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바둑 한 시 (創作 棋詩)
바둑학박사 이상훈 글 (圍棋博士 李相勳 作)
올해 새해 첫 날 ( 2023. 구정 )
친구가 내게 휴대폰 전화를 걸어왔다.
차례를 지내고 난 뒤,
외로움을 달래보고자 홀로 술을 마시고 있자니
먼저 떠난 와이프가 한없이 그리워진다고...
하도 답답함을 호소하기에 난 친구에게 이런 조언 한마디를 해줬다.
바둑이 있지 않은가?
컴퓨터나 휴대폰을 켜면 얼마든지 상대를 골라가며
바둑을 편히 즐길 수가 있는 세상인데 뭐가 답답하고 외로운가?
아 참! 그렇지!
친구는 내 조언을 듣자마자 곧바로 휴대폰 전화를 끊었다.
그뒤 다시 전화가 오지 않는 걸로 보아하니,
아마도 그 친구는
온라인 바둑 삼매경에 빠지기 시작한 듯....
새해(구정) 첫날부터
친구에게서 이런 전화를 받고나니,
웬일인지 내 기분이 갑자기 뒤숭숭해진다.
내가 전공한 현현기경 예권에 바둑관련 한시들이 실려있는데,
지금과 같은 이런 기분을 살려서
나도 한 번 바둑 한시(漢詩) 창작에 도전을 해볼까?
그래서 나는 조금전 느꼈던 감상을 토대로 하여,
바둑 한 수를 즉시 지어보았다.
[1] 창작 바둑 한 시 (創作 棋詩)
顝而孤或飮酒而孤
然知獨樂棋免孤要
不備此苦不忍孤乎
혼자는 외롭고 술을 마셔도 외롭다
그러나 홀로 바둑을 즐길줄 알면 외로움을 면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고통이 따르고 외로움을 달랠 길 없구나
● 그런데 바둑 한시를 생전 처음으로 지어봤다만,
기본적인 음율도 맞지 않는 게 영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바둑 한시를 한 수 더 지어가지고 한문학을 전공한 친구(고교 동기생)에게 카톡으로 보내어 감수를 한 번 받아 보았다.
아래부터는 한문학 전공자 친구에게서 감수를 받아 지은 바둑 한 시
[2] 창작 바둑 한 시 (創作 棋詩)
地裏寶貨 難探索
水中貴貝 稀引獲
盤上敎訓 易可用
活用棋理 當大得
땅속의 보물은 찾아내기 어렵고
물속의 귀한 재화는 꺼내기 어려우나
바둑판 위의 귀한 가르침은 사용하기 쉬우니
기리를 활용함이 마땅히 큰 이익이 된다
● 기왕에 내친 김이니 나는 또 지어보았다.
[3] 창작 바둑 한 시 (創作 棋詩)
終棋戰算計大小
勝敗地確然露定
黑白兵收拾器中
勸君陳心裏友情
바둑을 끝낸 뒤 크고 작음을 계산해 보니
승패의 땅이 확연하게 드러났구나
흑과 백의 병사들을 가려 통속에 집어넣고
그대에게 권하노니 마음 속의 우정을 꺼내 펼쳐보자꾸나
● 이제 요령이 생기니 바둑 한시 짓는 것이 재미가 있다.
[4] 창작 바둑 한 시 (創作 棋詩)
錯手被包圍相方
四周斷涯活路凝
集神心鷹視戰場
探到妙手猶逆勝
착수가 어그러져 상대에게 포위당했네.
사방이 깎아지른 절벽이요 활로가 엉겨버렸네.
온 정신 마음을 집중하여 매의 눈으로 전장을 응시하고
묘수를 찾아내어 오히려 역전승했다오.
● 일단 탄력이 붙으니 내 입에서 바둑 한시가 술술 풀려나온다.
[5] 창작 바둑 한 시 (創作 棋詩)
君初敎新境棋理
親傳授秘訣於我
眞師父深奧世界
體得出藍敬遠此
그대는 바둑을 내게 처음 가르쳐주고
친히 비법까지 나에게 전수해 주었으니
심오한 세계를 일깨워준 진정한 사부일진대
나에게 백을 빼앗기고 나니 나를 멀리 하는구나!
(주: 여기서 出藍이란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었다는 뜻.
靑出於藍의 준말)
● 김삿갓이나 이백, 두보는 바둑에 대한 시를 몇 수나 지어서 후세에 남겼는가?
이번 기회에 바둑 한시 짓기에 도전해 보자.
[6] 창작 바둑 한 시 (創作 棋詩)
絶世歌人選別苦
美女競艶難順位
壯士爭覇不可解
棋界高手探索易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은 선별해내기 힘들고
미녀의 아름답기 경쟁은 순위 매기기가 어렵구나
장사의 패권 다툼은 (위 아래를) 풀어낼 수 없지만
바둑세계에서 고수 찾아내기는 아주 쉽다네.
*주: 絶世佳人을 絶世歌人으로 표현하였음. 누가 노래를 잘 부르는지, 누가 미녀인지를 찾아내는 것은 주관적인 취향으로 각자 다르니 냉정히 객관적으로 등위를 매기기가 힘이 들고, 어느 누가 가장 힘이 센지는 각 종목(레스링,역도,씨름,격투기,팔씨름등)마다 다르니 공정하게 판단내리기가 어려우나, 바둑에서는 누가 고수인지를 알아내기가 아주 쉽다는 뜻
[7] 창작 바둑 한 시 (創作 棋詩)
初盤行馬深遠遊
中盤戰探索急所
終盤時精密計家
復棋前勝將忍笑
초반의 행마는 깊은 생각으로 멀리 놓아야하고 (포석)
중반전엔 (상대 또는 나의) 급소를 찾아라.
종반전 때에는 정밀하게 계가를 하고
복기하기 전, 승리한 자(장수)는 웃음을 참아야 한다
[8] 창작 바둑 한 시 (創作 棋詩)
男有利體力競爭
善緣人出世保障
老女少在優先權
棋世界一切平等
체력대결은 남자가(여자보다) 유리하고
좋은 인연(인맥)을 가진 사람은 출세가 보장되며
노인과 여자, 소년(어린사람)에게는
우선권이 주어지지만
바둑의 세계에서는 모든 게 (똑같이) 평등하다네
[9] 창작 바둑 한 시 (創作 棋詩)
鰲城漢陰是名士
以莫逆友名聲藉
年齡先後驚五歲
因對棋局朋情和
오성과 한음은 저명한 선비
막역한 벗으로 명성이 자자했다네
연령의 선후가 놀랍게도 다섯 살이었지만
바둑판에 마주하며 친구 간의 정으로 화합했겠지
● 필자(이상훈)는 경주이씨 백사파(오성부원군) 14대 손.
무슨 인연인지,
필자와 함께 명지대 대학원에서 바둑학을 공부했었던 이수정 바둑학박사는 한음 이덕형님의 후손이라고 함.
오성과 한음이 바둑 친구였다는 기록은 없지만,
동시대의 이순신 장군께서 바둑을 즐겨두셨고,
또 당시 상황으로 보건대 지식인들 사이에서 지적 놀음인 바둑이 유행했었으므로,
두 분이 5세 나이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친한 친구로 지냈었다는 건 혹시 바둑 때문이 아니었을까?
[10] 창작 바둑 한 시 (創作 棋詩)
同行者困相慰撫
逢難執襟共嘆息
祈願朋友常受福
棋中爭鬪交善德
동행자(친구)가 힘든 일에 처하면 서로 위로해주고
어려움을 만나면 (서로) 옷깃을 잡아주며 탄식을 한다네
친구가 항상 복 받기를 원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바둑에서 치고 받고 싸우는 것은, 좋은 덕을 주고 받는 일이야.
*** 추후, 바둑 창작시를 계속 써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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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징이상훈
