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가을을 재촉한다. 입추가 지난 지도 벌써 열흘 남짓. 한낮의 무더위야 좀더 이어지겠지만 사연 많았던 올 여름도 이젠 끝자락으로 내몰린 듯하다.
계절이 바뀌면서 여름철의 왁자함도 함께 물러가 주었으면 좋으련만. 영남지방의 물난리를 비롯해 신당이니 병풍(兵風)이니 하면서 정치권은 여전히 바람 잘 날이 없고 우리 사회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국가적으로도 지난 월드컵 축구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이라는 굵직한 국제행사를 또 눈앞에 두고 있다.
이래저래 이번 가을에도 차분해지기는 틀린 모양이다. 아니 우리 사회의 만연된 소음을 고려할 때 계절이 오든 가든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달라지기 어려운 것일까.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나 소리가 넘친다. 공사장의 기계음이나 도로변의 경적 소리 등은 물론이고 도처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길거리마다 상품홍보랍시고 찢어질 듯 터져나오는 마이크 소리 등.
환경부의 최근 발표자료에 따르면 서울 인천 수원 등 수도권 3개 도시 주민의 62.6%,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포항 등 지방 6개 도시의 경우는 전체 주민의 48.8%가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지방도시의 소음환경은 수도권보다 조금 나은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도시의 소음공해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소음(noise)이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여러 주파수의 소리집단을 의미하지만 의학적으론 원하지 않는 모든 종류의 소리를 말한다. 물리적인 기계음보다는 배려심 없는 무례한 사람 목소리가 더 문제일 수 있다는 말이다. 승객들을 무시하고 흘러나오는 버스 안의 라디오 소리나 장소 불문하고 목청을 돋우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크건 작건 소음인 셈이다.
우리는 지난 월드컵 축구대회 때 어울림의 미학을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세계 각국은 우리의 전국민적인 응원 열기에 놀라며 우리나라를 ‘다이내믹 코리아’로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 자신들도 그 별명을 적이 만족해했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우리 사회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상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역동성에 맺고 끊는 질서의식이 가미됐기에 더욱 돋보일 수 있었다. 수백만명이 한데 어우러져 승리를 외쳤어도 이렇다할 사고도 없었고 수십만명이 함께 한 광장은 늘 말끔하게 치워지곤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두 달도 채 못 된 지금 그 어울림의 체험은 다 사라져버린 것일까.
절제되지 않은 역동성은 예측 불가능한 소음으로 삐져나와 사회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뿐이다. 물리적인 소음은 소음벽 소음기 방음장치 등을 통해 기술적으로 접근하면 되겠지만 반목과 대립과 무례가 빚어낸 소음은 서로가 한 발짝씩 양보하고 어울림을 이끌어내는 것만이 해법이다.
범사회적으로 소음공해를 물리치려는 진지한 노력이 절실하다. 특히 정치권은 가녀린 풀벌레 울음소리에도 귀기울일 수 있는 침착함과 여유를 제발 가져줬으면 좋겠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 세상의 빛과 소금 ㅡ 열린 21
ㅡ 나라와 자연, 이웃을 사랑하는 열린 생각과 가슴이 따뜻한 기우들의 연대.
☞ buddhasson@empal.com
|
.png){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