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오로 - 바둑플랫폼 cyberoro.com

커뮤니티

나도작가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18회] 4부 나타난 승부사 (5)

2007-03 조회 3749추천 0 프린트｜스크랩

송 영감의 이야기 중에 추동삼이 사라진 1년은 짐작해 보건대 틀림없이 한일기원 기사 생활을 할 때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추동삼은 기사생활을 하기 전부터 이미 내기바둑꾼으로서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귀신 같은 솜씨야. 한번은 다 죽은 대마가 살아나는데, 무덤 속으로 들어가던 시체가 벌떡 일어나서 걸어나오는 것 같더라고…… 옆에서 구경하는데 손이 떨려서…….」 신 영감이 말참견을 하다가 말고 소주잔을 드는데 손이 덜덜 떨린다. 「그렇게 추 사범이 전승 신화를 쌓아가자 다시 이 바닥에서 양포와의 대국이 거론됐지. 이번엔 추 사범 쪽에 낙점을 주었지. 비근한 예로 양포에게 선에 덤 다섯 집을 받는 사람이 추 사범에게 두 점으로 날아가고 양포를 두 점으로 이긴 전적이 있는 선수를 같은 두 점에 추 사범이 날려 버렸으니까. 당연히 추 사범에게 점수를 더 줄 수밖에…….」 이야기에 취한 송 영감은 어느덧 박 화백에게 하대를 하고 있었다. 박 화백은 오히려 송 영감의 그런 말투가 부담스럽지 않고 편했다. 「양포 쪽에선 연일 추 사범에게 시비를 걸었지만 추 사범은 태연했네. 상대가 누구든 추 사범은 관심이 없었던 거야. 내가 보기엔 그 무렵 추 사범은 뭐랄까…… 양포가 훨훨 타오르는 불길이라면 추 사범은 흘러가는 물이었어. 내가 몇 번 추 사범의 대국을 지켜봤지만 그는 한마디로 고요한 사람이었네. 그러다가 선수들 사이에 괴짜 전주로 소문 난 유 사장이 나섰지. 그 양반이 추 사범하고 어떻게 이야기가 됐는지 드디어 추 사범과 양포의 대국이 벌어졌네. 지금은 없어졌지만 청량리에 있는 금성여관이었을 거야. 역 앞에서 보면 사창가 못 미쳐 바로 옆 골목길로 들어가면 큰 여관이 있었어. 방 한 칸에 수십 명 정도는 뒹굴 수 있을 만큼 큰 한식 여관이었지.」 이야기를 하는 송 영감의 얼굴에서 지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었어. 난다긴다 하는 바둑꾼들, 전주들, 몇몇 전문기사들까지……. 저녁 무렵 되니까 구경꾼들로 방 안이 가득하더라고. 그야말로 프로 국수전을 방불케 하는 대승부였어. 내가 태어나서 큰 판을 여러 번 봤지만 그렇게 가슴이 떨리기는 처음이었네. 겁이 나서 앉아 있지를 못하겠더라고.」「맞아! 진짜 겁나는 판이었어!」 신 영감은 뭐가 좋은지 그저 싱글벙글이다. 「자넨 그 자리에 없었잖은가.」「이 사람, 정신이 있나 없나! 내가 그런 자리에 빠질 리가 있나!」「자네 그때 부친상을 당해 시골에 내려갔잖은가?」「부친상을 당하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무슨 소리라니?」「그때 자네 바로 뒷자리에 내가 앉아 있었잖은가!」「부친상을 당한 게 아니고?」「자네 모르고 있었나? 우리 아버지는 일제시대 때 옥사했네.」「옥사라 …….」 송 영감이 기가 막혀 신 영감을 쳐다본다. 신 영감의 얼굴은 아무 생각이 없다는 표정이다. 송 영감이 박 화백에게 시선을 돌리며 하던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국수 한 그릇이라더니 승부는 맥없이 끝났어. 돌을 가려 흑을 쥔 추 사범이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 버렸어. 단 한 번의 찬스도 주지 않고…… 나 같은 바둑이 보더라도 완승이었어. 패한 양포의 전주 강 사장이 발끈했지. 돈도 돈이지만 이제껏 호선으로는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양포가 손 한 번 못 쓰고 허무하게 무너지자 양포를 친자식처럼 생각하던 전주 강 사장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 그 패배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며칠 후 대국이 다시 벌어졌어. 하지만 결과는 대동소이했지. 흑을 쥔 양포가 초반에 자멸을 하고 말았어. 엄밀히 말하면 자멸이라기보다 기량의 차이였지. 그 바둑도 내가 옆에서 지켜보았는데, 양포가 아예 판을 못 짜더라고. 이미 추 사범은 양포보다 몇 수 위였어. 」「그것으로 두 사람의 대국은 끝난 겁니까?」 박 화백이 물었다. 「그랬어야 했는데…….」 송 영감이 갑자기 침울해진다. 「왜요?」「아닐세. 내 말 나온 김에 마저 하지……. 두 판을 완패당한 양포는 전주 강 사장에게 한 번만 설욕의 기회를 더 달라며 통사정을 했지. 그러나 양포와 추 사범의 차이를 실감한 강 사장은 양포의 요구를 거절했어. 그 틈을 비집고 이번엔 천 사장이란 전주가 양포의 새로운 후원자로 들어섰지.」「천 사장과 추 사범의 전주 유 사장은 전에부터 아는 사이였어. 천 사장은 유사장에게 온전한 승부, 그러니까 합당한 치수를 요구한 거지. 천 사장이 요구한 치수는 양포가 추 사범에게 흑으로 두겠다는 거야. 말하자면 정선(定先: 맞바둑에서 하수가 흑으로 두는 방식으로 ‘선’이라고도 함)을 요구한 거야. 유사장은 그 요구를 흔쾌히 승락했고, 양포의 체면 문제도 있고 해서 철저하게 비공개로 두자고 쌍방 약속을 했지. 그래서 전주 두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추 사범과 양포의 대결이 재차 벌어졌어. 결과부터 말하면 승부는 역시 부동이었어. 호선과 정선의 차이는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양포는 추 사범에게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이 되어 버렸지. 그렇게 몇 판을 더 지고 치수는 양포가 추 사범에게 선에 덤 오목을 공제받는 선까지 내려갔지. 몇 개월에 걸친 두 사람의 대국에서 양포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어. 천 사장과 양포는 체면이고 뭐고 잃은 돈을 찾기 위해 선에 덤 오목이라는 배수의 진을 친 거야. 그 바둑은 종로 2가에 있는 한성여관에서 벌어졌는데 난 바로 옆방에서 다른 전주들과 마작을 하며 승부의 귀추를 주목하고 있었지. 내가 알기론 그 판이 두 사람이 둔 바둑 중에 제일 큰 액수였다더군. 대국이 시작되자 우리는 옆방으로 눈치껏 건너갔어. 그 일생일대의 바둑을 안 볼 수 있나. 초반에는 양포가 신중하게 판을 잘 짜 나갔어. 중반까지도 덤 오목이 있고 해서 양포의 우세였지.」

팍스이스트	3단	10조4200억
자작나무♡	7단*	2조7235억
별빛누리★	6단	2조3018억
한솔현현로	7단*	2조198억
뉴욕n뉴욕	4급*	1조6659억
버려야산다	11급	1조5852억
비비빅	11급*	1조4399억
초보네	3단	1조3402억
충청도요정	25급	1조2451억
운명아비켜	4단*	1조1764억

커뮤니티

일반게시판

참여게시판

정보게시판

고객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