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나이 51살인 김씨는 꽤 미남이다.

서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언젠가 몇달전쯤 지인과 만나 그냥보내기 무엇해서 딱 한잔만 더 하기로하고 허름한 그술집에 들렀다 만났다.

옆테이블이 꽤 시끄러웠다.

경상도억양이 상당히 강한 사람들 넷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니 중국에서 온 조선족들 같았다.

말이 조선족이지 같은 동족이다.

대각선으로 앉은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인상이 괜찮은 사내였다.

“어디 옌벤에서 오셨나봅니다?”

“아 예예 저희들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 죄송합니다아...아져씨..”

언어가 시끄럽고 거칠어도 기본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엉겁결에 그가 권하는 잔을 받는 바람에 친구와 나는 엉덩이를 틀어 합석아닌 합석이 되어버렸다.

두사람은 돼지농장에서 일하고 두사람은 인근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였다.

쉬는날이면 그렇게 만나 시름과 피로를 풀고 외로움까지 달래는 듯 하였다.

그 김씨를 어제 버스정류장근처에서 우연히 만났다.

젊은사람이 인사하길래 누군가 했더니 함께 합석하였던 조선족젊은이였다.

“아..기억력조네요...어데 다녀오는갑네요?”

그버스정류장은 안동터미널을 오가는 버스가 정차하는 곳이다.

“예 저어기...엄마기일이라 인천다녀오는 길입니다..“

“인천에요? 거기 누가있는모이지요?”

“서울에 사는 형님들과 누나들을 인천에서 만나서...”

“이럴끼아이라 내가 씨언한 커피한잔 대접하고 시푼데 시간있능교?”

큰컵에 얼음까지 수북히 얹어주는 아이스커피를 들고 우리는 그늘의 의자에 앉았다.

“아 그러이 제사지내고 오는길인 갑네요”

“거기 제사라기보단...”

그의 두형과 누나한사람이 서울쪽에서 일하고 있으며 작년에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엄마가 죽기전에 말하기를 ‘내죽으마 봉분이고 납골이고 하지말고 화장해서 대련청도배가 오가는 서해바다에 뿌려도고...’라고 했다고 한다.

아마 한국에서 돈벌이하며 대련과 청도를 오가는 자식들 때문에 서해바다에 뿌려달라고 하였나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신 엄마의 유골을 인천연안부두 앞바다 어떤 섬근처에 뿌렸으며 기일을 맞아 형제들이 모두모여 배를 빌려 선상제사를 올리고 왔다고 하였다.

제사방식이야 어떻든 무슨상관이랴....마음을 전하면 되는거지 허긴...

“아 그랬군요..그래도 사람도리를 다하는 김씨형제와 누나가 대견합니더.. 배삯도 꽤 비쌀낀데요?”

“작년 유골뿌릴땐 삼십만원이랐는데 이번에 삼십오만원 달라고 하데요. 어제 인천에서 형님들과 헤어지면서 술을 좀 마이 무가주고 속이 좀 그런데 시언한 냉커피가 참 맛있네요오..”

그의 엄마는 두세달 아기때 부모를 따라 지린성 백두산자락에 정착하였으며 무지무지하게 가난하였다는 어릴 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한국생활과 H2비자 두 번갱신도 말했으며 큰형님은 벌써 한국을 세 번째 왔다갔다 하였다고 한다.

세 번이면 15년인데 돈좀 많이 벌었냐고 내가 물었으며 대련쪽에 큰형님과 작은형은 아파트를 한 채씩 사놓았으며 그 아파트가 지금 많이 올랐다고 하였다.

김씨 자신은 칭다오(청도)에 살고있고 자식이 둘이라고 하였다.

고등학생 중학생인 두남매가 대학졸업할때까지는 한국에서 노동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돌아가신 아버지는 어떤분이었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삼년전에 91살 때 돌아가셨는데 국가유공자였다고 하였다.

무슨일로 유공자냐 물었더니 한국전쟁의 중국팔로군 펑더후이(팽덕휘)휘하의 군대로 참전했다고 하였다.

아버지는 살아생전에 늘 빨간수첩을 가지고 다니셨는데 그 빨간수첩만 있으면 전철과 버스 그리고 입장료내는 유원지와 명승지모두 무료라고 하였다.

소정의 연금도 평생 받았지만 물가도 오르고 적은금액이라 유명무실하단 말도 하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를 한국으로 이주시켰다고 하였다.

국적이 중국이라 복지혜택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도 하였다.

만약전쟁이라도 다시나면 김씨와도 적으로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언 듯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김씨는 지금 한국역사공부를 한다고 하였다.

귀화시험에 합격하면 영주권이 나오며 대한민국국민이 된다고 하였다.

영주권이 나오면 부인과 두자식들도 귀화할 수 있단 말도 하였다.

나는 그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빈다고 말했다.

좀 이르긴 하지만 있다가 저녁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단 말을 했더니 내일 새벽부터 일을해야해서 쉬어야 한다며 사양하였다.

그러면서 나에게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면서 월급타면 탁배기한사발 대접하고 싶다고 하였다.

우리는 흔쾌히 전화번호를 교환하였다.

비가 또 올래나 아까 반짝 햇빛이 보이더니 어두워진다.

걸어가는 김씨의 뒷모습이 무척 외로워 보였다.

어려운 노동의 환경아래에서도 부모를 향한 사람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김씨형제와 누나가 대견스럽기만하다.

노등으로 찌든 얼굴이지만 스쳐가는 인상은 상당히 잘생긴 얼굴이다.

나는 속으로 그의 귀화시험이 반드시 합격하기를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