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좋게 든 나쁘게 든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인간에게 큰 은혜 중에 하나가 망각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이 곧 적응이 아닐까.
하지만 긍정적인 면에선 적응이지만 부정적인 측면에선 타산에 젖는다는 말도 된다.
반복되는 과정에서 은혜도 시련도 살다보면 일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시련은 적응되면 감사할 수 있어도 신세의 감사함에 무뎌지면 인간성이 곤란해지며
그것이 의무와 책임 대가와 결과인가는 개인적 환경적인 해석에 달렸다고 보더라도
질서는 논리지만 인간성을 찾으려면 아무래도 감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련과 고통에 무뎌지면 그 만큼 성숙해지고 신세에 무뎌지면 흔히 싸가지라 하는데
그런데 그 가슴 미어지던 고통과 감동이 항상 상반되게 각인된다.
인생을 보는 형세판단도 동안의 경험에서 수읽기가 여느 프로 수준이라 자부하지만
나도 몰래 형성된 아집의 두루마리를 걸치고 헛기침 할 때도 많다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내면의 또 다른 나와의 충돌은 끝임 없이 일어나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해도 수시로 동기를 오염시키고 과정을 흔들어 갈등하게 만든다.
인간이 본시 여간 간사한 동물이 아닌지라 굳이 일상적으로 여자에게 자주 빗대지만
남자고 또 가장이라 하여 그 범주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보편적으로 판단하는 것에 사회성을 고려하고 말고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 본다.
여자는 자기 테두리를 되도록 상하게 하는 생각을 배제한다면
남자는 가끔씩 환경을 고려해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정도라 할까.
그런데 그 대담한 남자는 그것이 때로는 배신이 되고 소심한 여자는 절개가 된다.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따지자면 밤을 지새우겠지만.
요즘 세태를 보면 개성이니 뭐니 하면서 톡톡 튀는가했더니 천방지축이다
뭔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종을 보는 듯 자기 장점과 현실적 논리에 급급하고
배려는 무능력자의 변명이거나 대가가 있는 투자라야 타당성을 둔다.
법을 만들어 형편 성을 유지하려하지만 대상과 때에 따라 적용은 편리대로 하니
저울 눈금은 정확하지만 인간의 시력이 문제인 것 같다.
자기 능력껏 챙기고 누린다 해도 누군가의 신세가 있을 것이며 자기만의 숙주가 있고
세상은 아무리 잘났다 해도 어떻게든 도움을 받고 무엇엔가 기대어 살아가는 것이다
하다못해 화장실만 없어봐라 제까짓 게 뭔 수로 도도할까.
한 낱 도구만 해도 우리는 엄청 난 혜택을 받고 있으니 주변을 돌아보면 과연 어떨까.
하루와 한해를 마무리 하고 시작 할 때면 늘 신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 겸손하기를 갈망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닌 게 섭섭한 마음을 떨치기가 어렵다
바라지 않았지만 알고나 있기를 내가 알고 있는데 기다려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인데
자투리 여분을 나누었거나 도리거나 책임인지도 모를 일에 지레 서운해지기가 일수고
신세에 대해선 반대로 상대의 경솔함과 조급증을 되레 탓하려 한다.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롭기는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가두어 낭비하지 말고 풀어 새로이 채우면서 자연스런 배려가 될 수 있고
불의엔 사자처럼 포효하다가도 신세엔 사슴처럼 겁을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모든 생각들이 경제논리에서 무릎 꿇고 만다.
정초에 큰일에 부딪쳐 어떻게든 사람이 우선이라 모든 걸 제쳐두고 매달렸다가
사람을 구하고 나니 태풍이 지나간 전답이 가관이다
정신없이 쫒아 다니며 걷어내고 밀어붙이고 땜질 하고나니 겨우 길은 만들었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하며 여진은 또 어찌 버틸 것인가.
급한 불 끄려고 컵에 담긴 마실 물까지 죄다 퍼부었으니.
나에게 신세가 있음에도 애써 외면하는 이 원망한들 뭐하며 지금의 내 심정 알리오.
다시 시작하는 길밖에 없다
나로 인해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이 보며 천지를 모르는 철없는 딸내미의
화사한 웃음과 작은 술상차려와 조용히 잔을 채워주는 사람에게 내가 보여줄 것은
조금 허세로운 큰소리와 호방한 웃음으로 안심시키고 몸과 마음을 다시 스트레칭 하고
나의 가치를 자부하며 열심히 달리는 것이다.
세상이 어렵고 힘들수록 살아 온 여정은 잘 발효되어 마지막 한 잔을 따를 때
그 시련이 지나간 행복한 향기를 맡을 수 있으리라.
작가의 말
지니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