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진호가 밥이 가득 얹어진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의아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응.”

“바둑 배운다고?”

“응, 그렇다니까.”

“갑자기 왠 바둑?”

“그냥 갑자기 배우고 싶어서.”

“어려울 텐데”

“그냥 취미로 하는 건데 뭐.”

“내가 예전에 배워 봐서 아는데, 진짜 어려워, 이해력이 빨라야 돼.”

“어려워야 배우는 매력이 있지.”

그는 어려운 게 매력이라고 말하던 혜린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머리 좋은 거 믿고 무작정 덤빈다고 되는 게 아냐.”

“그런 거 아냐.”

“어떻게 배우려고?”

“중학교 때 친구가 선생님을 소개해줬어.”

“선생님?”

“응.”

“개인 지도로?”

“응”

“바둑은 수업료가 비싸다고 들었는데, 많이 비싸지 않아?”

“비밀이야.”

“너 투자 좀 하는 구나?”

“그냥 뭐.”

“그럼 시간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배우기로 했어, 토요일마다.”

“근데 너 이거 알아야 돼, 바둑이 한 6개월 배운다고 배워지는 게 아니거든, 정말 마음 먹고 몇 년은 해야 어느 정도 둘 수 있을걸?”

“꼭 그렇게 잘 두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아니야. 그냥 일단 바둑이란 게 궁금할 뿐이야.”

“바둑은 전략 게임이야. 내가 알기론 잘 두려면 심리전에 강해야 하고 인내심도 있어야 해. 이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나도 배우고 싶어지는데?”

성준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넌 바둑을 언제 배운 거야?”

“음..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그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취미로 하다가 공부하느라 못 했어. 나중에 다시 두려고 했었는데, 기억도 잘 안 나고 바쁘기도 해서 못 했지 뭐.”

“그럼, 나중에 나랑 가끔 두면 되겠다.”

“어? 벌써 도전장을 내미는 거야?”

“아니 뭐 그렇다기 보단.”

“좋아 상대해 줄게, 열심히 배워와.”

“참, 내가 바둑판이랑 바둑알을 사려고 하는데, 어디서 파는지 알아?”

“전에 종로 쪽에서 파는 곳을 언뜻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 아니면 한국기원에 전화로 문의를 해보던가.”

“한국기원?”

“응. 인터넷에 한국기원 이라고 치면 나와.”

“응.”

“근데 거기서 직접 판매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물어보지 뭐.”

“그건 그렇고 어떻게 배울 생각을 하게 된 거야?”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기왕 시작하는 거 열심히 해라.”

“응. 그럴 생각이야.”

기영이 낮은 목소리로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바둑을 시작하는 데 대해서 그렇게 진지한 마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충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 먹었어?”

성준이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물었다.

"응, 그만 들어가자, 가서 커피 한 잔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