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약제부

 약제부의 아침은 언제나 활기찬 느낌이다.
의약 정보센터에도 수 십명의 약사들이 있고 1층의 외래약국에도 수 많은 약사들 그리고 특수조제실의 약사들 암센터 주사실의 약사들 전부 몇명인지도 모른다.

 지하 2층 병동약국의 주간 근무자는 수십명쯤 될까? 군대의 소총부대 마냥 제일 활기차고 시끌벅적한 분위기이다. 퇴원약 담당, 주사제 담당, 경구약 담당, 파우더 담당, 물약 담당, 마약및 향정신성 의약품 담당, 수액및 투석액 담당, 가 병동에 배달할 너싱 랙(Nursing  Rack)담당 등 수십명의 약사들은 6:30경 조회를 마치고 각기 담당지역에서 한 번 앉아 보지도 못한 채 점심무렵까지 분주히 바쁘다.

 조회에선 과장의 전달사항과 선임들의 지시사항, 마지막으로 구호의 복창등 본 적은 없지만 마치 여학교의 조회시간이 저럴듯 싶다. JCI 병원 국제 규격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7월을 목표로 부서 별로 열심이고 암기사항도 많은가보다. 지난 3월 입사한 신입약사 10여명을 포함하여 자체 시험도 자주 치르나 보다.

 우리 직원들도 나이트 번, Day번, A번(주간 근무자) 모두에게 전달사항과 주의사항들을 안내한다.
콜센터 와 불편한 관계는 이달 중 충원이 되면 약 관련 콜 은 직접 받아 처리 예정이니 당분간 불편하더라도 참으라 예기한다. 나이트 번의 식사시간과 콜 처리문제 등 애로사항들엔 당분간 더 참으라 예기한다.
어제 10층 병동에 UDS 이송 시 너싱 랙(간호사 카트) 하나를 바꿔주지 않은 채 내려온 사례를 들며 주의를 당부한다.

 한 번 실수를 하면 보통 세 군데의 과장에게 지적을 받거나 불려다녀야 한다. 최근엔 실수의 사례가 많이 줄어들고 안정화 되는 추세이지만 주의를 재삼재사 당부한다.

 12 시 경 오전 업무가 거의 마무리 되면
앞번 들 다 식사하러 가세요 라는 선임의 고성에 수십명의 약사들은 죽 줄서서 손을 씻곤 약국을 나선다.
12시 20분 이니 한 시간이에요. 식사시간!
뒷 번 들은 남아 정리를 하며 한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린다.

 대형병원에서는 간호부의 파워가 세고 모든 부문을 간호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C의료원은 각 실무부서에 수녀님 신부님들이 많이 포진해 계셔서인지 부서별로 대등한 입장을 견지하는 듯 하다. 임상병리 부서나 약제부서나 간호부서나 모두 상호존중을 하며 심지어는 원무부나 총무부 등도 지원부서로서 무시 당하는 것이 아니고 목소리와 파워가 균등한가 보다.

  병동 간호사들이 급한 약을 신청하면 지정된 경로에 따라 원칙이 지켜지니 급한 마음에 빨리 처리하고 싶어 간호사들은 우리 콜센터에 재촉을 한다. 응급실의 경우 모든 환자가 시급하겠지만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하루 8차례 집계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 전에 신청된 약은 조제 해 보낸다. 급한 약은 해당 병동의 간호사나 보조원이 와서 받아 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다들 자신이 제일 바쁘다 생각하니 편법을 꾀한다. 여 보조원은 간호사의 심부름으로 약국에 다녀가기 싫어 콜센터에 전화를 해 시키려 들면 결국 우리 콜센터는 약제 우리 담당에게 전화를 하고 결국 원칙으로 환원되며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기 바쁘다.

 마약과 향정약 등은 인편으로 이송하게 되어있으니 해당병동에서 와야만 하는 것이고 고가약이나 중량약도 마찬가지이다. 응급약은 기송관 중량약은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보내게 되어있으니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단순한 원리인데도 불만과 분쟁은 늘 발생한다. 주로 원인은 고참 여 보조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안 하기 때문이 태반이다. 10년차 여 보조원이 제일 졸병이고 20~30년차 도 수두룩하다. 10년 전인지 부터 다른 병원들 처럼 파견직 사원들을 활용하기 시작하여 졸병들은 덜하지만 고참들은 노조에 익숙하여 편법에 골몰한다.

 응급실 소속 우리 젊은 직원들이 가끔 약을 타러 약국에 오길래 물어보니 평소 여 보조원들이 친한 척 잘해주며 퇴근길에 삼겹살도 사 주곤 일과시간엔 제 대신 약을 타러 보낸다.
다시 한 번 응급실 우리 본연의 업무가 아닌 일로 약국에 오면 조치를 취하겠노라 경고를 해 돌려 보낸다.
응급실 여 보조원들은 이젠 자신들이 잘 자주 온다.

 약제부 소속 우리 직원 T/O 13명을 최대한 성력화 하기 위해 작년 12월 새로 맡은 이래 13에서 7을 교체하며 기강과 규율을 확립했다. 이제 이 달 부터 새로 증가되는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충원과 독려, 재교육등 처리할 일이 산적해 있다. 약제부 앞 소파에 앉아 골돌히 여러 방안을 검토 하지만 어느 구석 하나 쉽지가 않을 듯 싶다. 과연 내가 해 낼수 있을까? 점점 자신이 없어지기도 한다.

 소장은 예기한다. 너무 쉽게 해주지 말라고. 증원요청한 4명을 받기전에 기존 인원으로 다 처리해 내면 약제에서도 해 줄 이유가 없긴 하겠지.
기존 직원들에게 그동안 너무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였다.
약제부 과장께서도 지금 한계상황에서 열심히 해 주시는 것을 알고 있다 말하여 안도와 위안을 얻는다.

모든 상황을 혼자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어 본다.

한 명이 증원 됐을 때,
두 명이 증원 됐을 때,
세 명이 증원 됐을 때,
네 명이 증원 됐을 때,
한 명도 안 됐을 때..

응급실, 중환자실, 임상병리과 등에서 직원들은 연락이 온다. 지원을 요청하기도 하고 자신의 근무표, 지난달 근무시간 집계에 관련된 문의 등. 오늘은 약국만 생각해 보기로 마음먹지만 결론은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