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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살의 유망주 이동훈(왼쪽)이 GS칼텍스배 본선24강전에서 이영구를 제쳤다. 이동훈은 최근 자신의 바둑 색깔을 어떻게 정립할까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듯하나 말을 아낀다. 나이 어린 기사들은 자꾸 변신한다. |
침착한 이동훈 초단이 강렬함을 장착했다.
이동훈은 끝내기가 세기로 유명하다. 후반이 강한 기사들은 인내하면서 승부를 후반으로 가져가는 수가 많다. 그리고서 안정적으로 승리하는 패턴이 보통이다. 이동훈은 전성기 시절의 이창호 9단을 닮았다. 본인이 존경한다는 기사도 이창호다. 하지만 때로 이런 방식은 독이 된다.
“승기를 잡았을 때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여전히 인내하다가 찬스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바둑TV해설자 박정상 9단의 지적이다.
그런데 새해를 맞아 GS칼텍스배에서 이동훈이 평소답지 않은 치열한 중반전을 보여줬다. 그런 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후반을 자신의 스타일로 마무리했다.
안정적인 형세판단에 의해 불안정한 구석은 없었다. 진퇴가 유연했다. 캐리어가 붙어줘야 가능하다는 완급조절의 단계로 들어선 듯했다.
9일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8기 GS칼텍스 프로기전 본선24강전에서 이동훈이 이영구 9단에게 288수 만에 백으로 4집반승하며 16강에 진출했다.
중반 초입까지 바둑은 평온했는데 하중앙 전투에서 이영구가 서둘렀다. 이동훈은 싸움을 거절하지 않고 처절하게 맞붙었다. 과격해 보이는 싸움이었는데 이동훈은 침착하게 움직임으로 우변 흑진을 초토화시켰다. 이로써 우세가 확고해졌다.
비세를 의식한 이영구는 노타임에 가까운 수들로 광범위하게 흔들기를 시작했다. 이를 본 이동훈은 다시 본연의 ‘인내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상대의 도발에 응해주지 않으면서 서서히 압박하는 수법으로 일관하자 답답한 쪽은 이영구였다. 이영구는 나중에 “돌을 거둘 타이밍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종국이 가까워 오면서 후반은 반면승부가 되어 여유 있는 국면이었다.
▲ 이동훈에게서 기풍 변신의 조짐이 보인다.
이 바둑을 지켜보던 이동훈의 출신도장(양천대일)의 지도사범 옥득진 7단은 “끝내기 실력을 타고난 것 같다”고 혼잣말했다. 같은 도장 대표 김희용 원장은 “이동훈 초단은 성실하게 공부하는 스타일”이라며 “기보 놓는 것과 사활문제 풀기를 늘 열심히 해 자신의 약점을 보강하고 있다”고 했다.
중반에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이동훈 초단의 모습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고 국후 말을 건네자 이동훈은 “싸우지 않으면 안 될 장면이 왔다고 판단했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동훈은 다가올 16강전에서 강동윤 9단과 맞서게 된다.
제18기 GS칼텍스배는 GS칼텍스(주)가 후원하고 매일경제신문과 MBN, 바둑TV가 공동주최한다. 우승상금은 7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500만원이며 제한시간으로 10분에 초읽기 40초를 준다. 결승전은 5번기로 치러진다.
▲ 이영구는 9연승 중으로 호조였으나 GS칼텍스배 본선에서 스텝이 꼬이면서 탈락했다.
▲ 요즘 바둑TV스튜디오 대국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생수.
▲ 이동훈을 배출한 양천도장의 김희용 원장(오른쪽)과 옥득진 지도사범, 도장생들이 바둑TV 대기실에서 모니터로 이동훈과 이영구의 대국을 보면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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