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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금 영농에 관한 책자를 뒤적거리며 틈틈이 노트를하고 있었다. 새벽1시.... 삐리리리 삐리리리... 휴대폰이 울린다. 동그라미 초록색 수신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응 나야 지정손님이야..컨디션 괜찮지?” “네 언니...” “코리아나호켈 1502호실..” 그녀는 거울을 힐끗보곤 핸드백을 집어든다. 브러쉬로 머리칼을 슬쩍 다듬곤 일어서서 휴대폰에 저장된 서울콜의 단축키를 누른다. 화장과 복장까지 그녀는 미리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층오피스텔정문쪽으로 택시가 들어온다. 택시뒷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는 그녀는 속으로 짐짓 생각하였다. 오늘의 손님은 꽤나 진상끼가 있는사내였다. 콘돔거부는 물론이고 이상한 자세까지 요구하는 놈이었다. 그러나 콘돔타임에서 팁이 두둑히 나오고 이상한자세에서 또 팁을 주는 좀 이상한 사내였다. 다행히도 시간을 오래끄는 타입이 아니어서 그리 중노동을 요구하는 대상은 아니었다. 직업이 직업인만큼 그녀는 최대한 고객의 기분을 살피고 기를 살려주려 애쓰는 여자였다. 여자나이 34살이면 이세계에선 대개 퇴물취급이고 은퇴할 나이였다. 그러나 그녀는 육체관리를 꽤나 잘한 편이어서 언듯보면 20대중후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성기 강남텐클럽시절부터 최대한 절주하며 담배도 깊이 들이키지않는 뻐끔담배였다. 담배는 고객들과의 분위기차원에서 피워 물 뿐이었다. 주량이야 웬만한위스키한병도 거뜬하지만 그녀는 주는대로 받아 마시지 않았으며 적당히 테이블에 달려있는 작은쓰레기통에 기술적으로 버릴줄도 알았다. 워낙소식에다 백미가 아닌 현미밥을 하루 두끼 그리고 청국장과 야채가 전부였다. 청국장이 질리면 미역국.....그 것도 싫증나면 콩나물과 두부썰어넣은 된장찌개가 주메뉴였다. 그녀는 육식만큼은 기피하는 편이었다. 요새는 하루한잔 마시는 커피조차 설탕은 절대로 넣지 않는다. 그녀가 그렇게 몸관리를 잘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고향의 어머니와 남동생때문이었다. 남동생이 공부를 잘 못하였다면 몰라도 꽤 잘하는 축에 들었다. 텐클럽시절부터 그녀는 매월일정금액을 시골엄마에게 송금하였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심지어 어학연수와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갈때에는 상당히 큰돈이 들었지만 그녀는 동생이 하고싶은 것은 뒷바라지 해주고 싶었다. 남동생이 대학졸업하고 군대 다녀오고 취업을 하고....그러는 사이 그녀도 나이가 들어버렸다. 20대후반이면 텐클럽시절은 끝이난다. 그녀를 아끼던 클럽마담은 마당발여성이었다. 마담은 질좋은 고객을 최대한 골라 그녀에게 알선해 주었다. 클럽시절부터 워낙 메인센터급 미모였던 만큼 그녀는 나이가 억었어도 주2회정도 이상의 콜은 받지 않았다. 2년전쯤 마담언니는 그녀에게 멋진노신사를 소개해주겠다고 하였다. 자정이 거의되어 모호텔로 그 노신사를 만나러갔다. 그녀의 얼굴을 보자말자 그노인은 이상한 멘트를 날린다. “오호...상이 조으눼이....” “안녕하세요? 손님...” “손님은 무슨 자자자 앉아라.....” 대뜸 그녀의 손을 잡는다. “오호 손도 따스하고 ...니는 복도 많다...” 그녀는 수줍은 웃음을 띠우며 약간 고개를 숙인다. 사실 그녀는 누가보아도 미인이었다. 늘씬하면서도 C컵가슴에다 살짝 쌍가풀이진 따스한 눈매의 소유자였다. 사내라면 누구라도 끌리지 않을 수 없는 타입에다 목소리마저 울림과 촉촉함이 느껴지는 정감있는 여자였다. 맥주를 권하는 노신사에게 그녀는 잠자리로 유도하였다. 아까 노신사가 쓰레기통에 무엇을 버리고 컵에 물을 따르는 것을 보았다. 비아그라인가 하고 그녀는 짐작하였다. “혹시 약 드셨어요?” “으으 응..그래....허허....” “되도록이면 안드시는게 좋긴하지만 혹시 건강 때문에 다른 약 복용하시는 거 있으신지요?” “으..그게 혈압약하고 고지혈증약인가 그거지머.....” “저기 저....다음에 뵐 일이 있다면 비아그라는 안드시고 제가 최대한 해보겠어요.” “허허허 그래그래......고혈압약에다 고지혈증약과 비아그라는 상극이라 카더라만도...말만 들어도 고맙따야....거..참 기특도 하다아..” 그녀가 영농공부를 하는 것은 꼭 농사를 짓는다기보단 텃밭을 가꾸고 산야초의 기본정도는 알고싶어서였다. 선산이 없어 공동묘지에 있는 아버지와 군립납골당의 엄마를 함께 모시기위해 고향땅근처 그리멀지 않는 곳의 야산의 산소터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시골고향집도 개축하려면 상당한 돈이 들 것 같다. 내년이면 서른다섯......갈수록 추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나날이 늘어가는 요즈음이었다. 그녀는 며칠전, 부산에 살고있는 남동생네를 다녀왔다. 모증권회사에 다니는 남동생은 기꺼이 부모의 합장이장비용을 대겠다고 하였지만 올케에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시골생활을 계획하는 것은 당분간 모든 것들을 멈추고 싶은 마음때문이었다. 그 것은 자책과도 같은 것이기도 하였다. 사회초년생시절, 모소기업의 경리였던 그녀에게 젊은 사장은 서류무엇무엇을 모모텔로 가지고 오라하였고 무심코 모텔방에 들어선 그녀를 그는 강제로 덮쳤다. 몰려오는 모멸감과 무너지는 자존감에 자포자기 가까운 심정은 세상을 다시보는 계기였으며 방황과 현실적 환경은 결국 그녀를 강남으로 진출하게 만들었다. 마담에게 말했다. 이 생활을 더 오래 끌면 추해질 것 같다고...... 마담의 속마음은 만류하고 싶었지만 선수가 그만두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며 그럴나이도 되었다. 대개 다른 아가씨들은 낭비벽과 허영심이 있지만 이아이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아마 잘 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담은 롯데백화점에 들러 그녀에게 원피스한벌을 선물하였다. 유종의 미..... 마무리도 잘 메조지하는 것도 인간의 도리이다. “어제 안그래도 김회장에게서 전화 왔더라.....마지막으로 전화 받을 거지?” 휴대폰벨소리가 울린다. 전화를 받는다. “응 그래 내다.......시간 있나 마담한데 얘기 들었따....저녁에 시간있스마 밥이나 같이묵자” 고객과의 별도 만남은 금기사항이지만 마담이 소개해준 특별한 고객이었다. 레스토랑의 별실테이블위에 노신사가 횐봉투한개를 그녀에게 내민다. “쪼금 넣었다. 그래에 인제 존남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그래야제..” “저는 결혼하지 않을 거에요. 그 것은 결국 거짓말을 하게되고 저의 경력까지 날조해야 하니깐요.” “어허..이런이런 거 무슨말을 그래하노..거 참.....니는 선의의 거짓말도 몰리나? “회장님, 선의의 거짓말은 자기변명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저.....이 봉투는 안주셔도 되는데.....왜” “내 마음의 표시다 그냥....지난 일이년 너 때문에 참 행복할 때가 많았따....고맙따...가봐라 이래저래 마음도 바쁠낀데” “오늘 마지막으로 회장님을 모시고 싶은데 왜 가라고 하시니...” “됐따 됐따.....인생 회자정리이고 만남사람들은 헤어지게 되 있능기라.....” 호텔레스토랑 도어를 열고 두사람이 나온다. 정문쪽으로 검은색승용차가 미끌어져 들어온다. 노신사가 승용차로 다가가자 도어맨이 잽싸게 달려나와 뒷문을 열어 붙잡고 노신사가 타기를 기다린다. 뒷문이 닫히고 승용차가 움직인다. 그녀는 승용차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오피스텔로 돌아온 그녀는 핸드백안의 봉투를 열어보곤 깜짝 놀란다. 자기앞수표의 동그라미가 9개....십억...... 멍하니 서있는 그녀의 두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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