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씨의 놀음바둑은 연원이 있다. 18세기를 풍미하던 여러 고소설 속에 바둑판을 벌려 놓고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아주 잘 묘사한 글 한편이 있다. '록목단'  '절화기담' 등에 보인다.

 일사(逸事)에 좋은 놀음은

 무산양대 기생놀음

 하란산 바둑놀음일세.

무산양대(巫山陽臺)는 '운우지정' '무산운우' '무산지몽' 등 남녀간의 상열지사를 묘사한 성어(成語)로 동양 야담사의 대명사다. 문선(文選) 고당부(高唐賦)에 생동감 있게 전한다.

초양왕(楚襄王)이 송옥(宋玉)이란 시인과 함께 운몽(雲夢)의 대(臺)에서 노닐었는데 고당(高唐)을 바라보니 그 위에 구름이 뭉개뭉개 감돌고 있었다. 양왕이 무슨 기운이냐고 물으니, 송옥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것은 이른바 조운(朝雲)이라는 것입니다. 선왕(先王: 楚懷王)께서 일찍이 고당(高唐)에 노닐면서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는데 어떤 부인이 나타나 잠자리를 청하면서 말하기를 '저는 무산(巫山)의 여자로 고당(高堂)의 외로운 객이 되었습니다. 임금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왔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떠날 때에 말하기를, '저는 무산 양지쪽 높은 절벽에 살고 있는데,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이면 비가 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곳에 사당을 세우고 조운묘(朝雲廟)라고 불렀습니다." 

昔者 楚襄王與宋玉游於雲夢之臺 望高唐之觀 其上獨有雲氣……王問玉曰 此何氣也 玉對曰 所謂朝雲者也 王曰 何謂朝雲 玉曰 昔者 先王嘗高唐 怠而晝寢 夢見一婦人曰 妾巫山之女也 爲高唐之客 聞君游高唐 願薦枕 王因幸之 去而辭曰 妾在巫山之陽 高丘之저 旦爲朝雲 暮爲行雨 朝朝暮暮 陽臺之下 (문선 고당부)

무산의 여자가 말 했다는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된다'는 이 말은 동양의 사내들의 마음을 쏙 빼놓고도 남는다. 이 성어는 동양의 한다 하는 풍류객들의 멘토가 되어 조선의 풍류객 허균이 자신의 후실에게 무옥(巫玉)이란 이름을 지어줄 정도였다. 무옥은 허균의 바람대로 무슨 부(賦)를 짓기도 했다는데 전하지 않는다.

하란산(賀蘭山)은 난가산(蘭柯山)과 혼동되며 바둑두며 시간을 보내는 동양의 풍류객, 즉 건달들의 풍류적 멘토 중의 하나다. 일본의 풍신수길이 명나라 황제에게 국서를 보내며 하란산에서 바둑 한판 어떠냐 물었을 정도다.

하란산은 중국의 영하(寧夏)에 있는 바위산이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하란산을  '칼라찬'이라 하면서 어떤 도시를 말한다고 기록하기도 한다. 마르코폴로는 고려를 '카울리'라 정확하게 기록할 정도로 어느 정도 당시대를 잘 이해했지만 하란산은 오해가 있었던 듯하다. 

하란산 일대는 음산산맥과 가까운 지역이다. 두 곳에는 선사시대의 암각화가 수천 점 전하기도 한다. 음산산맥의 암각화 중에 녹기(鹿碁)라는 암각화가 있다. 필자가 알기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게임의 표식이 아닌지 싶다.

(음산암각화1372도)

암각화는 학자들의 연구로 1만에서 3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저 까막득한 시절 중국의 음산산맥 한 모퉁이에서 바위에 이런 모양을 새겨 놓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하란산 또는 난가산에서 바둑 한판 어떠냐 묻는 후대인의 낭만을 그들은 생각했을까. 

다시 공씨에게로 돌아 와서 일사의 놀음은 주색잡기요 방안의 놀음은 바둑임을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