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앉아 있던 그녀가 깔깔대며 웃습니다.
낯익은 화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로 게시판이군요.
아마 제가 쓴 글을 보고 있나 봅니다.
전 속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헛다리를 집습니다.
'내 글이 저리 재미있었나?'
전 그녀에게 물어봤습니다.
"내 글이 그리 재미있드냐?
그녀도 역시 제 질문에 당혹스러웠나 봅니다.
"어 그게..뭐냐..왜냐면..거시기..이를테면.."
말을 얼버무립니다.
그렇게 어벙어벙 하다가 이렇게 덧붙입니다.
"사실 오빠 글이 나 바둑 가르쳐 주기 힘들었다. 이거 아냐?
근데 답변글들을 보니 엉뚱한 라면 얘기만 써있네? 그래서
너무 웃기더라구..헤헤~"
전 순간 한방 맞은듯이 멍해져 있다가 이렇게 답을 해 줬지요.
"원래 그 글은 라면얘기를 쓴 것이란다. 너에게 바둑 가르쳐준
얘기는 본음식을 위한 양념이었다고나 할까?
회를 먹으러 가도 죽부터 시작한 쓰끼다시(부대음식)가 먼저
나오지 않니?
오로 게시판 분들은 나의 의도, 즉 행간을 정확히 파악하신 게지.."
여자친구는 저의 이 답변에 자지러지더군요. (아차! 여성이니까
*지러진다는 표현이 맞겠군요)
전 한발 더 나아가 이렇게 요구했지요.
"거기 답변글을 보면 알까기는 여성에게 유리한 종목이란다.
타종목으로 재경기를 해야한다. 자 우리 짤짤이로 돌리자꾸나,
이번엔 맥주는 물론이고 마늘이 듬뿍 들어간 라면까지 포함해
서다~!!"
짤짤이야 제가 초등학교때부터, 공인된 도박 하우스였던 동네
놀이터의 알려진 타짜였던 관계로, 상대의 접는 동작과 소리만
가지고도 동전이 몇개인지를 문일지십했던 처지라 자신이 있었
지요.
....................
전 지금 맥주먹어 등따쉽구 라면먹어 배부릅니다.
이쯤되면 결과야 짐작하겠지요.
저의 승리이지요.
근데, 배는 부른데 속은 좀 이상하네요.
여자친구보고 라면에 마늘넣으란 얘길 했더니 통마늘을 그냥
넣었군요.
먹을때는 괜찮더니만 어째 더부룩하니 이상하군요.
담부턴 마늘은 빻아 넣으라고 상세히 가르쳐 줘야 여자친구가
헷갈리지 않을듯 합니다.
참! 오늘도 라면에 들어간 계란을 볼수 있었네요.
그녀의 고집은 아무도 못말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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