는 사람마다 발길 멈추는 구나

너 없이는

나도 없고

나 없으면

너도 없으리라

내 인생 가는 길에

너도 따라 동반하니

내 나머지 삶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루 종일 분주했던 탓일까..........나도 모르게 방으로 들어가 큰 대자로 뻗었다.  꿈도 꾸지 않는 깊은 잠에 빠져들어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기실 바둑시합을 성대하게 열려고 했는데 모두들 바쁜 탓이기에 그만 조촐한 바둑시합이 되었다. 년 말 쯤에 오로회원들 누구라도 참석할 수 있는 오픈바둑대회를 기획하고 개최하고 싶다. 한국기원에서 팍팍 밀어주시기를 바라지만...............꿈이 이루어진다면 말이다.

  낮에 수시로 먹은 수박맛과 성주참외(도리123님이 두 상자나 가지고 오셨다)의 단맛 때문에 한동안 과일을 자꾸 먹게 될 것 같다. 만남의 의미는 동화되어 가는 것이다.  사람의 순수함에 스스로 동화되어 광장지기님 말처럼 순수한 어린애가 되는 것이다. 먼저 떠나간 이들과의 가슴으로 맞아들이고 가슴으로 보내는 그 진한 감동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우리가 왜 만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바둑시합전 포즈를 잡은 우리들....^^*

  으음......옆에서 보니 인격이 확실히 돋보이는군~~~~~비만~~~ 이 살을 80kg으로 만들면 전국의 독자들이 에또 다이어트 비법을 알려달라고 할테고 그럼 돈 방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