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1] 백1의 한칸걸침, 흑2의 두칸높은걸침, 백3의 눈목자씌움이 어우러지는 정석을 일명 '요도정석'이라고 한다. 요도(妖刀)는 '요사스러운 칼'이라는 뜻인데, 흑2의 두칸높은협공이 워낙 위압감을 준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 [그림2] 한데 이제는 흑2의 두칸높은협공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명성과는 달리 그리 위력적이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변형해서 사용하고 있는 듯한데, 이에 관해선 프로기사들의 연구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 [그림3] 백1이라는 눈목자의 발견은 위대하다. 이 수를 발견한 이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이 눈목자는 1952년 우칭위안과 후지사와 호사이의 십번기에서 처음 등장했다.
우변과 우상방면 그리고 우하의 흑세모가 놓인 배석에서 백1의 눈목자는 우아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AI도 백1을 지금도 변함없이 훌륭한 한수로 인정하고 있다. 이 수를 둘러싼 변화에 대해선 나중에 다루겠다.

AI는 이 눈목자 외에 자신이 생각하는 유력한 수가 있다고 한다.

▼ [그림4] 백1, 3으로 붙여끄는 수가 그것이다. AI는 백1, 3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한데 백1, 3은 기존의 바둑이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어서 놀랍다. 과거의 정석책은 백1, 3은 속수니 두지 말라고 가르쳤다.

▼ [그림5] 수나누기를 해보면 백1의 고목에 흑2로 들어왔고 백3, 5로 붙여 끌어 흑6까지 진행되었을 때 백은 당연히 변으로 전개해야 할 터인데 손을 빼었고 그것을 흑이 꾸짖으러 8로 협공한 형태와 같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백은 전개할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듯 보인다는 것이다.

▼ [그림6] 반면, AI는 이렇게 주장하는 것 같다. '1, 3으로 붙여끈 자체로 백에 탄력을 붙였고 백5로 뛰고 난 뒤엔 귀에 대한 압박수단과 변을 침공하는 수단을 노리는 등 백의 자세는 훌륭하다.'

지금부터 AI 주장의 근거를 들어보고자 한다.

▼ [그림7] 흑1로 변을 중시하면 백2로 압박하는 게 강력하다. 흑3엔 백4를 배워두면 좋다. 그냥 느는 수보다 날렵하고 활발하다. 얼핏 허술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 [그림8] 흑1로 들여다 보면 백2로 이어둔다. 흑3엔 백4로 쿡 찝어서 흑이 아주 곤란해진다.

▼ [그림9] 흑1엔 백2로 잇는다. 흑3, 5로 끊을 수 없다. 백6으로 거꾸로 흑이 잡힌다. 나와 끊는 수가 없는 이상 백에게 약점은 없다.

▼ [그림10] 결국 흑은 1, 3으로 끼워 잇는 정도인데, 4로 호구를 치면 백이 상당히 우세한 국면이다.

▼ [그림11] 백1로 한칸 뛰었을 때 흑2로 들여다 본 뒤 4로 귀를 지키는 게 좀 더 보통일 것이다. 그러면 백은 5로 달려 근거를 확보한다. 물론 백5로는 다른 많은 수단이 있지만 이렇게 쉽게 달리는 정도만으도 흑세모의 압박을 가볍게 벗어날 수 있다. 과거라면 '백의 자세를 낮게 만든 흑세모가 자체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AI는 '백5의 달림이 훌륭하며 흑세모는 공격수단으로선 다소 무르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 [그림12] 이런 경우 흑의 응수로 자주 쓰는 수가 흑1처럼 치받는 것이다.

▼ [그림13] 백은 1로 늘어둔다. 흑2엔 백3으로 껴붙여 2선으로 전진해 간다. 백11까지만 기어두고 선수를 잡아 13으로 쳐들어갈 수 있다.
백이 2선을 기어서 사는 모습은 극도로 실전적이다. 2선을 기어서 치욕스럽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 [그림14] 흑이 백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는 없다. 흑1의 공격이라면 백2로 받아둔다. 흑1은 전혀 위력이 없다.

▼ [그림15] 흑1로 찔러 3으로 끊는다면 백4부터 반격한다. 이하 12에 이르러 흑은 다음 수가 없다.

▼ [그림16] 흑은 백1에 어떻게 받을 것인지를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흑이 3-三으로 받으려 한다면 자체로 활용당한 꼴이다. 지금처럼 흑2로 받는 것은 부분적인 최선. 백은 3으로 끊어서 좀 더 이득을 볼 수 있다.

▼ [그림17] 1, 3으로 흑이 반발하기는 쉽지 않다. 백이 10으로 반격에 나선다.

▼ [그림18] 1~22까지 기괴한 경주가 시작되는데 흑이 일방적으로 괴롭다.

▼ [그림19] 이런 사정으로, 백1 때 흑은 2~6 정도로, 추가적으로 실리를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선수를 잡은 백은 콧노래를 부르며 7의 눈목자 정도로 두어 흑 세력을 견제할 수 있다. 백이 우세한 국면이다.

▼ [그림20] 그렇기에 애초 흑은 물러나는 정도다. 백2로 다가서서 긴장감이 감도는 팽팽한 형국이다.

▼ [그림21] 사실, 백으로서 최강수는 백2처럼 두는 것이다.

▼ [그림22] 이하 4까지가 예상된다. 우변 백이 잘 정돈되었다. 하지만 백세모를 잘 수습해야 하므로 이런 최강수단을 활용하려면 백으로선 담력이 필요할 것이다.

▼ [그림23] 그나저나 '흑1로 양쪽의 백세모들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지 않은가?' 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맞다. 차단이 가능하다.

백의 대응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