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들의 톡톡튀는 Talk-3

1. 국수상

이창호 9단 : 바둑에서 실수를 해도 얻는게 있더라.

2007년 5월. 조선일보에서는 "강천석의 아주 특별한 외출"이란 코너로 사회의 유명인사들와의 인터뷰를 연재하고 있었다.

첫 인터뷰의 대상은 피겨스케이팅의 불모지 한국에 우승컵을 안겨준 김연아 선수였고, 그 다음이 바둑계의 이창호 9단과 인터뷰를 했었다. 

당시 이창호 9단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국내 기전에서는 대국도중 졸도를 하는 일까지 생길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었다.

어쨌든 그 결과 이세돌 9단에게 랭킹 1위를 내 주면서 국내 및 세계 기전에서도 이창호 9단 답지않은 실수를 하곤 했었다.

<사진 설명 : 당시 인터뷰의 모습. 출처 : 조선닷컴>

강천석 : “이기기만 할 땐 너무 특별해 보였는데, 실수도 하는 모습을 보니까 이 국수가 인간적으로 느껴져요.”

이창호 : “(특유의 부끄러운 목소리로) 하하. 그래서인지 요즘 친구가 많이 생겼습니다. (웃음)”

처음엔 웃겼는데, 생각해보니 역시 이창호다운 멘트였다.

2. 명인상

김성룡 9단 & 화세밍 7단 : 구라 대 구라의 명승부전. 승리는 누구?

2005년 농심배. 이창호 9단의 막판 5연승으로 아직까지도 최고의 승부 중 하나로 기억되는 이 대회는 검토실의 분위기도 정말 화재거리다.

김성룡 9단은 한때 신세대 프로 기사로 이창호 9단을 꺽을 수 있는 다크호스로 지목되기도 했었던 기재. 하지만 김성룡 9단은 그 누구보다도 이창호 9단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혈단신으로 떠나는 이창호 9단을 응원하기 위해 기꺼이 자비를 털어 중국 상하이로 같이 길을 떠났었다.

당시 2연승을 성공하고 3연승째 도전중이였다. 상대는 중국의 왕레이 9단이였다. 한국선수단 중 프로기사는 김인 9단, 임선근 9단등이 있기는 했지만, 그분들은 별도의 검토실을 만들고 대국을 관전 겸 검토했었다.

좌충우돌 김성룡 9단.

당당히 중국 검토실에 홀로 쳐들어가서 중국선수들과 입담을 다투었다. 물론 중국말을 못하니까 만국공통어인 바둑돌로.

그때 중국 검토실에는 화세밍 7단 등과 다음 출전선수인 왕밍완 9단(이분은 일본기원 소속이지만 대만출신이라 중국사람들과 의사소통이 된다)등이 있었다.

화세밍 7단은 한때는 루이9단, 장쉔 8단과 함께 세계 여자 바둑 3강을 이루었던 강자로 지금은 대국해설 및 진행을 자주 맡는다.

한국 프로기사 중 구라하면 김성룡 9단이지만, 중국에서는 단연 화세밍 7단이다.

결국 이 둘이 검토실에서 충돌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김성룡 9단은 화세밍 7단을 몰랐고, 화세밍 7단도 김성룡 9단을 알아보지 못했다.

<사진설명 : 당시 중국검토실 풍경. 녹색옷을 입은 사람이 김성룡 9단, 여자분이 화세밍 7단, 왕밍완 9단과 장쉬 9단도 보인다. 출처 : 이창호 팬클럽 두터미 홈페이지>

한참 열변을 토하면서 검토가 끝나고 사석에서 서로의 검토 도중 화세밍 7단이 잠시 나가자 옆에 있던 한국 관계자에게,

김성룡 9단 : "(상당히 분이 받친 목소리로) 도대체 저 아줌마 누군데 저렇게 나서냐?"

그런데 이번에는 김성룡9단이 밖으로 잠깐 나가자 화세밍 7단이 중국 관계자에게 ,

화세밍 7단 : "(역시 분에 받친 목소리로) 저 (녹색) 내복입은 사람 도대체 누군데 저렇게 아는척을 하냐고? 프로기사냐고?"

옆에 있던 사람들 : "화세밍 7단 Win!!! 내복 공격은 예상못한 묘수였다.. "

3. 기성상

사이버오로 등 바둑 Tv 중계진 및 바둑팬 : 이 대회의 최대이변은...

2008년 3월 15일 춘란배 1회전. 원성진 vs 아마 7단 크리스찬 가브리엘(7단). 춘란배에 한국 선수는 단 4명을 배정받았었다.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은 대회 시드를 받았고, 목진석 9단과 원성진 9단은 대회 규정에 따라 1회전부터 출전을 했었다.

춘란배도 세계대회인지라 비아시아권 선수들에게도 출전권을 주는데, 출전 선수 중에 유럽의 대표는 크리스찬 가브리엘이라는 아마 7단이였다.

2008년 춘란배에서 유일한 아마추어 출전자였는데, 원성진 9단이 1회전 상대로 가브리엘을 만난것이다.

당시 원성진 9단은 국내기전 신인왕전에 이어 천원전의 우승으로 타이틀 보유자의 꿈을 이루었고, 분명 상승세였다.

원성진 9단의 1회전 통과는 누워서 떡먹기라는 예상하에 1회전을 치루는데...

아니 이럴수가? 가브리엘 아마 7단이 원성진 9단의 급소를 팍팍 찌르면서 승기를 잡는 거이였다.

그에 반해 원성진 9단은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상대의 기세에 눌린 듯 소극적으로 바둑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진설명 : 당시 춘란배 1회전 모습. 우측이 유럽대표로 나온 가브리엘 아마 7단. 출처 : 사이버오로>

중계진 : "아아 가브리엘 선수 너무 잘둡니다. 원성진 9단이 분발해야 하는 국면입니다."

급기야는 바둑티비 해설에서는 원성진선수의 패배를 생중계로 예견까지 있었다.

중계진 : "만일 원성진 9단이 이대로 (가브리엘 아마7단에게) 패배한다면, (원성진 9단의 패배는) 이번 춘란배의 최대 이변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원성진 9단은 줄곧 끌려다니 바둑에서 패배하고, 바둑 TV, 사이버오로, 타이젬 등에서 원성진 9단의 충격적인 패배를 보도했었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다.

중계상의 실수로 흑백이 바뀐것이다.

재빨리 원성진 9단의 패배를 보도한 여러 사이트들은 오보를 수정하고, 정정기사를 냈다.

이 상황을 보던 한 바둑팬 왈,

바둑팬 : "이 대회의 최대 이변은 흑백을 바꾸어서 대국을 설명한 것이다."

4. 십단상

김혜민 4단 : 프로는 승부에 져도 할말은 있다.

2007년 6월 20일. 1회 지지옥션배. 지지옥션배는 만 45세 이상의 시니어 기사들과 여성 기사들과의 서로 12명씩의 대표를 이루어서 맞붙는 단체전이다. 당연히 조훈현 9단, 서봉수 9단의 쌍포가 존재하는 시니어 기사들이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었지만, 선봉으로 나온 박지연 초단의 3연승, 3장으로 나온 김수진 2단의 2연승, 5장으로 나온 김은선 3단의 4연승으로 압도적으로 여성기사들이 승기를 잡아버렸다.

이제 최후의 남은 기사는 영원한 바둑황제 조훈현 9단. 하지만 남은 여성기사는 5장 김은선 3단을 포함한 8명이였다.

1대 8의 대국에서 조훈현 9단은 '흰 머리를 휘날리며' 연승을 달린다.

6번째 대국자는 떠오르는 강자 김혜민 4단.

김혜민 4단은 조훈현 9단을 상대로 시종 난전을 유도하며 역전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오히려 반격을 당하며 대마가 잡히자 돌을 거두었다.

<사진설명 : 당시 대국장면, 우측이 김혜민 4단. 출처 : 사이버 오로>

대국 종료 후 검토실에 있던 여성기사들과 김혜민 4단이 바둑을 재검토하면서

김혜민 4단 : "(아쉬운 목소리로) 그래도 난 (언니들에게) 기회를 준거예요. ㅜ.ㅠ "

5. 천원상

최철한 9단 - 바둑판에 "챙~!"과 "샥~!"의 의미는?

2007년 11월 22일 삼성화재배 준결승 이세돌 9단 vs 황이중 6단.

당시 4강에서 구리 9단을 만난 박영훈 9단에 비해 비교적 쉬운 상대를 만난 이세돌 9단.

황이중 6단은 상대를 의식한듯 실리 중심의 바둑을 두고 있었지만, 중앙의 엷음은 어쩔수가 없었던 상황이였다.

그때 사이버오로에서는 최철한 9단이 대국을 생중계로 문자 중계하고 있던 중이였다. 대국은 이세돌 9단이 집으로는 부족하지만 중앙의 대마를 추궁하는 국면이였다.

<사진설명 : 당시 삼성화재배 준결승 장면, 좌측에서부터 황이중, 이세돌, 박영훈, 구리 이다.>

그런데 중계를 열심히 하던 독사 최철한 9단이 갑자기

최철한 9단 : "챙~!"

바둑팬 : "???"

최철한 9단 "(이세돌 9단이) 칼을 뽑았습니다."

바둑팬 : (그제서야 이해된다는 듯) 아하.. (이세돌 9단이) 대마 잡으러 가는구나.

최철한 9단 : "샥~!"

바둑팬 : "이건 또 뭐야? "

최철한 9단 : 이제 곧 샥~ 소리(칼로 베는소리)가 (들릴듯합니다)...

바둑팬 : "ㅋㅋㅋ "

/* 2부작으로 끝낼 생각이였는데, 생각치못한 의외의 호응으로 월간매니아까지 받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1,2 편을 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점은 우리의 히어로 이창호 국수의 멘트가 없다는 점이였습니다.이창호 9단은 항상 90점짜리 이상의 모범인터뷰를 하는 편이라 코믹 멘트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숱한 검색 끝에 찾은 코믹 멘트들을 다시 모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