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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입니다.
2021-07-31 오전 8:16 조회 584추천 9   프린트스크랩
연배 지긋하신 노부부가 손자를 데리고 오셨습니다.

손자는 61개월, 
할아버지는 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정년을 하신 지 십년도 더 되신 분이셨고 
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시는 할머니는 저리도 곱게 나이 드실 수 있구나, 
싶을 만큼 품격이 느껴지시는 분이셨습니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너무 어울리는 두 분이셨습니다. 

손자가 뭔가 보통의 아이들과 달라 보이기는 한데 할아버지, 할머니의 시각일 수도 있겠다 싶어 객관적인 테스트를 받아보고 싶어 데려왔다 말씀하셨습니다. 

61개월의 아이의 눈은 정말 초롱했습니다. 
61개월 아이의 눈이 깊어 보인다는 생각까지도 들 만큼 아이의 눈에는 많은 생각들이 담겨있었습니다. 
간단한 덧셈과 뺄셈은 물론 곱하기와 나누기까지 되는 아이였습니다. 

색종이와 자와 붉은 펜을 아이에게 주었습니다. 

이 색종이에 선을 하나 그으면 색종이는 몇 조각으로 나누어질까? 
아이는 조금 생각을 하더니 답하였습니다. 

두 조각. 
두 조각입니다, 해야지. 
옆에서 할머니가 아이의 답을 바로 잡아주셨습니다. 
네, 두 조각입니다. 
웃으며 다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선을 하나 더 그으면 몇 조각으로 나누어질까? 
네, 세 조각입니다. 
두 번 빨강 선을 그어서 더 많은 조각이 되도록 할 수는 없을까? 
네 조각이요.
아이는 선을 그려 보이며 쉽게 대답하였습니다. 
그래, 이제부터는 조각의 수가 가장 많이 되도록 선을 그려 나가는 거야. 
말해주고 다시 물었습니다. 
두 번 빨강 선을 그려 네 조각으로 나누어진 색종이에 빨강 선을 하나 더 그리면 색종이는 몇 조각으로 나누어질까? 
 61개월의 그 아이는 너무 쉽게 선을 하나 더 그려 보이며 대답하였습니다. 

일곱 조각입니다. 
너무 잘하는데……. 칭찬을 해 주고 말했습니다. 
이제 선을 긋지 않고 답을 말해볼까?
네 번 선을 그으면 색종이는 몇 조각으로 나누어질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바둑의 수를 읽듯이 눈으로 선을 그리고 조각의 수를 헤아리고 있었습니다. 
11조각입니다. 선생님.

아이는 나를 선생님이라 불렀습니다.
생경한 호칭이었지만 싫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나는 아이의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다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네 번 빨강 선을 그어 열한조각으로 나누어진 색종이에 빨강 선을 하나 더 그으면 색종이는 몇 조각이 될까?
16조각입니다. 선생님. 

아이는 이제 또박또박 나를 선생님이라 칭했습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또 한 번 빨강 선을 그으면 색종이는 몇 조각이 될까?
22조각입니다. 선생님. 

곁에서 손자와 나의 대화를 듣고 계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우리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눈으로 묻고 계셨습니다.
왜 22조각이야?

61개월 아이와의 유쾌한 문답은 거기까지였습니다.
또 한 번 빨강 선을 그으면 색종이는 몇 조각이 될까?
라는 물음은 우리에겐 더 이상 의미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벌써 내 물음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었고
나는 아이가 벌써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이를 배웅하고 돌아서며 
어쩌면……. 어쩌면 이 아이로 인해,
이 아이와의 만남으로 인해 남은 내 삶이 많이 풍요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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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루 |  2021-07-31 오후 1:59:40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다시 아이가 되셨군요. 부럽습니다. ^^ .  
영포인트 ㅎ~ 저보다는 집사람이 더 신이 났습니다.
젊은 엄마들과 상담하며 집사람도 같이 젊어지는 것 같아서
덩달아 저도 신이 나네요.
킹포석짱 |  2021-07-31 오후 2:23:49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ㅉㅉㅉ^^  
영포인트 ㅎㅎㅎ
제 스스로에게 말하곤 합니다.
나 아직 살아있어, 라고요. 꾸벅~
⊙신인 |  2021-07-31 오후 8:42:3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영포인트 💙💙💙💙💙
주향 |  2021-08-01 오전 6:50:33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아이가 참으로 명석 하군요
이런 아이들과의 만남은 유쾌하고 생기가 돌겠습니다^^  
영포인트 똘망한 아기들의 눈에서 희망을 봅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일런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살아있는 마지막 날까지 정말 열심히 해 볼 생각입니다. 꾸벅~
동지섣달에 |  2021-08-01 오후 4:34:05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등차수열을 알리는 없는데....개념적으로 이해를 하고 있는듯하네요.  
영포인트 1+1=2
1+1+2=4
1+1+2+3=7
1+1+2+3+4=11
이렇게 선의 수만큼 조각의 수가 늘어간다는 것을 61개월의 아이는 직관적으로 이해
하고 있었습니다. 대단한 아이였습니다.
짜베 |  2021-08-02 오전 11:14:12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 신동들을 보면 어리다고 절대 무시할 수 없지요.
수학은 바둑에 비해 배울 양이 훨씬 더 많은 것이 문제인데 적절히 교육과정을 짜면
잚은 천재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을것입니다.  
영포인트 네... 그렇지 않아도
임해봉과 대국하던 여섯살 조치훈의 진지한 표정이
61개월 저 아이의 표정과 닮아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욕심부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저 아이의 영재성을 이끌어 내는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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