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들의 톡톡 튀는 Talk

먼저 1편과는 달리 약간의 전후관계가 있고 어떤 글은 사진이 필요해서 작업이 길어졌네요.

긴 글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노력해서 줄였습니다.

사진의 출처는 타이젬과 오로, 이창호 팬모임인 두터미 홈페이지입니다.

1. 국수상

이지현 3단 : 그윽한 눈빛의 의미는?

바햐흐로 2003년 KBS 바둑대축제.

당시 최고 전성기를 달리던 이창호 9단과 중국의 미녀기사 마오자쥔(지금은 개명해서 마오위헝) 초단의 기념 대국이 있었다.

꼭 이기고 싶다는 대국전 각오와는 달리 마오초단의 대마가 위태로운 상태였다.

마오초단은 불리함을 무릎쓰고서도 승부수를 날리고 싶던 상황, 게다가 당시 최고의 끝내기를 갖고 있던 이창호 9단이라 더이상 물러설수 없었다. 결국 마오초단은 생사와 관련된 대마의 가일수를 보류하고 초강수를 둔다.

하지만 해설을 맡고 있던 이지현 2단(당시)과 양재호 9단의 해설에는 무리수라는게 공통적인 의견이였다.

여러가지 검토도를 보아도 대마가 잡히면 종국을 피할수 없다는게 그들의 말이였다.

이창호 9단이 대마를 끊기만 하면 기념 대국은 끝나는 상황.

이때 이지현 2단의 주옥 같은 코믹 Talk들

이지현 2단 :

" 아... 마오 초단 위기입니다.

이럴(바둑이 위급할) 때는 그윽한 눈빛으로 이창호 9단을 한 번 쳐다봐 줘야 합니다.

이창호 9단도 별수 없는 남자일 것입니다. 남자들이란... 네~ 약하죠.

네. 그런 눈빛에요. "

 (사진설명 : 그윽한 눈빛엔 부처도 고개는 돌렸지만 마음은 흔들린다. 결국 대마를 살려주는 이창호 9단)

이지현 2단 :

" 네~ 살려줬습니다. 역시 이창호 9단도 남자네요. 마오 초단, 가만히 있으면 안됩니다.

얼굴 들어 한번 이창호 얼굴 쳐다 봐야 합니다. "
 

2. 명인상

조훈현 9단 : 그녀가 나보다 센 이유는?

앞서 2003년 KBS 바둑대축제에서 이창호 9단과 마오초단의 대결이 화국(무승부)로 끝났다.

의례적으로 진행자가 대국자들에게 국후 소감을 물었다.

이창호 9단 : (특유의 덤덤한 표정으로) "종반 끝내기 실수로 손해를 보아 빅이 되었다."
 
마오자쥔 초단 : "천하의 이창호 9단과 화국을 만들어 너무 기쁘다. 다음엔 꼭 이기고 싶다. "

여기까진 늘상 있던 예측가능한 인터뷰였다.

그런데 옆에서 보던 조훈현 9단의 국수급 Talk.

(사진설명 : 바둑왕전 이후 마오초단과 조훈현 9단)

조훈현 9단 : "(마오초단이) 나보다 세네. 나는 맨날 반집지는데"

3. 기성상

김인 9단 : 내 기록을 왜곡하지 마라(?)

2005년 3월 23일 농심배. 이창호 9단이 5연승을 거둬 삼국지에 관우의 <오관참장>의 신화를 이루던 대회였다.

하지만 당시 이창호 9단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연승을 달리다가 최철한 9단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3연패까지 당하게 된다. 이 소식은 널리 중국에 퍼져 중국기사들은 중국이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여겼다.

상하이에서 첫대결은 일본의 장쉬 9단.

(사진설명 : 당시 농심배 검토실 풍경. 작고하신 임선근 9단과 손종수, 이홍렬 기자님도 보인다)

검토실에서 바둑을 검토하던 프로기사들과 바둑기자들의 이창호 9단의 연승후 부진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임선근 9단 : "저도 예전에 25연승인가 하다가 내리 9판을 진적이 있는데. 아 정말 정신 없습디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기자가 김인9단한테 묻는다

바둑기자 : "김인 국수님도 전에 연승하시다가 한번 지기 시작하니까 그렇게 되던가요?"

김인 9단 : (고개를 갸웃거리며) "몰라... 너무 오래 되서 기억도 안나."

기자가 생각해보니 하긴 김인 9단이 연승기록을 세울때가 60년대였으니까 그럴만도 하다.

기억을 돌이켜 기자가 다시 질문한다.

바둑기자 : "김인국수님도 연승 랭킹 2위인가 하지 않습니까? 37연승인가 38연승인가 그랬죠?"

김인 9단 : "2승은 왜 빼먹어?"

# 참고 : 김인 9단의 연승은 1968년 40연승의 기록으로, 조훈현 9단의 국내기전 전관왕 달성 기록과 함께 바둑계의 깨어지기 힘든 불멸의 기록들이였다. 연승기록은 90년 이창호 9단의 41연승으로 딱 1승 차이로 마침내 깨지고 만다. 추가로 42연승은 유창혁 9단이 막는다. #

4. 십단상

이민진 5단 : 그녀가 분노한 이유는?

2007년 10월 14일, 세계 아마바둑선수권대회.

당시 이민진 5단은 팬들을 위해 지도다면기 행사를 하고 있던 중이였다.

이민진 5단은 늘 사진속에서는 늘상 웃는 표정이고 패션감각도 상당히 좋은 그런 프로기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 어린이 팬하고 대국 도중에 바둑을 두는 도중에 어린이 팬의 볼을 꼬집은 사진이 카메라에 잡혔다.

과연 그녀가 꼬집은 이유는?

(사진설명 : 지도 다면기중에 이민진 5단과 어린이 팬)

이민진 5단 : "너 자꾸 아줌마라고 부를래."

5. 왕위상.

조훈현 9단 : 국수에게도 배팅은 힘들어(?)

2003년 8월 3일 타이젬 포인트 1억 돌파 이벤트

대충 지금 오로의 시세로 보면 100억 포인트정도를 최초로 돌파한 유저인 H씨와 조훈현 9단과의 기념 대국이 있었다.

기념 대국은 인터넷이 아니라 실제로 대국으로 이루어졌었다.

H씨는 기력도 출중한 편으로 타이젬 8단의 기력이였으나, 상대가 상대인지라 승부는 아쉽게도 패배했다.

국후 대국 소감

타이젬 H씨 : "실수가 아쉽긴 하지만, 천하의 조국수님과 진지한 수담을 나눈 것은 일생에 남을 좋은 추억이었다."

조훈현 9단 : "흠... (배팅해서) 1억 부자가 된 비결 좀 알려달라."

6. 천원상

모 해설자 : "미안하다. 실수였다."

어려운 수들도 잘 설명해주는 해설자들이 간혹 기초적은 축을 못본다던지, 장문을 못봐서 해설을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유창혁 9단 해설도 축을 깜빡해서 나중에 바둑팬이 지적해준 기억도 난다. 해설 중 실수를 하나 소개한다.

2002년 2월 23일 13기 기성전 도전3국, 이창호 9단과 목진석 6단(당시)의 대국 종반장면.

# 참고로 기성전은 5번기이고, 당시 전적은 1,2국의 결과는 1승 1패로 팽팽한 상황이였다. #

당시 실시간 해설들은 이창호 9단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해설자 :

"이제는 해설의 의미가 없습니다.

조용히 종국을 지켜보는 정도.

백(이창호 9단)이 많이 앞서 있습니다.

오늘 바둑은 '종반의 死神 이창호'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 한판입니다

수읽기와 계산력의 힘...

흑175의 단수를 불청하고 우상귀 백176으로 이은 장면은 정말 이창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명장면 같습니다

허무하네요. 종반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신산의 영역 같습니다.

우상귀 응수타진 한방에... 흑(목진석 당시 6단)이 무너지네요."

해설을 듣던 바둑팬들 :

"역시 이창호 인가."

"목진석은 기백은 좋은데 2% 부족한가. 아쉽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다. 이창호 9단이 갑자기 225수만에 돌을 던진것이다..

나중에 분석후에 알려졌지만 바둑은 이창호 9단이 종반에서 불리했던 상황이였고,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던 상태였다.

이에 목진석 6단이 잘 대응하던 상황이였다.

해설자는 정확히 계가하지 않고, 대충 이창호 9단이 이기리라 생각했던것.

해설자 : (바둑팬 여러분... 죄송합니다... 실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