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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산 최종회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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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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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산 최종회
2019-12-08 오전 11:17 조회 1284추천 5   프린트스크랩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다.
아내와 아들에 대한 목격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었다.
바로 찾아가 보았다.
목격자는 고등학생이었다.
방학 중 양주군에 있는 친척집에 놀러 갔다가, 뒷산의 절에서 주지스님인 여승과 동자승을 봤노라고 말하였다.


청량리에서 시외버스를 탔다.
중랑천을 지나자 버스는 몹시 덜컹거리기 시작하였다.
 비포장 도로에 굴곡이 많은 탓이었다.
논과 밭을 지나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헉헉대면서 버스가 올라갔다.
양쪽의 야산에는 공동묘지가 즐비하였다.
봄의 따스한 햇볕에 묘지마다 잔디가 파릇파릇 올라와 있었다.
어찌 보면 사람의 한 평생은 참 짧은 것인데 그 짧은 기간에도 왜 이리 많은 애환이 서려있는 것일까?
차라리 죽어서 저리 묘지에 묻힌다면 오히려 행복한 것이 아닐까?
 버스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수많은 상념이 근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지곤 했다.


목격자가 말한 마을 앞에서 근수는 내렸다.
초가집이 몇 채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의 뒷산에는 상수리나무가 울창했다.
근수의 가슴이 뛰기 시작하였다.
과연 아내와 아들이 저 산 아래 살고 있을 것인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 것인가?
근수는 마을을 지나 뒷산으로 접어들었다.
길에서 놀던 마을 아이들이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근수를 올려다 보았다.
목격자가 말한 대로 뒷산에는 절로 통하는 길이 희미하게 나 있었다.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았는지 길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근수는 구민사로 향하는 넓은 길이 생각났다.
그 길은 넓으면서도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 길은 좁고도 거칠었다.
얼마나 영세한 절 이 길래 이렇게까지 누추할까 싶었다.
 상수리나무 숲으로 접어들었다.
교목들을 몇 그루 거치면서 이제는 절의 지붕이 보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절의 기와지붕이 보이지가 않았다.
근수는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빠른 걸음으로 나무들을 지나쳤다.
그리고 마침내 절의 모습이 보였다.


아! 절은 무너져있었다.
기둥이 꺾여 있었고, 기와지붕은 폭삭 내려앉아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억장이 무너졌다.
근수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절은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해주는 곳인데 어떻게 그런 절이 이렇게 폐허가 되었단 말인가?
시주할 사람들이 없었단 말인가?
얼마나 살기가 어려우면 사람들이 시주를 하지 못할까?
아내와 아들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얼마나 고통스런 나날들을 보냈을 것인가?


밤새 폐허더미 옆에서 울고 한탄하던 근수는 아침이 되는 대로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백화점을 정부에 기증했다.
꼭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쓰라는 당부의 말도 함께였다.
남은 돈과 집을 처분하여 폐허가 된 절 주위의 야산을 매입했다.


근수는 폐허 옆에 움막을 지었다.
밭을 일구어 옥수수와 감자와 채소를 심었다.
일하는 틈틈이 언덕에 올라가서 마을 앞길을 보는 것이 근수의 큰 일과였다.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오리라!


하루는 뒷동산에 올라가 보았다.
황금빛이 감도는 들판 저 너머로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도 들과 마을과 산들이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다시 그 위로 푸르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있었다.
근수는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그냥 그리워하면서 사는 것이 인생인 게지.”


후드득, 딱. 평상위로 떨어지는 상수리 소리에 근수는 낮잠을 깨었다.
깍 깍 깍. 갑자기 까치 서너 마리가 몰려들더니 요란스럽게 울어대기 시작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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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에 |  2019-12-08 오후 1:30:5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중반부터 가족 재회를 기다렸습니다
최종회에서는 꼭 만나리라 예상 했었습니다
여운이 남는군요 잘 읽었읍니다
고맙습니다.  
짜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남양주 도농역 앞에 황금산이란 조그만 야산이 있습니다. 독일 카를스루에 공대에 유학하셨던 지인이 농장을 운영하시는데 여러사정으로 지금은 형편이 좀 어려운 상태입니다. 선친이 황해도에서 큰 갑부셨고 서울에 백화점도 가지고 계셨다고 하던에.
그러나 가족과 같이 건강하게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돈 보다는 역시 가족이지요.
선한달○ |  2019-12-11 오후 1:49: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수고 하셨습니다.  
짜베 선달님이 쓰신 [산사를 찾아서]가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소라네 |  2019-12-15 오후 8:54:0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앞부분은 못 보앗습니다만 글속에 폐허가된 절 이야기가, 나작을 오랜만에 찾은 제 마음같군
요.. 이곳을 지켜주시는 분을 뵌것 같아 반갑습니다^^  
짜베 이렇게 왕림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소라님이 활동하실 때의 나작방은 제 소설의 구민사처럼 기라성같은 고승들이 넘쳐나던 도량이었겠지요.
지금은 겨울바람이 황량한 상수리 나무들을 스쳐지나갑니다.
그래도 보잘것 없는 제 작품을 아무 제지없이 받아들이는 이 방이 저에게는 큰 도량입니다. 샘물이 고이듯 그저 써지는 대로 올려볼까합니다. 소라님도 다시한번 써 올려 주세요.
소판돈이다 |  2019-12-20 오후 1:56:1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카프카의 성의 주인공이 끝내 성안으로 못 들어가듯....
정씨가 삼포가는길에 끝내 닿지 못하듯....
수고하셨습니다.
마저 다 읽었습니다.
 
돌부처쎈돌 |  2020-01-08 오후 2:03:2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탈고의 허탈함을 대신해
나작을 꾸준히 지켜주시는
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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