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벌이가 하수선하니 마누라 바가지가 심해진다.

사랑은 용돈 타서 할 때가 아름답지 벌어다주며 하는 사랑은 다르다

젊을 땐 언젠가 괜찮은 직업으로 문화생활 곁들인 무난한 삶을 꿈꾸기에

주머니가 비어도 막연히 든든하였고 허물이 되지 않았으며 자체가 낭만이었다.

그러나 사랑을 만들 때와 유지하는 것은 별개다.

육체적 신비로움과 소유욕의 충족도도 시간에 시들해지고 때로는 일탈을 꿈꾸거나

상대로부터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려는 것이 일반적인 변화라 생각해 보는데

우리가 남의 탓을 많이 한다고들 하지 않는가.

상대로 인해 나쁜 행동이 나온다면서도 좋은 것은 자기 능력이라 치부한다.

그러니 충돌이 일어나고 서로 섭섭한 것은 미궁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년의 사랑이 그렇다.

그러면 중년의 남자에게 친구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름으로 정의를 내리자면 상생의 경우보다 동반 침몰(?)자라고 생각한다.

같이 무너질 때가 동료의식이 더욱 돈독해지는 까닭이다

어차피 남자라는 동물은 존재의 의미에 집착하게 되어 있으니

적당한 희생과 배려가 가능하고 특별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데

목적에 부합되면 금상첨화겠지만 간접적인 위로가 되어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름다운 친구는 영화나 소설에서나 가능하고 실제론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

우리가 가슴 따뜻함에 눈시울 붉힐 사례는 극히 드물다

어떻든 친구는 정서적으로 공감대가 특별해야 되지만 때문에 소통에서 충돌도 잦고

특별함에 좋은 일을 나눌 때 배가되지만 어려울 때 더 아쉽게 되고 도움도 받으며

그리고 상처도 그때 받는다.

그렇게 친구는 휴식을 주는 벤치가 되고 때로는 나를 드러눕게 하는 관이 되기도 한다.

관(?) (그러면 영원한 휴식을 주니 진짜 절친인가.?)

그러고 보면 젊을 땐 사랑을 얻기 위해선 친구도 배신할 수 있었지만

중년이 되면 사랑을 희생하여 친구를 만들고 유지하고 그리고 자신을 기만하게 된다.

아침부터 어째 집안 분위기가 무겁다

어저께 과음한 탓에 머리가 깨어지는 듯하고 속이 더부룩한 게 몸이 영 엉망이다

예전 같으면 뭔가가 있었는데 딸내미나 마누라는 침묵일색이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상태로 보아 뭔가 사고를 쳤다는 불길한 예감이 스쳐간다.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져보니.

아.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일이 일어나 있었다.

00노래방 16만 00천원.

근데 주머니를 뒤져보지 않았다면 과음 탓으로 분위기가 이리 될 리가 없는데.....

(아직 그런 일은 없었다)

내가 속세와 인연을 끊고 살아 온지도 어언 5년이라는 세월 속에 집에만 충실했기에

일 년에 한두 번의 일탈은 인정받아 왔는데 뭔 일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남자가 말이야.

일 년에 신세 차 만나는 친구라야 몇 안 되며 그것도 한두 번인데

내가 과음한 탓으로 침묵시위를 한다는 건 과하다는 생각으로 나도 묵언으로 나갔다

어린애도 아니면서 밥도 굶었다.(사실 안 넘어갔지만.......)

딸내미 방학이 끝나고 기숙사 데려 주기로 한 전날이라 켕기는 게 많았지만

부산가면 오로기우 농장과 한 잔하기로 했고 오랜만에 산사도 둘러보기로 했기에

우렁각시는 들떠 있었는데 술을 많이 마셨다고 저렇게 냉랭할 수가 없었다.

(나 정도면 모범에 플러스가 붙는 사람인데 욕심이 넘 과한 거 아냐.)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돈 많이 못 벌어줘서 미안해.”

“너무 시달리면 스트레스 받는 건 사실이야.”

“그래도 그것 말고는 나만한 신랑은 어느 명품 점에도 없어.”

“인정. 인정.”

이게 그동안의 우리 포스였는데 뭔가가 단단히 꼬인 것만은 분명했다

침묵 속에서 딸내미와 간간이 대화를 나누곤 그렇게 부산까지 갔다

예전 같으면 두 여시가 재잘재잘 거리며 수다 떨고 휴게소마다 들어가 군것질하고

오덜 방정을 떨었을 텐데.

딸내미도 친구와 합석하는 걸 싫다했고 마눌님은 침묵이다

할 수 없이 학교 주변엔 주차할 곳이 없어 가는 길에 00마트에 들러 식사를 했다

허기도지고 갈증도 나고 그런데 선뜻 댕기는 게 없었다.

이럴 땐 냉면이얌.

어렵사리 생각해낸 냉면이 계절상품이라나. 츠암네. -.-

“요즘 세상에 뭔 계절상품이야” 후지기는.... 괜스레 투덜대는데

대충시키라는 말에 불고기찌개를 시켰건만 이건 유명마트 음식이 아니었다.

아예 설탕 국이다.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나니 은근히 짜증이 났다

(그래. 딸내미 데려다 주고 함 보자.)

오늘 단단히 혼찌검을 낼 생각으로 벼르고 있었지만 그게 저승길을 재촉했다.

바닷가에 사는 농장님은 바다가 새롭지 않겠지만 내륙에 사는 우리는 늘 새롭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 상념 속으로 첨벙 뛰어든다고 할까.

사색한다는 것이 초원을 거닐고 파도를 가르는 아름다운 유희지만 생각만 그렇고

글로 쓰면 늘 허접하다

그래도 무식한자 용맹하다고 언제부턴가 이런저런 옹아리를 늘어놓곤 했다.

지적이고 문학성이 없어도 선다르식 사람 사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보는데

그곳에서 농장님을 댓글로 만났다

한때 오로 배팅맨으로 한 이름 날렸던 농장님이라 배팅이야기가 주 화제다

하긴 농장님은 글도 가끔씩 올렸던 것 같다 요즘은 뜸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알고 지낸지 5~6년 쯤 된 것 같은데 10년지기 이상으로 편안한 사람이다

일 년에 한두 번 할머니께 인사 겸 딸내미 데려다 주면서 가끔 자리를 만드는데

바닷가에서 먹자니 질렸는지 둘이서 놀다가 집 근처로 오란다니까 마눌님이 샐쭉한다.

아. 정말 여태 그렇게 악에 받쳐 싸워 본적이 없다

이 자리에 오기 전 고속도로에서 일이 터졌다

의도와는 달리 새파랗게 대드는데 나도 모르게 고함을 질러댔고 둘은 거의 실성 상태였다

오죽했으면 핸들을 꺾어버리고 싶었을까.

“오빠빠. 이거 내 팁이얌.”

“내 앞으로 계산해.”

“우와 오빠 넘 멋지다.”

아나로그로 살다가 얼마 전 전화기가 먹통이 되면서 어찌하다보니 우수 고객이라고

공짜 스마트 폰을 통신사에서 보내줬다.

그것도 3개월 50% 통화 할인 혜택까지 덤으로,

근데 당췌 적응이 안되는 게 그 수많은 기능을 아직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로대국실 다운로드도 아직 못 받고 있다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주머니에 넣어 다니다 보면 수시로 통화 버튼이 눌려지고

또 통화가 끝나도 상대나 내가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계속 통화상태가 된다.

이게 사고가 된 것이다.

노래방에 안간지도 오래됐고 나는 도우미와 즐기는 스타일이 아닌 걸 아는데

하필이면 마담이 알랑방구 뀔 때 마눌님에게 생중계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현행범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실제상황이 엄청나게 왜곡되어 버렸고 나는 저질 술꾼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학교 선배와 후배 그렇게 셋이서 해가기전에 한 잔하자던 일을 겨우 시간을 냈는데

남자들이 원래 그렇다

술을 마시다보면 꼭 누군가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편하다는 이유로 무너지면

무슨 나라 구할 일이라고 와르르 같이 무너져 주는 게 의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노래방은 전혀 생각들 없었는데 형편 어려운 내가 일차를 사고 나니 맴이 걸렸는지

둘이서 노래방 책임진다고 끌고 갔다

그리고 노래 부르고 놀았고 그게 전부다 나는 체질상 도우미를 옆에 앉히지 않는다.

눈이 어두우니 노래만 찾아 달라한다

없는 형편에 허리 싸매고 사는데 인간이라면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대들었고

나는 가기는 했지만 그냥 노래만 몇 곡 부르고 온 것뿐이다 로 대응했다

집사람의 분노도 이해하지만 나를 믿지 못하고 나를 저질로 몰아세우는 게 분했다

중계방송을 해댄 사람과 사실을 왜곡해서 말하는 사람.

서로에게 실망은 극에 달했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실성한 사람처럼 싸웠다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한 게 같이 죽어 버리자는 생각이 목 끝까지 올라왔을 지경으로.

어떻게 해결 되었는지는 지금도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성질대로 못하고 부산 역으로 내달려더만 죽어도 혼자 가지 않는다기에 결국 동행했고

내심 농장님에게 부담스러웠다

밖에서 담배 한 대 피우며 안쪽을 들여다보니 둘이서 뭔가 심각하게 얘길 나눈다.

그리고 농장님의 호탕한 웃음을 보아하니 어저께 일을 고자질 하는 듯했다

담배 땜에 자리를 자주 비우는 사이 농장님이 조리 있게 풀어 나간 모양이다.

다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농장님이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아니. 형수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깜짝 놀라 같이 일어서 돌아보니 집사람이 웃으며 오고 있다

별일 아닌데.

“농장님도 집에 가서 야단 맞을까봐서요.”

농장님의 지인인 한우 집에 갔었는데 집사람이 화장실 다녀오면서 계산을 했던 것이다

(그려. 내일은 굶을지라도 오늘은 대세 점을 찾아가야지)

속으로 흐뭇해하면서.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까는 도대체...)

그리고 우리는 오로. 글. 배팅. 바둑과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흠씬 취했었다

굳이 2차로 맥주라도 자기가 사야 한다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 어느 집에 들어갔는데

소주와 맥주를 짬뽕했더니 갑자기 술이 올랐다

그리고 숙소로 간다고 나섰던 것 같은데 농장님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내 옆에 도우미가 앉아서 말했다

“자기는 무슨 노래 부를거얌.”

“앗. 뜨거라.”

술이 취해 순간적으로 졸았던 모양이다

상황이 파악되지 않아 한참을 둘러보고서야 우리가 또 노래방에 온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집사람인 걸 확인하고서도 무의식중으로 전화기를 꺼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