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비록 두뇌 경기이기는 하지만 마냥 앉아서 하는 경기인 바둑을 스포츠 종목에 넣고 있으며 또한 경마는 비록 스포츠이기는 하지만 농림부 소관으로 하고 있으니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예전에 직장에 다닐 때 부서마다 인사 기록 카드를 만들어 가지고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 곳에는 '취미' 란이 두 세개 정도가 비워져 있었다. 흔히 별로 특별한 취미가 없는 사람들은 '독서', '음악 감상', '영화 감상'이라는 글로 채워 넣기도 하지만 그냥 고상한 단어로 채웠을 뿐 별로 취미다웁다거나 색다른 느낌을 줄 수가 없다.

처음에는 나도 별다른 취미가 없어 '독서' 정도로만 채웠었으나 우연한 기회에 나도 취미란을 자신있게 채울 수가 있게 되었었다. 대부분이 취마라면 자기가 특별히 원한 것도 아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빠져  버린 것이 결국 취미가 되어 버리는 것인데 내 경우는 처음부터 좋아서 된 취미가 아니었다.

고교 시절에 집에서 공부 후 또는 식사 후 동네 어귀를 한바퀴 돌라 치면 구멍 가게 앞에 평상이 놓여 잇고 이 곳에 모여 사람들이 장기나 바둑을 두면 옆에서 여러 사람이 구경을 하게 되고 구경을 하면서 과자나 과일을 사들기도 하고 때로 구경꾼이 되어 바둑이나 장기의 훈수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그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을 보고 주의 사람들과 웬민큼 어울리기 위해서는 장기나 바둑을 조금은 둘 줄 알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에 관심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나중에 장기가 수준급에 이르르게 되었으며 바둑의 경우도 처음에는 걸음마 정도를 하는 9급을 목표로 정하였으나 조금 하다 보니 다시 고수와 하수 양 쪽을 적당히 어우릴 수는 있는 7급을 목표로 하였다가는 결국 바둑책을 무려 200권 가까이나 섭렵을 하게 된 것이었다.

당시는 일본이 제일 바둑이 센 곳이라 일본어도 익힐 겸 일본어 바둑책도 사서 본 결과 당시 대학 1학년 시절 한국기원 공인 2급도 땄었으니 당시로도 거의 절정의 고수란 소리를 들었었다.

그래서 취직 후에 인사 기록 카드의 취미란에는 '바둑'이라는 단어를 올릴 수가 있었고 또한 1978년 5월 동네 직장인끼리 조기 축구를 하다가 8월쯤 되니 아침엔 날이 어두워 조기 축구를 할 수가 없게 되자 축구회비가 일부 남은 터라 누구의 입에선가 조기 탁구로 전환을 하자는 바람에 난생 처음으로 탁구장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것이 이적 계속 탁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당시 탁구가 재미가 없었던지 축구회원중에는 아무도 탁구장으로 나오지를 않았고 이미 탁구장에 준 돈이 아까워 내 밑의 동생을 데리고 나가서 탁구를 처음으로 치기를 시작했는데 며칠 못가서 내 동생도 형이 탁구를 잘 못쳐서 재미가 없다면서 그만 두는 바람에 탁구장에 낸 돈이 아까워서 나만 홀로 그 곳에 남아 다른 탁구팀으로 들어 가서 연습을 하게 되었다.

비록 처음에는 돈이 아까워 시작한 탁구였지만 나름대로 재미를 느겼고 지금까지 약 30년간 하루에 장장 2시간꼴로 탁구를 친 셈이었으며 당시 탁구를 친지 4년 후부터는 약 1,000명 임직원의 D그룹 통신회사에서 아마츄어 선수로 뛸 정도가 되었었으니 그 노력은 짐작이 될 만하다.

당시 탁구를 치면 땀으로 온 몸이 범벅이 되어 메리야스를 짜면 땀국물이 뚝뚝 떨어지고 이마에서는 땀이 말라 허연 소금이 긁혀 나올 정도이었으니 그 땀의 양을 능히 가늠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 때부터는 부서 인사기록부 취미란에 드디어 '탁구'라는 단어 하나를 추가로 더 올릴 수가 있게 되었다.

D통신 회사는 시흥시에 위치해 있었는데 시흥시와 안양시를 함께 어우려 직장인 탁구대항이 1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탁구 시합은 5단 1복식으로 경기가 치루어진다.

그럼 우리는 감독 1명, 탁구 선수 5명을 차출하여 대량 4~50만원 가량의 품의서로 비용을 회사에 청구하여 약 2주 가량을 회사 돈으로 추리닝을 맞추고 맛있는 음료수를 사 마시면서 운동에 돌입하고 하였다.

물론 회사 근무 시간이 끝나기 2시간 전에 회사 일을 하지 않고 운동만 한다는 것은 회사에서 쌔빠지게 일만 하는 회사 동료들을 생각하면 여간 고소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 회사 선수들의 기량이 다른 회사에 많이 떨어져서 지역 직장 대회에서 장려상을 한번 밖에 탈 수가 없었지만 회사에서 많이 격려를 해주었기에 무척 기뻤었다.

그리고 사내 체육대회에서는 축구, 족구, 줄다리기, 달리기및 탁구가 있었기에 이 때에도 선수 오더싸움및 경기에 카타르시스적 기쁨을 만끽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회사 밖의 비공식 행사로 한달에 한번꼴로 직장 동료의 집에서 바둑대회를 열곤 했었는데 이 때 모인 인원이 약 20명 가량이나 되었다. 이렇게 인원이 많이 모일 수있는 것은 바둑 기량의 경기가 즐겁기도 하지만 그 보다도 바둑 대회가 토너멘트로 벌어진 후에 바둑에 진 사람들은 다시 모여 앉아서 패자들끼리 뭉쳐서 고스톱이나 포카로 2차 경합을 벌일 수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느 친구들은 바둑의 상품을 노리기 보다는 현금이 오가는 고스톱, 포카가 진정한 본선 게임이라고 부를 정도였었다.

어쨌던 나는 바둑의 명예를 지키고자 성심을 다했었는데 당시 얼마나 신경을 쓰며 두었던지 바둑 한 판을 마치는데 무려 두세시간씩이나 걸렸었으며 점심 시간에는 너무 신경을 써서 속이 쓰린 바람에 준 밥대신 별도로 짜장면이나 짬뽕을 식혀서 먹으며 바둑에 매달렸었다.

바둑 경기에도 나못지 않게 미친 친구도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는 바둑에서 준우승이나 장려상만 타도 걸린 시상품외에 반드시 자신이 트로피를 추가로 더 만들어 집에 가지고 갈 정도였으니 그의 바둑에 대한 열성과 기호가 어떠하였는지 능히 짐작을 할 수가 있다.

우리의 취미 생활은 일의 중압감에서 짐을 덜어 주는 활력소 역할을 하고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지금도 내 취미로 탁구는 계속 하고 있으나 바둑은 너무 시간이 많이 소비되고 정신적인 소모도 커서 안한지가 무려 20년 가까이 된다. 허나 그대신 요즈음은 글을 쓰며 지내고 있으니 그 대체 효과는 될 수있을지언정 지금은 직장과 멀어져 아무도 묻지 않는 취업 취미란에 '글쓰기'라 올리는 것은 언감생심 가당치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