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읍내 국민학교

4학년 수업을 마친 종례시간.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주번 둘이 커다란 보자기에 보리빵을 들고 들어온다.

구수한 보리빵 냄새가 금새 교실에 진동한다.

아이들은 군침을 삼키고

다들 보리빵이 얼마나 넉넉한지 가늠하느라 시선을 보자기에 집중한다.

"어제 몇 번까지 받았지?"

선생님이 물어보시는데

"김봉기요!"

몇몇 아이들은 어제 일을 정확히 기억하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우리 반 아이들은 50여명 인데

빵이 많을 때는 40개가 넘게 오지만

어쩔 때는 20개 남짓 가져올 때도 있다.

빵은 어제 마지막 받았던 시무룩한 봉기 다음차례부터

번호 순으로 하나 하나 나와서 받아가는데

점점 홀쭉해지는 보자기와 아직 남아있는 자기차례까지의 번호를 헤아리며

뒷줄의 아이들의 고개를 빼곡히 내밀고 보자기를 보다가

허물어진 빈 보자기를 보고서야 허탈해진 시선을 거둔다.

빵은 하필 우리동네 우물가 옆에 사는 수복이 앞차례에서 끊겼는데

녀석의 실망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빵을 나눠주면

거의 모든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먹는 법이 없다.

받지 못한 아이들의 시선이 무섭기도 하겠지만

2.3일에 한번 꼴로 받는 뭉뚝하고 텁텁한 맛이 고소한 보리빵은

그 어떤 것에 비길 바가 못되고

소중하게 책보에 넣어 갈무리 했다가

집에서 조용히 혼자 즐기며 먹는 행복감은 이루 형언할 수가 없다.

"정호야!~ 너 집에다 책보 갖다 놓고 울집서 단쑤시 먹음서 놀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수복이가 유난히 친한척을 하면서 제안한다.

그 애는 오늘 내가 빵을 받은 것을 알고 있으며

하교길 신작로를 걸으며 함께 먹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단쑤시라!~~)

나는 순간 갈등하였다.

그동안 오대독자 수복이에게 얻어 먹은 것도 많았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어린 누이를 생각코는

반절 남을 내 몫을 오롯이 수복이에게 줄 수는 없었다.

"아녀! 나 오늘 셤공부 헐라고..."

내가 젤 좋아하는, 녀석이 가장 아끼는 단쑤시로 deal을 해봤지만

나의 거절에 비위가 틀어진 수복이는

"알았어 임마. 너랑 안 놀아"  하면서 쌩하니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