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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명상은 앉아서 하는 행위란 공통점과 아울러 전쟁같은 치열함과 모든 것을 비워버리는 정반대의 대척점이다. 1차대전중, 유대계 독일인 현자가 명상에 빠져 들었다. 그는 명망있는 철학가이며 대학교수직함을 가진 학자이기도 하였다. 복식호흡과 동시에 일사집중에 이어 무념상태 그리고 무아의 경지로 접어드는 것이 명상이며 바둑에 고수가 있듯이 명상고수는 드디어 해탈의 경지에까지 다다른다. 최고명상고수라면 부처를 들 수 있을 것이고 최고바둑고수라면 이세돌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체험해 보진 않았지만 명상을 통해 최고경지의 근처에만 가도 아마 마라톤같은 격렬한운동후의 황홀감과 마음의 안식이 찾아온다고 한다. 현자는 명상을 마치고 거실에 앉아 홍차를 마시고 있을 때 어떤 젊은이 한사람이 찾아온다. 젊은이는 무엇인가 절실한 마음으로 어떤 어드바이스가 필요했던듯하다. 그러나 현자는 명상을 바로 끝낸상태여서 아직 의식이 몽롱한 상태였다. 젊은이는 무어라 물었고 현자는 형식적인 대답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실망한 표정으로 젊은이는 돌아가고 몇 달이 흘렀다. 어느 날, 제자가 찾아왔다. 청년은 말했다. 전쟁터에 징집되어 갔던 친구가 전사하였으며 그 전사한 친구가 보냈던 편지내용의 일부를 말하였다. 그때 찾아왔던 젊은이가 전사하였다는 말에 현자는 혼란스러웠고 당황하였다. 그날 이후, 현자는 명상을 그만두었다. 나혼자만의 안식과 평화를 위해 간절한 젊은이와의 대화를 소홀히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야생의 늑대조차 젖을 때고 성장한 수컷은 무리에서 쫒겨나 홀로 삶을 개척해 나가야한다. 인생도 마찬가지 이듯 그 젊은이는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갓넘긴 새내기인 것이다. 자신도 모든 것들이 두렵고 호기심충만과 어지럽기만한 청춘을 거쳐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현자는 너와 나라는 명제의 철학에 천착하며 젊은이들과의 교류에 집중하였다. 현자의 어록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너 와나라는 인간관계를 가장 훌륭히 해낸 사람은 괴테이다. 나와 신과의 관계를 가장 밀착시킨 사람은 예수이다. 나와 그것즉 인간을 포함한 모든 대상을 이익추구와 물질로 보며 가장 성공한 인물은 나폴레옹이다.‘ 이세돌은 전쟁을 끝낸 전사처럼 프로기사직을 내려놓았다. 며칠전 오로바둑 뉴스란에 올라온 어린이바둑대회장에서 어린기사들과 다면기를 놓으며 파안대소하는 그의 표정을 보았다. 편안하고 매우 즐거운 모습이었다. 바둑판을 앞에두고 마주한 너와 나는 한사람은 승리를하고 한사람은 패배를 해야하는 전쟁터의 무사이다. 이세돌의 표정에서 치열한 눈빛이 아닌 대단히 평화스러운 미소를 보았다. 너와 나가 부딪히는 인생에서 이세돌에게 현자의 길을 걸어가길 바랄 뿐이다. 아주 오래전 19살 이세돌은 늦은밤, 오로바둑 대화창에 등장한 적이 있었다. 시간이 늦은 새벽1시경 이었다. 대화창에 뜬 그의 말이 생각난다. “그 그게요오 꼭 그그렇지마만은 않은거 같은데여...” 그렇다 인생에 정답이 딱 부러지게 있을 수 있냐...허긴 많은 세월 흐르고 그는 바둑은퇴 하였다. 그런데 그 대학교수인 현자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너와 나로 인터넷 쳐봐도 남진의 노래와 기타 여러 가수들만 나온다. 나도 허긴 많이 늙었지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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