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원술 황제가 되다.

누구든지 크나큰 시련을 겪기 전에는 참다운 사람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크나큰 시련을 겪기 전에는 누구나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레오팔지이-

황하 멀리 아득히 구름도는 하늘가

만길 산위에 외로이 걸려 있는 성이여

누가 부는가 애처로운 절양류

옥문관 이곳은 봄빛도 못넘나니

황하원상백운간(黃河遠上白雲間)

일편고성만인산(一片孤城萬仞山)

강적하수원양류(羌笛何須怨楊柳)

춘광부도옥문관(春光不度玉門關)

- 양주사 - 왕 지 환

남양의 원술이 차지하고 있는 회남은 땅이 넓고 비옥한데다가

매년 풍작으로 양식이 풍부하여 수십만 대군을 거느려도 부족함이 없었다.

원래가 야심만만했던 원술은 자신이 옥새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황제가 되기를 희망하여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모아놓고 의견을 물었다.

일부 부하들이 반대를 하였지만 원술은 내게는 전국의 옥새가 있는데 

이는 하늘이 주신 것이라 내가 제위에 나아가지 않으면 

오히려 하늘을 져버린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미 내 뜻이 정해진 것이니 그대들은 내 의견에 따르도록 하라 하면서 

굳이 따르지 않는 자가 있다면 그 목을 벤다고 하였다.

원술이 그렇게 우격다짐으로 나오니 아무도 더 이상 반대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을 망치는 것은 여러 가지 큰 원인이 있어서가 아니다. 

지나치게 사리사욕을 쫓기 때문이다. 

사람이 일단 사리사욕에 사로잡히면 굳센 기상도 꺾이고, 

명철하던 지혜도 흐려지고, 결백하던 마음도 더러워진다.

남의 은혜를 모르고 냉혹하게 되어 평생의 인품을 훼손하고 만다.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은 예로부터 이득이나 명예나 벼슬을 탐하지 않았다.

욕심이 끝이 없다는 말처럼 우리 인간은 

평생 자기 자신의 욕망과 줄다리기 게임을 한다.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라 영원히 만족을 모른다.

그래서 물질의 노예가 되고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지옥으로 쉽게 몰아넣는다.

탐욕 때문에 마음의 지혜가 눈이 멀고, 

강직한 인품이 사라지고, 앞날이 창창했던 사람도 인생을 망친다.

탐욕을 절제할 줄 안다면 그것은 곧 인생의 주도권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

탐욕과의 게임에서는 욕심을 버리면 이길 수 있다.

외부의 유혹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으면 

기회를 놓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

일시적인 탐욕에 눈이 멀 먼 그나마 얻었던 것도 잃게 된다.

사물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탐욕을 자제하고, 터무니없는 요구도 하지 말고 

제멋대로 가려고도 하지 말아야한다.

그러나 미련한 원술은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

황제가 되어 한참 신이 나 돌아가던 어느 날 

자신이 여포에게 보낸 사자인 한윤을 묶어서 

조조에게 보냈는데 조조가 한윤을 죽였다는 소식이 들렸다.

거기다가 여포가 조조에게 붙었다는 말을 듣자

원술은 크게 화가나 견딜 수가 없었다.

원술은 곧 장훈을 불러들여 대장군에 봉한 후 

20여만의 대군을 이끌고 일곱 길로 여포가 있는 서주를 치기위해 군사를 이동했다.

원술도 3만의 친위병사를 데리고 대군의 진병을 재촉하는 한편 

변화에 따라 뒤에서 호응하게 했다.

당황한 여포는 급히 여러 부하들을 모아 원술의 공격을 막을 대책을 논의 했다.

여포의 모사 진등은 여포를 위해 이간책을 내놓았다.

원술의 부하 중 한섬과 양봉은 한나라의 충성스런 신하들로 

원술이 그들의 대접을 소홀히 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가서 그들을 설득하면 바로 우리 편으로 돌아 설 것입니다.

여포는 진등의 계책에 따라 그렇게 하도록 했다.

진등의 내부이간책이 성공하여 한섬과 양봉이 원술을 배신한 후 

여포와 힘을 합쳐 원술의 군대를 공격하니

원술의 군대는 분열되고 패배하여 달아났다.

여포가 원술의 군대를 추격하여 가다보니 

원술이 온몸에 번쩍이는 금갑을 두르고 겨드랑이에는 

두벌의 보검을 걸고 있었다.

거기다가 천자의 의장인 금과은부(金瓜銀斧)와 황색백모가 벌려지고, 

황라초금으로 된 일산을 받쳐 들고 있으니 그야 말로 

그 행렬이 화려하고 거창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여포가 공격해오자 원술의 부하 중 여포를 상대할 만한 무장이 없어 

모두 싸우다가 패하여 죽거나 도망치니 원술은 패군을 이끌고 가지고온 

모든 의장도 버려둔 체 살기위해 도망가기 급급했다.

원술은 도망가다가 관운장의 군대를 만나 싸워볼 엄두도 못내고 달아나니 

군사의 태반이 죽거나 사로잡히고 말았다.

원술은 대패하여 자신의 근거지인 회남으로 물러갔다.

조조는 원술이 여포에게 대패하여 기가 꺾인 틈을 놓치지 않고 

원술을 공격하려고 생각하였으나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 

망설이며 주저하고 있었다.

그때 손책이 보낸 사신이 조조에게 와서 같이 원술을 칠 것을 제의하였다.

거기다가 원술이 식량이 모자라 조조의 진류 땅을 넘보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니 조조는 어차피 잘된 일이라 생각하고 

원술을 공격하기위해 전에 약속한대로 유비，손책과 손을 잡고 

군사를 동원하여 원술을 토벌하러 갔다.

원술은 자신이 강성 하였을 때 너무 많은 실수를 하고 있었다.

충분히 자기 사람으로 잡아 둘 수 있었던 손책을 잃은 것으로부터 

원래 공손찬과 함께 자기편이었던 유비를 적으로 삼은데다가 

다시 여포와 원수가 되고, 이번에는 조조까지 건드려 버린 것이었다.

물론 평화 시에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난세에 있어서는 

사람이 모이고 흩어짐이나 친함과 멀어짐이 한가지로 무상한 일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는데 마지막 둘이 남을 때까지도 

언제나 적보다 친구가 많아야 한다는 것과 

강한 적 하나보다는 약한 적 여럿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술은 세력이 커지면서 생긴 오만과 칭제로 그것을 어겼다.

서로 믿지 못하는 난세에 그런 중요한 원칙을 어겼다는 것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특히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열사람의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는 

한사람의 원수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원술은 여포와의 전투에서 손실이 큰데다 조조와 유비, 

손책등이 연합하여 그를 공격해오니 속수무책이었다.

조조는 17만명에 달하는 마보병을 거느리고 군사를 이동 중이고, 

강동에서는 손책이 올라오고, 서주에서는 여포가, 

그리고 예주에서는 유비가 조조의 편이 되어 원술을 공격하기 위해 

병력을 이동 중이었다.

조조와 유비가 만난 것은 예장의 경계부근 이었다.

유비가 조조에게 예를 올리며 선물이라며 사람의 목 둘을 바쳤다. 

조조가 놀라 물으니 유비가 한섬과 양봉의 목이라며 

자신이 연회에 초청하여 술잔을 던지는 것을 군호로 관우와 장비가 죽였다고 하며,

나중에 여포의 사람이 되면 훗날 조조가 여포를 토벌할 때 

큰 화근이 되어 미리 제거 했다는 것이었다.

조조는 한편으로 유비의 공을 치하하면서도 속으로는 

유비가 무서운 사람이라고 느꼈다.

유비가 한 이번 일을 계략으로 본다면 실로 간흉계독의 무서운 계략이었다.

유비는 그 둘을 죽임으로써 조조의 환심을 사는 한편 

그대로 두면 여포에 힘을 더할 위험요소를 제거하였고, 

한편으로 그들의 졸개들을 거두어 자신의 힘을 보탠 것 이였다.

거기다가 살해의 방식도 그들의 믿음을 이용한 비열한 암살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한 일은 유비의 그 같은 행동을 의롭게 해석하고 믿으며, 

비난하지 않는 점이다.

그것은 평소 유비의 환한 품격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편 조조연합군의 엄청난 세력에 겁을 집어먹고 있던 원술의 군사들은 

첫 싸움에 패한 이후 이미 그 세력이 약하고 뛰어난 장수가 다 죽고 없는데다가 

그들의 기세와 위풍이 두려워 싸우려하지 않고, 싸울 마음조차도 없어졌다.

원술은 동서남북에서 조조와 유비, 여포와 손책이 공격하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원술이 황제라고 억지로 위엄을 갖추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다급함을 숨기지 못하였다.

장사 양대장이 나서서 한 계책을 올렸다.

“지금 수춘 부근은 해마다 홍수와 가뭄이 겹쳐 백성들은 모두 굶주리고 있고, 

적병도 대병이라 군량을 충당하기 어려우니 

적들의 군량이 다하기를 기다리면 반드시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하고 간하니, 

원술은 그 계책에 따라 굳게 성문을 잠그고 

그저 양식이 떨어져 돌아가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한편 원술은 일부 부하들을 거느리고 보석등 귀중한 물건은 

수습하여 회수를 건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