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닭싸움

“군대는 하사가 분명 병들 선임자로 알고 있는데

니들은 아래 위도 없이 왜들 그리 말이 짧으냐?

아무리 당나라 군대지만 버릇이 너무 없구나.

그렇게 설치다가 다 친다“

머릿수만 믿고 손쉬운 먹이로 본 서툰 사냥꾼들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겁을 담고 스쳐갔다.

"어휴! 저걸 그냥!

이거 확! 죽일 수도 없고 주먹이 운다. 울어!"

상병 한 녀석이 주절거린다.

어디 손가락 초상이라도 났냐?

마! 울긴 뭐가 우냐?

주먹 우는걸 보기는 봤냐?

인상들을 있는 대로 구기고 험악하게 웅성거려도 앞으로 나선 놈은

하나도 없다.

오합지졸이다. 이럴 땐 선 빵이 약이다.

뒤춤에 숨겼던 대검의 피를 천천히 벗기며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사고치고 민 빵 가기 싫어 군대 왔더니 왜들 이리 소란하냐?

아무래도 한번 가야 된다면 군 빵도 좋겠지!

여럿 다치지 말고 한 놈만 나와라 대표로 푹 쑤셔서 담가 줄께!

고향 가기 싫고 이곳에 뼈 묻을 놈 한 놈만 나와 주라 .

너냐?

너?"

대검 끝으로 상병 한 녀석에 목을 겨냥하고 쭉 밀며 앞으로 나가자

움찔움찔 뒤로 모두 물러났다.

모두 뻥한 표정이 꽤나 놀랜 듯하다.

하지만 서로 눈치를 살피느라 다가서지도 도망가지도 못하고

어정쩡 주춤 거리고 얼어 가고들만 있다.

시간을 오래 끌면 정말 사고치는 수가 있다.

이럴 땐 그저 속전속결이 최고다.

설마 하고 방심한 틈을 타 겁을 먹었는지

눈이 왕방울만큼 커진 놈을 겨냥하고 왈칵 달려들어 멱살을 쥐고

대검 칼끝을 녀석의 목에 대는데 성공했다.

"한 병장님!"

기겁을 한 녀석이 침이 바짝 마른 목소리로 병장을 쳐다보며 구원을 청한다.

속에 입은 내복 속엔 놀래 지린 오줌방울을 흘리고 있을게 분명하다.

"어이 병장아저씨.

불쌍한 애기들 목구멍에 바람구멍 나는 걸 볼래 .

아니면 나 그냥 들어가 잘까?

제대특명에 찍힌 도장밥 날리지 말고 나 그냥 편히 재워주라.“

체면도 구기지 않고 빠져 나갈 구멍이 있는데 불속으로 뛰어드는

미련한 놈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신도 겁을 먹었겠지만 체면상 잠시 뜸을 들이더니 한 병장이

목에 힘을 잔뜩 넣고 말했다.

"칼 거둬라!

쓸 만한 하사도 다 있었구나.

가자! 내가 한잔 낼 테니 들어가 술이나 한잔 하자"

군대에서도 묵은 생강은 제법 매운 맛이 들어있었다.

선임이던 하사 둘은 끼지도 못한 자리에서 고참 병장들과 마신

따듯한 술자리는 C포대로 전입 내려간 간 날에도 편한 잠자리와

극진한 술좌석을 예약해 주었다.

월남 병장 한 병장에게도 술을 뺐어먹고 온 간이 배밖에 있는 하사를

누가 감히 집 쩍 거릴까.

그런데 김 하사 이놈은 보통 군바리들과 냄새가 달랐다.

당 나라 군사는 내 전매특허인데 나 말고 쓰는 놈이 또 있다니

골이 아프고 머리가 지끈 거린다.

흔히 별 볼일 없는 싸움을 닭싸움에 비유 한다.

깨끔 발로 무릎이나 쳐대고 몸의 중심을 못 잡아 비실거리는 건

진정한 닭싸움이 아니다.

사람이 닭을 흉내 내는 놀이는 이름이 닭싸움일 뿐이니

함부로 닭싸움이라고 말하지 마라.

닭이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면 불쾌감에 복장이 터지고

환장할 모욕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투계 판을 한판이라도 본 사람은 그런 말을 듣는 닭들에게 저지른

대단한 실례에 대한 무안감 으로 몸 둘 곳을 찾지도 못할 것이다.

굳이 프로급에 투계 판이 아니더라도

혼자만 동네가 떠나가라 울어 댈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장 닭이 되기 위해 얼마나 그들이 치열하게 목숨을 걸고 싸우는지

전혀 모르는 몰상식한 무식함에 얼굴을 쳐 박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
아무 때나 맘 내키면 암탉의 등 뒤를 탈 수 있는

달콤한 독점권을 차지 하기위해 목숨을 걸고 자리다툼을 하는

수탉들의 처절한 싸움을 한판이라도 봤다면

진정 함부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닭들의 싸움은 사자나 여느 맹수들에 싸움보다 더 치열하고 맹렬하다.

동네 강아지들처럼 설치며 짖어대거나 함부로 물어뜯으려 덤비는

풋내 나는 싸움이라면 닭들은 아예 발톱 끝조차 내밀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시작된 싸움은 꼬리를 말고 도망친다고

승리를 만끽 하며 꼬리나 치켜세우는 설익은 만찬엔 아예 입도 대지 않는다.

일단 시작된 싸움은 아예 끝장을 낸다.

닭들의 싸움은 회복되기 힘든 중상을 상대에게 입혀 회복불능에

죽음 직전까지 몰아가도 공격을 멈추지 않는 잔인한 싸움이다.

닭들이 펼치는 싸움에 초장은 지루하기만 하다.

하지만 싸움 시작 전에 기다린 지루함을 닭싸움은 반드시 보상해준다.

처음 조용히 서로를 노려보며 빙빙 도는 것으로 싸움은 시작 된다.

무관심 한 듯 때론 엉뚱한 방향을 보며 빙빙 도는 탐색전은

꽤 오래 지속 된다.

맞잡이 상대의 전력을 세심이 관찰하며 승산을 가늠한다.

전력 탐색이 끝나면 4개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서로 툭툭 치며

잽을 우선 날리며 다시 한 번 빠진 전력을 점검한다.

승리의 확신이 온 몸에 전율처럼 퍼져오면 기선 제압용

괴성을 지르며. 공중을 날아 이단 옆차기의 화려한 기술을 펼치며

본 싸움에 돌입한다.

귀 뒤쪽으로부터 목덜미를 치는 래빗펀치,

몸을 한번 회전시켜 그 반동으로 치는 피벗블로,

등 쪽 특히 신장(腎臟)에 대한 고의적인 타격의 키드니블로등

권투에서의 반칙은 닭싸움에선 필수의 공격 기술이 된다.

홀딩이고 클린치고 전투 중 쉴 시간도 없고 라운드 걸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죽기 아니면 살기에 잔인한 싸움은 상대가 피를 흘리고 완전히

꺼꾸러져 숨통이 끊겨야 끝이 난다.

찢겨져 처참하게 너부러진 적의 시체위에 갈고리 같은

억센 발톱으로 목을 누르고

“꼬끼오~~”하고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며 표독한 눈길로 인간들을 쓸어보는 닭의 눈은

섬뜩하고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다.

벼슬을 빳빳이 세운 젊은 수 닭이 장 닭이 되겠다고 독을 품고 눈앞에 있다.

이판에서 이기지 못하면 남은 1년을 고문관으로 보낼 수도 있다.

거리를 두고 손으로 툭툭 가볍게 잽을 몇 번 날려 본다.

풋내기처럼 붙으려 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아웃 스탭을 밟으며

빙빙 도는 것이 제법 싸움깨나 해본 동작이다.

섣불리 앞차기나 길게 뻗는 펀치론 승산이 없어 보인다.

몇 번 펀치를 주고받다 나도 몇 대 맞았다.

턱이 욱신거리는 게 제법 주먹이 맵다.

이런 싸움은 길어지면 승자를 가리기 어렵고 잘못 하면 마음으로

승복 하지 못하는 친구 먹기 십상인 우스운 싸움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한 번에 빨리 짧게 끝내야만 한다.

빈틈을 주고 김 하사의 턱을 노리는 척 길게 손을 뻗으며 서툴게 들어갔다.


                                                        -끝-

그때의 댓글 입니다.


조아해유 ｜ 캬아 엔날생각나구 재밋당.담편을 무지기두려봄니다

一圓 고맙읍니다 지두 좋아해유님을 솔찬히 기다리는구만유

여현 ｜점점 흥미를 돋구는군요.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一圓 오늘에사 여현님의 올리신 글을 읽고 좋은글 읽게 해주심에 따로히 감사를 드립니다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심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aichi ｜ 一圓님.

앞 글 에서는 제가 실례를 한 것 같습니다.

생각없이 적은 댓글에 마음을 상하게 하신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접하는 군대 소식이라 잠시 동화되었나 봅니다.

너그러이 넘겨 주셨으면 합니다.

月谷川 상승칠성의10년 후배님 .지난번 답글은 정말 고맙습니다

一圓 오히려 옛 시절에 함께 해주신 aichi님께 감사 드립니다 궁금해 하신 사항은 2편 댓글에 달아 두었읍니다 고맙읍니다

가능동아이 ｜마치 극장에서 재미있는 영화에 빨려들어가는것 같네요.

간만에 글과 동화되어 내자신이 글속에서 직접느끼는것 같네요.

빨리 다음편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최고로 재미있네요.

一圓 과분한 칭찬인줄 알면서도 속없이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ㅎ 고맙읍니다

月谷川 ｜나고참병장으로 내무반장할때 대공포대에 전입온 단기하사에게 게긴기억이 있는데 님은 어찌 기억이 그리 생생 하십니까? 괜이 단기하사에게 게긴기억때문에 님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려.ㅎㅎㅎ.언제 한잔합시다 .나는 1년늦게 입대했는데 ,어쩠거나 동년배 같아 마음이 너무 편합니다

一圓 서로 부딪히던 그 시절이 지금 생각하니 너무 아름다운 청춘 이였읍니다. 동년배 친구를 만난듯 마음 든든 합니다

一圓 기회가 되면 한잔 좋은 말씀입니다 ㅎ

홍선비 ｜ 아무래도 깡다구가 통하지 않을거 같은데~~~

一圓 죽기살기 정면돌파 해볼랍니다 ㅎ 고맙읍니다

팔공선달 ｜ 밖에 눈이 내리니 그때가 서럽게 그리고 아련하게 눈보라처럼 몰려옵니다. ^^*

당근돼지 ｜작가님의 글이.........저의 40여년전의 군생활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하는군요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