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부를 안 읽으신 분은 이해를 돕기 위하여 1,2,3 부를 먼저 읽기를 권합니다.
동독인의 마음을 빼앗은 서독의 금전 공세
서독 정부는 동독 인민들의 여론을 서독 편으로 돌아서도록 환심을 사고, 서독 주도하의 통일이 되어도 동독인들이 결코 손해보거나 차별받지 않고 지금보다 수준 높은 경제적 지위와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가도록 대(對) 동독 주민 선무 방송을 실시하는 한편, 동독 주민들의 서독으로의 탈출을 돕고, 동독 지역에 연고가 있는 서독인들을 고향 방문 형식으로 동독 방문을 할 수 있도록 동독 당국을 설득하였다. 동독 측은 서독 주민들의 빈번한 동독 방문은, 동독 공산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공작이라는 극도의 경계심으로 자신들의 국경을 개방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서독측은 동독의 관문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막대한 금액의 무상 원조와 차관을 제공하고, 또한 동독 주민들도 서독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인도적 조치도 협상으로 얻어내는 등 긴장완화와 동독의 빗장을 하나 하나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걸림돌은 매번 협상과 경제원조로 해결하였다.
금전적 도움을 챙긴 동독의 입장에서는 돈만 받고 거부할 수가 없으니, 서독으로 보내도 서독에서 취업이 어렵고 동독내에서 넉넉하지는 않지만 노후가 보장되는 연금 수급 연령에 달하는 고령 인구라면 서독에 망명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이들 고령자에 한하여 서독 방문 문호를 마침내 개방하게 된다.
서독 당국은 동독에 전염병이 돌면 의약품을 보내주고, 수재가 발생하면 구호품을 보내고 산불이 발생하면 진화 헬기를 지원하는 등 대형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물론이고 서 베를린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동독 하치장에 버리는 비용까지도 돈으로 지불하는 등 동독 형제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경제적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서독으로 탈출하는 동독인들을 무차별 사살하기 위하여 동서독 및 베를린 국경 검문소에 설치한 기관포를 철거하면 상응하는 철거 보상금을 제공하겠다고 하여 기관포 숫자를 일일이 따져서 금전으로 환산 보상하고 탈출자를 폭사시키기 위하여 국경 지대 철조망에 매달아 놓은 대량 살상용 비산 지뢰(소련제 부비 트랩)를 제거하도록 하는 데도 막대한 원조를 제공하였다.
동독을 방문하는 서독인들에게 일정 금액 이상을 동독 화폐로 반드시 바꿔서 동독 지역에서 쓰도록 요구할 때도, 심지어 동독 지역에서 사용하다가 남기고 서독으로 돌아올 때에 동독 마르크화를 서방 화폐로 바꿔주지 않고 그나마 쓰다 남은 동독 화폐까지 동독 당국이 압류(보관증을 달랑 써주고 다시 동독에 오면 찾아 쓰라는 조건)하는 횡포에도 서독 정부는 가난한 동생의 만용 정도로 여기고 측은지심과 관용으로 묵인해 줬다. 게다가 서독 지역을 방문하는 동독의 고령자 동포들이 서독에 체류하는 경비 중 일정 액을 서독 정부와 시민 사회단체가 지원하고 그들이 돌아갈 때는 서독의 가족들이 외환관리법에 구애받지 않고 매번 두둑하게 노자 돈도 챙겨줘서 보내도록 배려했다.
서독 당국은 동독에서 생산된 공산품의 질이 조악했음에도 수입을 허용하고 농수산물도 서독 자체 생산량으로 충분했음에도 동독 산을 우대하여 추가로 구매해 줬으며, 동독산 수입 물품들은 국내 거래도 간주,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동독 지역 화물 차량들이 서독 지역을 통과하여 서방 여러 나라로 통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제약 없이 허용하였다.
소련인들 조차 경외심을 갖도록 만든 게르만 족의 저력
또한 서독 당국은, 서독에 의하여 동독을 흡수 통일하더라도 소련에 결코 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고를 소련 지도층에 심어주기 위하여 소련이 흉작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소련 자신은 자존심때문에 먼저 손을 벌리지 못하고 서방의 부자나라들은 소련을 적대시했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소련에 대한 도움에 인색했지만 서독만은 알게 모르게 소련에게 차관을 공여하는 등 통일 성업 조성의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조성하였다.
서독군이나 서독 주둔 미군(NATO 소속)은, 동독 지역에서 비행 훈련 중 항법 착오나 기상 관계, 혹은 실수로 서독 영공을 침범하는 동독이나 소련 공군기들을 격추를 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안심하고 다시 동독 상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하였으며 이런 호의적인 반응은 동독 주둔 소련군들에게 독일인들이 수준 높은 국민들이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데 일조하였다.
소련인들이 점령군 자격으로 동독에 진주했음에도 독일인들을 우습게 보거나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오히려 독일인들에게 경외심을 갖거나 스스로 열등 의식을 느낀 경우도 많았다.
그 때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침략하여 슬라브 족을 유린한 민족은 몽골족과 게르만 족이 유일했다. 소련 적군을 가장 많이 죽인 것은 독일군이었다. 전쟁 중 소련군이 자국(自國)이나 폴란드 등 여러 전장을 누빌 때 자신들의 탱크가 진흙땅에 빠져서 고전했던 기억을 안고 독일 영토로 밀고 들어갔는데 쭉쭉 뻗고 잘 포장된 고속도로를 보고는 독일의 저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소련인들이었다. 소련의 산업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과학자나 기술자의 두뇌의 대부분은 독일 출신이었다. 소련이 원자폭탄이나 유도탄, 그리고 우주선을 만드는 데도 일등 공신은 종전 후 독일에서 끌고 간 과학자 집단이었다.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를 하는 사람도, 동독내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독일인들이 아니라 소련군이나 동반 가족들이었다. 동독인들은 모든 일들을 체계적으로 일하고 일단 국가가 결정하면 군 말 없이 따르는 것을 동독에 주둔한 소련군이나 그 가족들은 늘상 보면서 때론 열등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소련의 인구보다 20배나 적은 동독인들이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소련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들을 물리치고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서 동독 주둔 소련군 사령관은 이런 보고서를 모스코바에 할 정도였다. ' 독일인들은 우수하고 모범적이며 우리 군도 이들을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히틀러와 그 추종자 몇몇을 제외하고 독일인들은 우수한 민족입니다.그들의 운명은 전적으로 독일인 스스로에게 맡겨도 충분하다고 소관은 판단합니다. ' 소련인들이 정신적 지주로 추앙하던 레닌 역시 게르만 혈통이었다.
소련군의 독일인들에 대한 열등의식때문인지 몰라도 체코 등 동구권 위성국가에서 민주화 시위시에 소련군의 탱크로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을 한 반면, 동독에서만은 같은 상황에서도 독일인들을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 소련군의 이런 심리는 통일에 임박한 시점에 동독인들을 태운 망명 국제 열차가 동독 영토를 지날 때나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릴 때 소련군의 무력 개입을 주저하게 만든 한 요인이 됐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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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