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연은 바로 위층에 자리한 뷔페에 준비되어 있었다.

사람이 어찌나 많았던지 음식을 가져다 먹으려면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게다가 성준의 결혼식 외에도 다른 행사가 많이 있었던 까닭에 앉을 자리도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그는 원래 뷔페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나가서 먹고 싶었지만 –가까운 언니의 결혼식인지라- 나가서 먹자고 하면 서운해 할까봐 차마 내색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광경을 본 혜린이 그에게 말했다.

“저, 우리 나가서 먹지 않을래요? 다연 언니랑 성준 오빠에겐 제가 나중에 잘 얘기하면 되는데, 저 뷔페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사람도 너무 많고……”

“그러죠, 사실은 저도 별로 안 좋아해요.”

“다행이네요. 혹시 드시고 싶은데 저 때문에 그렇게 얘기하시는 거 아니죠?”

“음 오늘부터 안 좋아하기로 했어요.”

“어머 정말이세요? 그럼 그냥 여기서 기다렸다가 먹을까요? 전 괜찮아요.”

“하하 아닙니다. 정말 안 좋아해요. 장난친 겁니다.”

“재미있네요. 인기가 많으시겠어요.”

“글쎄요. 그랬더라면 진작 결혼하지 않았을까요?”

“인기가 많다고 해서 꼭 일찍 결혼하란 법은 없죠. 오히려 더 늦게 하는 사람들이 많던데요, 제 생각엔 인기가 많을수록 오히려 사람을 제대로 보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결혼이 늦는지도 모르죠.”

“그건 왜 그렇죠?”

“모든 사람이 다 잘 대해줄 테니까요. 그 사람의 본 모습을 발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인기가 많지 않아서 겪어 보지는 못했지만.”

“일리 있는데요? 그나저나 이제 점심 먹으러 나가볼까요?”

“네. 뭐 좋아하세요?”

“일단 나가서 괜찮은 곳을 찾아보죠.”

그와 혜린은 계속해서 밀려드는 수많은 인파를 뚫고 간신히 밖으로 나왔다.

바깥은 약간 쌀쌀하면서도 햇살이 따스한 맑은 겨울 날씨였다.

고개를 드니 파란 수채화 물감에 물을 잔뜩 머금은듯한 시원한 하늘빛에 새하얀 솜사탕 같은 구름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마치 마법처럼 바라만 봐도 마음이 상쾌해 지는 것 같았다.

첫 만남이어서 어색했던 것일까.

주위가 조용해지자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걷기만 했다.

잠시 후 침묵을 깨고 기영이 말문을 열었다. 
 

“일식 좋아하세요?”

“네. 좋아해요.”

“저 쪽에 일식 집이 있는 것 같은데, 저기서 점심 먹을까요?”

“어디요?”

“저 쪽에 편의점 옆에요.”

“아, 이제야 알겠네요. 괜찮아 보여요.”

그들은 성큼성큼 차도를 건너 기영이 찾아낸 일식 집으로 향했다.

가까이 가니 ‘이찌 이찌’ 라고 써있는 나무로 된 작은 간판이 다소곳이 걸려있었다.

식당 앞에서 허브를 비롯한 화분을 많이 키워서 언뜻 보기엔 꽃가게 같았다.

안으로 들어서니 곳곳에서 난초와 꽃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또한 짙은 나무색상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인테리어덕에 아늑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점심 때가 약간 지나서였는지 절반 정도가 빈 자리였고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곧 일어나려는 것처럼 보였다.

“와, 예쁘다.”

혜린이 식당 안을 둘러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사실 그 역시 내색은 안 했지만 멋진 실내 인테리어에 감동을 받고 있던 참이었다.

그들은 회전초밥 근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회전 벨트 위에서 곱고 화려한 색상의 초밥들이 단아하게 접시 위에 앉아 천천히 돌아가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그들이 자리를 잡자 대기하고 있던 종업원이 물과 메뉴판을 가져다 주며 반갑게 인사했다.

해맑은 미소가 사랑스러웠다. 아니, 어쩌면 지나치게 맑은 날씨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저는 그냥 초밥 먹을게요.”

메뉴 판을 훑어보던 혜린이 말했다.

“그럼 저도 그냥.”

“네. 가격은 메뉴를 참고하시고 젓가락과 간장은 테이블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그들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초밥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우선 샐러드부터. 하나로 같이 먹어도 되겠네요.”

혜린이 신선해 보이는 야채 샐러드를 하나 집으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