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01시 29 분 깜깜한 도로변에는 젊은이의  시신 곁에,  사망자의 아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사서 들고오던 크림빵 봉지에서 쏟아진 빵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  아내는  임신 7 개월의 몸으로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그 뺑소니 운전자가  자기 부인의 설득으로  사고 발생 후 19일만에 자수를 했음을 국민들은 언론을 보고 알았다.

우리는  아름다운 미담을 들으면 감동하게 된다.  이 사건은 결코 미담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뇌리에는 뭔가 짠한 느낌이 온다.  이 또한 일종의 감동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고자 부인의 양심적인 처신과  용기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치어 죽이고 뺑소니 치면  중형이 불가피하다.  남편이 잡혀가는 순간  그 가정은 붕괴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가장이 형을 살게 되면 생계가  위협받게 되고  어쩌면 남편이나 시댁으로부터는 자기 남편을  고발한 여인으로, 주변으로부터는 뺑소니 운전자 가족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고  피해자 유족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남편의 범죄를  경찰에 알리는 데는  가정 파탄과  경제적  치명타를 각오해야 하는  정말 대단한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그간  뺑소니 차량 사고, 특히  사망사고에서  범인이 자수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거리 곳곳에는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이  여기 저기 걸려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최근에는  거리마다 도처에 설치되어 있는  CCTV나  앞뒤에 주행하는 차량의 블랙 박스에 뺑소니 차량의 차종과 차량 번호가  찍혀서  체포되거나  신상이 노출되어 체포될 위기에 처하여 마지 못해서 자수하는 경우는 많지만  범인이 특정되지 않은 본 건과 같은 경우는 영구미제 사건이 될 수도  있었다.

차량 사고가 나면 자수가 당연한 상식임에도 이 보도에 감동하는 이유는,  이 사회에 양심이 죽은지 오래 됐고  부지기수의 사고 속에 순순히 자수하는 경우를  그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차량 번호가 드러나지 않은  금번 사고에서 사고 운전자가  자수하게 만든 것은,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의 열화와 같은 관심과 여론이  경찰의 보다 철두철미한 수사를  촉구하는 압박으로 작용했고, 언론이 집요하리만치  추적보도를 통하여  범인 색출에  일조를 했으며,  CCTV 역시  차종을  대우의 윈스톤으로 특정하는 등  기여를 하였다.

그렇더라도  가해 운전자가 자수하도록 설득하고  경찰에 알린 가해자 부인의 양심과 용기있는 처신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려서 이 사건 해결에 열화같은 관심을 촉발한 것은,  금슬 좋은 피해자 부부의  크림 빵 사랑이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만삭의 몸으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아내가 먹고 싶다던 크림빵 봉지를 부여않고  심야의 밤거리를 종종 걸음치던  그 가난한 남편의 모습이  우리 모두의  뇌리에 잔영으로 남아있었기에 말이다.

이 사건의  결말이 흐믓한  이유는,  사망자의  아버지가   한 말 때문일 것이다.

"  잡히지 않고 자수하여서 정말 다행이다. 가족들이 자수하도록 기도했다. "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는데,  가해 차량 운전자에게도 정상의 참작되었으면 좋겠다. 행동하는 양심을 보인  용기있는  부인의 자수 신고가 감안되어서,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형기를 마치고 재결합할 수 있도록 하여 가정의 붕괴만은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졸지에  유복자를 낳고  험한 세파를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사망자의 유족에게 뭔가  기적과 같은 희망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하다 못해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임용고시에  합격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단 횡단은  목숨을 노리며  어두운 밤길에서 무단횡단은 자살행위란 점,  음주 운전은 재앙을 낳고  과음을 하고 운전하면 파멸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사회 모든 이들이 남편을 자수하도록 설득한 그  부인처럼 이성적이고  양심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