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에는 촉감과 질감이 있다고 문득 생각하게 된다.

나의 삶이 촉감이라면 이웃과 사회는 눈으로 느끼는 질감이랄까.

예전엔 촉감에 의존해 살았다면 지금은 사회적 질감에도 민감해졌는데

인과관계가 그만큼 복잡해진 탓일 것이다

공유하는 것이 많으니 나와 가족에게 이해관계와 영향력이 얽혀 있다

와중에 민주주의에 개성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적 촉감은 더욱 예민해졌다.

본능적인 욕구에서 목적을 설정한 의식적이고 계획적인 것으로 바뀐 것이다

개성은 자신을 강조하는 것이기에 자연히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의 갈등과 적응력 차이로 생긴 시대적 병이 이름 하여 스트레스고

이는 스스로 자초하는 경우도 있지만 외부의 영향도 부지기수다.

감기가 만병의 원인이던 시절엔 단순히 개인의 육체적 관리가 문제였다면

이젠 필요불가분의(?) 복잡한 관계로 인한 정신적 질병의 시대가 도래 된 것이다.

“아니 아저씨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20대 초반의 앳된 아가씨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기엔 너무 표독스럽다.

고함 소리에 아파트 경비가 달려와 멀찌감치 서서 지켜본다.

“아가씨 왜 고함을 지르고 그래요. “

“아니 아저씨가 황당한 소릴 했잖아요.”

“내가 무슨 소릴 했는데.”

“아니 방금 내가 타지도 않았는데 미터기 누른다 했잖아요.”

“그랬지요. 근데 그게 뭐가 잘못됐죠.”

“그럼 아저씬 뭐 하러 호출택시 해요 일반 택시나 하시지.”

“아가씨. 그건 또 무슨 논리 비약이지.”

“그런 서비스도 못 받으면 내가 미쳤다고 전화비 들여가며 호출택시 불러요.”

“기다려요.”

지금 호출택시의 경우 보통은 호출을 받고 전화로 위치 확인 후 도착 시간을 알리고

5분 쯤 대기를 기본으로 한다.

대개 남자보다 여성이 아무래도 대기 시간이 길고 아파트는 더더욱 변수가 많다

개인적인 것과 엘리베이터에 음식물 분리수거까지 말말말.

이 아가씨도 나와서 양해도 없이 자기 볼일을 다보기에 살짝 불쾌 했지만 일상이다

묵묵히 기다리는데 문을 열기에 숨을 크게 들이켜고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대개는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아가씬 한술 더 뜬다.

소지품만 던져 놓고 한다는 소리가.

“아저씨 저 손 좀 씻고 올게요.”

어이상실에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내공을 끌어 올려 웃으며 말했었다

“아가씨. 그러면 지금부터는 미터기를 끊고 대기하겠습니다.” 라고.

가정집도 아니고 고층아파트에서 나오는데도 이런저런 이유로 5분 이상 걸렸는데

작은 키 커버용 하이힐에 그 낭창한 걸음으로 다시 올라갔다 내려온다니.

차라리 애교로 양해를 구했으면 서로가 좋았을 텐데 그렇게 표독스럽게 달려드니

딸내미가 생각나서 철이 없으려니 하는 수준을 넘어서 버린 것이다.

법이 그렇다

여기서 내가 기분대로 하자면 그냥 가버리는 게 상책인데 소지품도 있고(의도적인 듯)

아직도 신고자 말만 듣는 공무원들의 안일한 행정으로 불필요한 시비에 휘말린다.

저런 싸가지라면 충분히 가능하고 경험도 많이 했으니까.
아예 소설을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옛날처럼 그렇게 피를 토할 정도로 억울하게 당할 일은 없다

블랙박스가 있으니까. (기실 가면서 블랙박스 이야기에 기가 꺾인 듯 했다)

경비아저씨도 자초지종을 듣고는 혀를 차고 돌아서며 던지는 한마디가 짠하다

“우리는 일상입니다.”

회색 하늘 내 마음처럼 잔뜩 찌푸렸고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무심한 포물선을 그린다.

세상은 진실이라 해도 시시비비를 모두 가릴 수는 없다

때로는 헛기침과 묵언과 인내로 깨우치기보다 스스로 느끼게 하면서 기다린다.

경비아저씨의 넋두리에 마음이 누그러져 최선으로 인내하며 후수 끝내기를 각오했다

“아저씨.”

“네”

“아저씨는 멘탈이 없어요.”
“그건 무슨 말입니까.”

“아니 아직도 상황을 모르겠어요.”

조용히 가려고 하는데 뒷좌석에 다리 꼬고 앉아 팔짱끼고 턱을 쳐든 톰이 보였다.

요지는 일본도 갔다 온 인텔리라는 것이고 그 유명한 MK 택시며 그 나라 서비스와

질서의식과 검소함 정직성을 줄줄 늘어놓고 우리는 나 같은 사람들로 안 된다는 것이다

멘탈 멘붕 멘토 영어 몇 단어 끼워 억측이 쏟아지고 나는 묵묵히 대답했다

고급 서비스엔 고가의 대가를 지불해야하고 그리고도 그들은 서로에게 감사할 줄 안다

그리고 나라와 지방과 각 개인의 환경이 틀리니 성숙도는 객관성을 가지고 평가해야지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내가 왜 아저씨 영업 시간까지 배려해야 되나요. 설명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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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이 필요했다.
아가씨가 크게 오해 하는 것은 여긴 대한민국이고 같은 요금으로 호출 서비스를 받는데

아가씨는 사적인 일로 영업을 지연 시킨 것에 대한 양해는커녕 개념 자체가 없다
서비스를 요구하려면 양해를 구하든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지시하 듯 하는 게 어떻게 양해며 나의 행동이 왜 그렇게 고성방가를 하며
화를 내게 한 이유가 되느냐는 것이고
일본의 경우는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상식이 통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 경우로보면 아가씨는 일본 사람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아뭏든 오늘 일에 대해 내 차를 이용하시는 고객이 불편했다는 것에는 사과한다.

하지만 우리의 정서로 보아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다면 알 만큼 안다니 뜻대로 하시라.

다만 주변에 객관성 있는 사람과 오늘 일을 먼저 의논하기를 권하고 싶다

법이 무르다지만 일방통행만 있는 것이 아니니 경솔하면 대가가 따를 수도 있으니까.

오늘 대화는 블랙박스에 녹화되었음을 참고도 하시고.

딸내미가 떠올라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래도 미흡했을 것이니 양해하시라.

대가를 지불한다고 기초적인 인간성마저 샀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이 불신을 쌓아간다

(네 부모에게도 어떻게 할지 눈에 선하다.....)

"이정도로 충분할 지 모르겠지만 제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상황 설명입니다."

인고의 시간이었다
침묵이 차안을 무겁게 누르고 뭔가 혼자말로 중얼거리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요금이 10300원이라 10000원만 요구하니 굳이 10500원을 내밀고 잔돈은 됐단다.

그렇게 호출을 받고 대기 시간과 이동한 30여분을 포함에 4~50분의 언쟁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뭔가 미안한 중얼거림을 남기고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사과라고 생각하고 싶은 게 처음 그 모습으로 비교해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일일이 대화 내용을 표기하지 않은 것은 아가씨를 의도적으로 비하하는 것 같아
사실이지만 짤랐으니 시작과 세상을 빗대어 짐작하시길 바란다.

나는 단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 아가씬 뭔가 누적 된 스트레스가 심한 듯해 안쓰러웠다

전화로 집사람에게 넋두리 했더만 딸내미가 점심을 의무적으로 집에서 먹어라 성화다

그리고 잠시 후 시큼하고 맵고 짠 비빔국수를 눈물겹게 먹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