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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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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 오십가자 필패
2018-04-18 오후 11:37 조회 4528추천 5   프린트스크랩


아침에 일어나서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보았다.
고교 동문회애서 경춘선 공원 트레킹을 열시 반에 실시한다는 카톡이 와 있었다.
밖을 보니 날씨가 화창하였다.
트레킹 모임에 참석하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은 우보회 바둑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가만, 우보회와 트레킹이 겹치니 혹시 우보회를 생략하지는 않았을까?
기대감을 갖고 컴퓨터를 켰다.
그러나 우보회는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화면에 떠 있었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어두컴컴한 기원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가?
그렇지만 이미 트레킹에 가는 것은 시간상 늦었고 거짓 핑계를 대고 집에서 보내기에도 마땅한 계획이 없었다.


마을버스를 탔다.
밖으로 온통 녹색의 장관이 펼쳐졌다.
화살나무, 회양목, 쥐똥나무, 벚꽃나무, 만개한 라일락 등등 그야말로 화려한 사월의 어느 날이었다.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봉천기원에 도착하였다.
기원에는 두 명의 지인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A는 구경을 하고 있고 B와 낮 모를 사나이가 대국을 하고 있었다.  
B가 소개를 해주었다.
선배라고 하였다.
나는 그 사나이가 선배인줄 알고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대국도중 A가 그 사나이한테 반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히려 내가 선배인 거였다.


구경을 하던 A가 도전을 하여 바둑을 두게 되었다.
두 판을 쉽게 이겼다.
 A는가끔 산에 간다고 하였다.
 나는 등산을 가나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고 도를 닦으러 가는 것임을 나중에야 알았다.
 도를 닦는 처지에 속세의 승부에 무슨 미련이 있으랴!


C가 왔다. 나하고 바둑을 두게 되었다.
초반에 내가 상대방의 대마를 두 개나 잡았다,
나는 농담 삼아 말하였다.
“백이 필패네, 선 작 오십 가자 필패라고 하지 않았나?”
나는 내가 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계속 흐뭇하게 즐기며 중얼거렸다.
“오십 집은 확보했으니 오십 일집만 지지 않으면 무조건 이기는 거네.”
지켜보는 B가 말하였다.
“ 야, 오십 집이 아니고 육십 집이 넘는다.”
설렁 설렁 두어갔다.
최대한 양보하며 대마 살리기에만 주력했다.
그런데 이 어이된 일인가?
수읽기 착오로 그만 나의 대마가 죽게 된 거였다.
 아,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가?
살을 꼬집어보아도 꿈이 아니었다.
아니, 도저히 죽지 않을 대마가 어떻게?
후회했으나 이미 판은 그르친 뒤였다.
그냥 지고도 웃을 수 있는 친선게임인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바둑이 끝나고 뒤풀이 장소인 7080집으로 향하였다.
A와 후배가 이미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 넷 이는 옆에 자리를 마련하였다.
동태찌개를 끓이고 콩나물과 시금치나물이 기본으로 나오고 어린 상추 잎이 서비스로 나왔다.
상추는 시골에서 올라왔다고 하였다.
 상추뿐이 아니고 두릅과 오갈피 나물도 올라왔으니 다음에 오면 내 놓겠다고 하였다.
한동안 나물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졌다. 
C는 어린 상추 꽃대가 맛있다고 하였다.
꽃이 피기전의 상추 대를 낫으로 잘라서 파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짐작이 갔다.
세기 전의 어린 상추꽃대. 아삭아삭하고 부드러운 그 꽃대의 맛!
그런 상추 꽃대를 한 트럭분이나 모아놓고 팔고 있었다니. 
B는  장녹(자리공)의 나물 맛이 일품이라고 하였다.
장녹이라면 사약에 쓴다는 그 풀?
시골에 흔하게 자라고 검은 열매가 으깨져 옷에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는 그 고약한 풀이 그렇게 맛있다니.
하루나(유채), 돌나물, 취나물, 홑잎(화살나무)등등이 입에 올랐고 나는 벌금자리 나물이 맛있다고 강변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벌금자리 나물은 모르고 있었다.
벌금자리 나물에 밥을 올리고 간장을 친 다음 쌈을 싸서 한입 먹을 때의 그 기분이란.
 씹으면 오독오독 터지는 잎의 식감과 고소한 그 향기란.
아아, 어릴 때 굶주렸을 때의 향수에 불과한 것인가?


친구들은 당구장으로 향하고 나는 집으로 향하였다.
전철을 탔는데 젊은 청년이 타자마자 바로 문이 닫혔다.
 바깥에서는 예쁜 아가씨가 발을 동동 굴렀다.
 승객들이 안타까운 함성을 질러댔다.
나의 입에서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별”
젊은이는 연신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문자를 쳐댔다.


젊은 사람들이니 바로 만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저 젊은이가 나이고 바깥의 아가씨가 나의 아내라면?
치매 끼가 있는 아내에게 나는 항시 강조했다.
“만약 전철을 내가 타고 당신이 못 탔다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내가 다시 찾아갈 테니. 또 당신이 타고 내가 못 탔다면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려. 내가 금방 따라갈 테니까.”
이것이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오늘 같은 경우 아내는 기다리지 못하고 전철에 올라타고 나는 아내를 만나러 전 정거장으로 향했다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념이 물결쳐댔다.
“에이, 마조히스트도 아닌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왜 이리하는가?”
나는 잡념의 끈을 뚝 잘라버렸다.

전철은 한강을 지나고 서울역을 지나갔다.
사월의 어느 화려한 하루가 그렇게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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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  2018-04-19 오전 7:33:1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내용은 많이 돌아 다니고 많은 걸 겪으셨는데 난독증 저는 그냥 필자가 흔들 의자에 기대어
조각 구름과 새들과 봄향기를 맞으며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연상 됩니다.^^  
짜베 |  2018-04-19 오전 11:41:1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예, 선달님  
네점일합手 |  2018-04-23 오후 6:20: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단편 명작입니다.  
짜베 부끄럽습니다. 고교동문 카페에 올린 모임 후기를 이름만 지워서 여기에 올렸습니다. 당사자들이 아니시니 실감도 덜할것 같습니다. 소설은 안써지고 그냥 신변잡기만 늘어놓는 제가 한심합니다. 장편을 구상하고 있는데 언제 다 써질지 부지하세월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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