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꽃

나이 차 많은 노총각 작은형 때문에

결혼식도 못 올리고 몰래 살려다가

남의 속도 모르고

노는 날 팽개치고 도배 해주러 온

작은 형 속이고 쉬쉬 나가 기웃 거려도

나를 보면 당신은 우선 웃기부터 했다.

괜스레에 떠밀려

갓 이사 든

낯선 산마루 옆 동네

듬성듬성 서있던 소나무 숲으로

얼음 끼를 껴안고 죽어라 불던

三月에 꽃샘바람 고스란히 맞으며

엉덩이 한번 못 붙인 채

이제나 저제나 갈 때를 기다리며

종일을 벌벌 떨고

파란 인형처럼 얼어

버려진 아이처럼 맴 돌다가도

나를 보면 당신은 우선 웃기부터 했다.

작은댁 얻어나간 큰 형네 조카 다섯이

봄부터 여름 가을 겨울

방학 이름만 붙으면 우르르 몰려와

애꿎은 치다꺼리 뭉턱 떠안은

매운 시집살이 외나무 다리 건너다가도

나를 보면 당신은 우선 웃기부터 했다.

밥 수발 물 수발이 뭔지도 모르면서

어머니 돌아갔다고 효자 노릇에

눈만 뜨면 술에 취해

거리를 쓸고 다닌 넋 빠진 서방 놈

다섯 해 몸부림 곁에서

아이 둘 끌어안고 웅크리고 살다가도

나를 보면 당신은 우선 웃기부터 했다.

고된 삶에 아린 가슴이

천 조각처럼 찢겨져

바람에 펄럭 거려도

자신이 왜 아파해야 하는지

한 번 따져보지도 않고

나를 보면 당신은 우선 웃기부터 했다.

숯가마 뜨거운 불앞에서

온 몸에 더덕더덕 붙어 있는 평생 고생 짐

노골노골 녹여 한 겹 씩 뜯어내다가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내 눈길이 닿으면

흰 머리 많은 쪽을 슬쩍 가리며

나를 보면 당신은 우선 웃기부터 했다.

힘든 일은 타는 가슴에 모두 묻어 숯을 만들던 내 어머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