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가 계시를 맡은 대국은 이창호 사범님과 허영호 사범님의 대국.

그리고 은하의 왼쪽엔 박승철 5단(백) vs 김지석 4단, 오른쪽엔 박정상 9단(흑) vs 이영구 6단 의 대국이 각각 진행 중이다.

은하가 맡은 대국은 이제 중반으로 접어들었을까..?

갑자기 등을 돌리고 앉은 박승철 사범님이 뒤를 돌아본다.

그간 계시를 하며.. 대국 중에 뒤를 돌아 본 사범님이 없었기에..

연신 뒷통수를 긁으며..

한번씩 안타까운 눈으로 뒤를 돌아 팀원들을 쳐다보는 박승철 사범님.. 의 모습에 자꾸 눈이 갔다.

무슨 일이 있나..?

대국을 끝내고 검토실로 가는 길.

김지석 사범님이 옆에 있길래..

은하 : 승리 축하드려요~ 계가 했다면서요? 결과가..?

김사범님 : 33집 반이요..

은하 : 네?

김사범님 : (씨익~) ...

순간 잘못들은 줄 알았다.. 33집 반이라니..

프로기사들간의 대국결과로는 흔치 않은 기록이었다.

어떻게 된거지..?

자꾸 돌아보던 박승철 사범님의 모습이 마음에 걸려서... 의아함은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Kixx팀의 회식 장소에 가서야 비로소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은하 : 아까 왜 계속 뒤를 돌아보신거에요..?

박사범님 : 우리 팀 다 끝났나 보려구요..

은하 : 네? 그게 궁금하셨던거에요?

박사범님 : 궁금했다기보단.. 바둑이 말린건 알았는데.. 내가 먼저 우르르 돌 거두고 일어나버리면.. 팀 사기도 저하되고.. 방해될 것 같았어요.

은하 : 하긴.. 옆에서 바둑돌 정리하는 소리도 들리고.. 자기 편이 진 것까지 알게되면.. 남은 대국자들은 부담도 되고 신경도 쓰이겠네요.. 그렇지만.. 계가까지 가기.. 쉽지 않았을텐데..

박사범님 : x팔릴 수도 있죠.. 그래도 팀을 위해서인데..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어요.. ^^

바둑은 개인플레이라고들 한다... 철저한 개인플레이.

은하는 지금껏 팀플레이를 하는 사범님은 만난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비로소 만났다.

바로..

박승철 사범님.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